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C밀란이 모든 면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앞섰다.
선수 기용, 전술, 경험, 체력 등 축구의 경기력을 구성하는 전 분야에서 맨유는 AC밀란보다 한 수 아래였다.
맨유는 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산 시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C밀란과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원정 경기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1999년 이후 8년만에 유러피언 트레블(챔피언스리그·프리미어리그·FA컵 우승)을 위해 질주했던 맨유의 꿈도 함께 사라졌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시작된 경기에서 AC밀란은 전반 11분 카카(브라질)가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맨유의 오른쪽 골문 구석을 정확히 찌르는 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1차전에서 AC밀란을 3대2로 꺾었던 맨유는 이때까지만 해도 한 골만 넣어 동점을 만들면 1승1무로 결승에 진출한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한 달여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한 맨유의 중앙 수비수 비디치(세르비아 몬테네그로)가 헛발질로 공을 잘못 걷어내면서 AC밀란 시도르프(네덜란드)에게 전반 30분 추가골을 허용했다.
AC밀란은 후반 교체 투입된 질라르디노(이탈리아)가 맨유 수비수들의 위치 선정 실수를 파고 들어 세번째 쐐기골을 성공시켰다. 이 때부터 맨유 선수들은 완전히 무너졌다.
주전 수비진이 부상으로 대거 이탈한 맨유의 퍼거슨 감독으로선 실전 경험이 부족한 비디치를 기용할 수 밖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잘못된 인사였다. 비디치가 중심이 된 맨유의 중앙 수비진은 상대 선수에 대한 1·2선 마크에 허점을 노출하며 세 골 모두를 문전 한 가운데에서 내줬다.
맨유의 호날두(포르투갈)는 AC밀란의 수비형 미드필더 가투소(이탈리아)에 꽁꽁 묶여 평소와 같은 날카로운 측면 돌파를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수 루니는 11년째 이탈리아 대표팀 주전으로 활약하는 AC밀란의 중앙 수비수 네스타의 노련한 수비에 막혀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전술적으로 맨유는 미드필드부터 상대의 패스 길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AC밀란의 4-3-2-1 포메이션을 극복하지 못했다. 경험면에서도 맨유는 골키퍼 디다를 비롯해 인자기, 가투소, 네스타, 암브로시니, 피를로, 칼라제 등 2003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들이 대부분 출전한 AC밀란에 뒤졌다. 여기에 AC밀란은 우승권에서 멀어진 자국 1부리그(세리에A) 경기에 주전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으면서 체력을 꾸준히 비축해왔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AC밀란의 경험과 체력이 뛰어났고, (미드필드) 볼 점유율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AC밀란은 2년전 3대0으로 이기다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내준 리버풀과 24일 결승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