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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우상 타락사

장기영 |2007.05.05 17:57
조회 20 |추천 0


 

여름 방학,

마땅한 알바 자리를 구하지 못한 나는

 경험삼아 노가다 일을 하게 됐다.

 

일은 힘들지만 그만큼 보수가 세고

무엇보다도 땀흘려 번 돈냄새란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새벽같이 집을 나서 도착한 공사판,

한창 공구리 작업 중이었다.

 

그런데 찌들데로 찌든 작업복 차림의 한 젊은 남자가 낯설지 않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알 정도로

잘나가던 우리과 선배다.

 

꽃미남이란 말이 아깝지 않은 잘생긴 외모에

앞서가는 패션감각까지...

온 여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던 킹카 중에 킹카였다.

학점도 나쁘지 않아 장학금도 여러번 탓었다.

 

그런 선배는 늘 나의 우상이었고

난 선배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감탄사를 연발하는

평범하디 평범한 신입생이었다.

 

아니, 그랬던 선배가 이게 무슨 꼴인가?

목에 두른 촌스러운 수건은 땀냄새로 진동을 하고

시커멓게 그을린 피부는 가히 연탄장수 아들 수준이다.

 

난 아는 척을 하려 먼저 선배에게 다가갔지만

선배는 나를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명문대 출신의

잘나가던 킹카에게 막노동판 잡부가 왠말인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겉멋만 잔뜩 들어 남 흉내내기에나 급급했던

 내 자신이 그렇게 한심할 수 없었다.

 

앞으로 2년 뒤, 3년 뒤 내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우상의 끝없는 추락...

 

지금 내 맞은 편에 앉아

참으로 나온 물국수를 허겁지겁 먹어 삼키는 저 이가

진정 내 '우상'이였단 말인가?

 

- 070504 PM11:23 -

Written by.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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