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그러나 포세이돈과 눈이 맞아 아테나의 신전에서 정을 통했다. 아테나의 저주를 받아 괴물이 되었다. 바로 메두사이다.
아름다운 정치인이 있었다. 그는 특권과 반칙과 지역주의로 대한민국을 주물렀던 세력과 결별하고 개혁 시민들과 눈이 맞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바로 노무현이다. 그러나 구세력들의 저주를 받아 그는 대한민국에서 괴물이 되었다. 수구정당들과 조중동이 그를 괴물로 묘사했다. 탄핵을 통해 축출하려 했고 그의 말을 왜곡했고 인사권을 제한했다.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병신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지지율이 한 자리 숫자로 내려 간 적이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러나 우리의 메두사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결코 잃지 않았다. 원칙과 비전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설계했다. 좌우의 공격을 감수하면서 실현가능한 개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전진해나갔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한때 특권층이라 불렸던 이들에게 노무현은 괴물 메두사에 불과했다. 그들은 노무현과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권력을 쟁취하려고 한다.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민노당까지, 심지어 열린우리당 내 정치인까지 노무현과 차별화가 유일한 전략이었다.
그런 전략을 전면으로 내세운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뿐만 아니라 심상정과 노회찬까지, 심지어 김근태, 천정배, 정동영까지 노무현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유감스럽게도 강금실도 시장 선거에서 약간의 차별화 기미를 보였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이들의 명분을 요약하면 "노무현과 차별화"이다.
민노당처럼 정책적 차이 때문이라면 이런 차별화는 오히려 장려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무슨 정책적 차이를 내세우는가? 노무현의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차별화를 시도하는가? 양극화? 그러면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어떤 정책을 내어 놓아야 하는가? 노무현이 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가? 그들은 여태 말하지 않고 있다.
메두사에 앞에서 돌로 굳어져 "드롭"된 사람이 있다. 바로 고건 전 총리이다. 또 하나 더 생겼다. 바로 정운찬 전 총장이다. 어떤 블로거는 노무현이 정운찬을 지지했다고 말한다. 나는 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정운찬은 노무현과 차별화를 통해 인기를 끌려고 시도했던 인물이다.
정치평론가 정상 씨는 정운찬 씨가 출마 포기를 선언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범여권 후보 중 노무현과 마주서는 사람들은 고건과 정운찬처럼 돌이 되고 말 것이다. 노무현은 정말 메두사이다. 손학규도 벌써부터 노무현과 차별화에 들어갔다. 앞으로 이 전략을 계속할 것 같은데 그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이든 이명박이든 야당 후보들도 노무현과 차별화하면 할수록 그는 모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왜 노무현과 차별화가 결국 망하는 지름길인가? 노무현이 제안해 놓은 어젠다 이외 다른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부동산 개혁을 뒤로 돌릴 것인가? 당신은 청렴과 투명성을 약화시킬 것인가? 당신은 개방과 경쟁을 중단할 것인가? 당신은 지역균형발전에 반대할 것인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모두 철회하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중단하고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철회할 것인가?
당신은 언론과 건전한 긴장 관계를 청산하고 권언유착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당신은 국정원, 검찰, 국세청, 경찰 등 권력기관을 다시 대통령에게 집중할 것인가? 식민지시대와 좌우대립시기, 군사독재시대의 어둡고 부조리한 역사를 그냥 망각할 것인가? 당신은 국가기술혁신체계(NIS)를 폐기할 것인가? 복지예산을 지금보다 더 줄여나가 소위 더 작은 정부"를 추구할 것인가?
세계의 권력 변화를 무시하고 미국과 찰떡 외교만 추구할 것인가? 미군의 바지가랑을 잡고 계속 전시작전권을 행사할 역량을 가지지 말 것인가? 당신은 평화번영 정책을 포기하고 군사행동까지 감행하여 북한 정권을 무력화하자고 말할 것인가? 행정부의 혁신을 이제는 멈출 것인가? 기록관리 체계 강화를 포기하고 망각과 폐기의 문화를 지속할 것인가? 통계정보들의 체계적 관리와 축적 등 정보인프라 강화를 없던 것으로 만들 것인가? 디지털예산시스템은 어떤가?
도대체 무슨 차별화를 하겠다는 건지 정확히 말해라. 복지국가가 싫으면 복지국가로 가지 않겠다고 말하라. 언론과 건전한 긴장관계가 싫으면 그냥 권언유착이 좋다고 말해라.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이 싫으면 뒤로 후퇴시키겠다고 당당히 말해라. 권력기관 개혁이 싫으면 국정원과 검찰을 다시 정권 손 아래 두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라.
민생경제, 민생파탄, 양극화, 안보위기, 이런 레토릭과 메타포만으로 노무현을 때려 인기를 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결국 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들에게 노무현은 메두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정말이지 아름다운 현실 정치인이다. 그러니 그가 잘한 것도 못한 것이라고 우기려 한다면 반드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말하라. 못한 것이 정말 있다면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지적하려고 노력해라. 분명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라. 수첩에 민생만 적어 놓고 노무현 욕만 하지 말고.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정말 악당이 누구인지 분명히 보려고 노력해라. 그러면 시민들은 당신에게 정치적 영향력을 더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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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열린마당의 id:새틀 님이 쓰신 글입니다.
좀 닭살스럽긴 해도 정말 와닿는 글이네요.
할아버지 아버지 보시면 난리 나겠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