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거 ‘괴물들이 사는 나라’ 맥스 아녜요? 와, 우리가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에요.”
한번에 스무 권은 거뜬히 읽는 독서광이라지만 어릴 적 본 책 속 풍경을 단번에 알아내는 영빈(9)이의 눈썰미가 임윤경(마두동·38)씨는 그저 놀랍고 흐뭇할 따름이다. 친구 따라 나선 세윤이도 어느새 책 풍경에 푹 빠졌다. 동화 속 주인공의 표정을 흉내 내고 숲으로 꾸민 조형물 안에서 술래잡기 하느라 아이들은 신이 났다. 아이 설명 따나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이 곳은 헤이리의 ‘네버랜드 픽처북 뮤지엄’ 입구.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동화여행이 이제 막 시작되는 순간이다.
▲ 동화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한 장면을 연출해 놓은 박물관 입구.
원화로 만나는 ‘신데렐라’ ‘빨간 모자’ 300년展
헤이리 아티누스 빌딩 지하 1층에 마련된 ‘네버랜드 픽처북 뮤지엄’은 국내 첫 그림책 원화 박물관이다. 온라인서점 리브로가 2층에 오프라인 서점을 마련하면서, 국내외 그림책 원화와 관련 자료를 전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문을 연 공간. 아티누스 빌딩에 들어서 지하로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책의 향연이 시작된다. 천장까지 이어진 커다란 책장엔 국내 출판사의 인기 그림책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진열해 놓아 보는 이를 압도한다.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 매표소 앞에 떡 하니 버티고 선 커다란 괴물 인형, 바로 아이들이 열광하는 시공사의 인기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모리스 샌닥)’의 주인공 맥스다. 그리고 박물관으로 통하는 입구엔 그 그림책의 한 페이지가 그대로 재현돼 있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괴물들의 표정도 재미있으려니와 울창한 숲이 실제보다 더 예쁘게 조성돼 있어, 어른ㆍ아이 할 것 없이 포즈를 취하는 포토존으로 인기다.
복층으로 구성된 240여 평의 박물관 전시실에선 지금 ‘빨간 모자, 신데렐라가 걸어온 300년’ 展(7월 1일까지)이 한창이다.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의 도움을 받아 190여 권의 그림책으로 단장된 전시실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두 그림책이 300년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다. 1742년 샤를 패로가 만든 챕북(13×8cm)부터 원화에 직접 색칠해 완성한 19세기 팝업북, 어른들 사이에서 인기 있던 챕북(일종의 문고판) 등 역사와 문화를 담은 각양각색의 책들을 천천히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오영주(25) 큐레이터는 “그림책은 어린이책인 동시에 예술품으로도 가치가 크다”면서 “지하 전시실이 학술적 의미로 동화를 구성해 놓은 반면 2층엔 미국ㆍ독일 등의 ‘빨간 모자’ 패러디본을 전시해 놓았다”고 소개한다. “2층엔 더 큰 재미가 숨어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라”는 귀띔. 전시실과 이어진 제2공간에서 빨간 망토 두르고 기념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해 놓았다.
누워서, 뒹굴며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키즈 북 라운지’
▲ 4000여 권의 책이 전시돼있는 키즈북라운지. 네버랜드 픽처북 뮤지엄에서 가장 인기있는 공간이다. 엄마 임윤경씨와 아들 송영빈, 친구 이세윤군이 즐겁게 책을 읽고 있다.아이들에겐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전시실. 하지만 박물관 제일 안쪽에 마련한 ‘키즈 북라운지’에 들어서면 아이들의 눈과 입이 딱 벌어진다. 4000여 권의 그림책을 비치해 놓고, 원하는 책을 마음껏 뽑아 책을 베개 삼아 장난감 삼아 볼 수 있도록 놀이방을 꾸며놓은 것. 원목 바닥은 온기가 느껴져 집에서처럼 뒹굴뒹굴 책에 빠질 수 있다. 낮은 의자와 테이블, 엉금엉금 기어들어갈 수 있는 다락방, 예쁜 정원…,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단 아이들뿐일까. 아이 데리고 조용한 도서관이나 대형서점 찾았다가 난감한 경험 한두 번쯤 있는 부모라면 북라운지가 반갑긴 마찬가지. 아예 이곳만을 이용하기 위한 회원제가 따로 생겨났을 정도다. 아이와 동반 1인이 한 달에 2만원, 6개월에 10만원만 내면 내 집처럼 드나들 수 있다. 박물관 입장객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레스토랑, 티숍 등 부모 따로 시간을 위한 편의시설들
북라운지에서 맘에 드는 책을 골라 읽었다면 2층 리브로서점(031-948-0740)에서 책을 사 가져가도 좋다. 이곳은 기존의 서점과는 사뭇 다르다. 0세부터 13세까지 연령별로 책을 진열해 놓은데다, 어디서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어린이전문서점이다. 매주 일요일 이벤트홀에서 열리는 퀴즈 이벤트도 인기 있다.
아이들이 북라운지나 서점에서 책 세상에 빠져 있는 동안 부모들은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를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레스토랑과 티숍으로 구성된 ‘파머스 테이블(031-948-6225)’은 나무와 벽돌, 허브로 꾸민 정원 속에서 소박한 음식과 차를 곁들여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북카페인 티숍에선 책 한 권 꺼내 들고 차 한 잔 할 수 있다. 커피ㆍ허브차 5000~7000원. 책 나들이 끝에 출출하다면 이곳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 음식을 즐겨도 좋겠다. 화덕에 구운 피자(1만1000~1만7000원), 파스타(1만3000~1만8000원) 등이 맛있다.
Plus Info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매주 월요일)
입장료: 어른 4000원, 4~16세 유아 3000원, 20인 이상 단체 2000원
위치: 파주 헤이리 4번 게이트로 진입 오른쪽 첫 건물
문의: (031)948-6685
행복플러스
글 · 문금옥기자
사진 · 김황중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