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히는 길을 피해 늘 지하로만 다녔는데
오늘은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가느라
오랜만에 땅 위의 세상으로 퇴근하고 있어
친구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엉망으로 따라 부르네
서울도 비가 오면 괜찮은 도시라며 혼자서 낭만을 찾아 들고,
나는 친구의 차가 지나고 있는 옛 동네를 구경하고 있어
'이 동네가 회사에서 이렇게 가까웠구나...'
그것도 몰랐던걸 보면 난 정말 죽어라 지하철만 타고 다녔나 보네
그러고 보면 몇 년 되지도 않았는데 참 까마득해.
정말 저 동네에 내가 살았었나 싶어
어떻게 보면 모든게 다 달라진거 같고,
어떻게 보면 변한건 거의 없는거 같기도 하고,
늘 비가 왔던 동네같기도 하고,
비오는 모습을 처음 보는거 같기도 하고,
이사갈땐 내일이라도 다시 올거 같았는데...
늘 가던 수퍼에, 늘 가던 비디오 대여점, 늘 시켜먹던 중국집...
몇년간의 내 생활을 이곳에 고스란히 남겨두고,
나는 다른곳에서 참 멀쩡히도 살았다 싶다
내일이라도 다시 찾아갈것만 같았는데...
알고보니 영영 이별이었던거.
그러고 보니까 너만은 아니었구나
지금은 치킨가게가 생긴 저 곳은 예전엔 술집이었어
술집의 이름은 '연정'
이 동네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나는 저 곳이 궁금했었지
가끔 문이 열리면 그 안은 언제나 어두 컴컴했던...
대학에 가고 어른되면 갈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분명 별것 없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한번쯤은 가보리라 생각했는데
슬그머니 이렇게 내 인생에서 사라졌네
누구처럼...
너 처럼...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에도 내게 모든것을 말해 주진 않았던 너.
그런 널 지켜보면서 난 생각했던거 같애
이 다음에 우리가 아줌마, 아저씨가 되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면 너한테 물어봐야지
그때 넌 왜 그렇게 가끔씩 혼자만 슬펐는지
왜 그럴때마다 나에게 마음을 보여주지 않았는지
그래, 난 그러고 싶었는데...
니 눈가에 주름이 자리 잡는 모습
아이 엄마가 되고,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세상 어느 곳에서 넌 오늘도 하루만큼 늙어가고 있을까?
금방이라도 다시 찾아갈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이... 영영 이별이었네
사랑을 말하다...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 사랑을 말하다...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