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로 머리가 울리죠
어디 먼데서인 것처럼 환청이 들리고 헛것도 보이고
우유 한잔도 소화하기 힘들고
안그래요?
그거 다 하고 싶은 말을 안하고 마음에다 둬서 그래요
감정을 속으로만 삭히면 그렇게 된다구요
그거 약 먹어도 소용 없어요
화가나면 화를 내고
말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하고
끙끙 앓지 말구요
마음 속에서 원하는 일을 안하고
가슴으로만 삭히려 드니깐 가슴이 아픈거예요
슬픔은 슬픔으로 위로 받을 수 있어요
컵에 담긴 물처럼 슬픔이 마음에 담겨 있다면요
그 위에 또 다른 슬픔을 부어요
그러면 고여있던 슬픔이 넘쳐서 흘러 나오겠죠
사랑은 사람을 때로 고통스럽게 하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파괴시키고
잔인하게 상대방을 몰아가고 하지만
그래도 사랑이 주는 슬픔은 가치가 있는 거예요
그것조차 놓아버리면 살 수가 없죠
슬퍼서, 사랑이 슬프고 세상이 슬퍼서 나는 살아있죠
신경숙 - 깊은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