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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는 장거리 달리기이다

박용민 |2007.05.11 09:39
조회 13 |추천 0

최근 주 5일제 근무와 웰빙 바람을 타고 전국적으로 마라톤 열풍이 불고 있다. 2007년에는 약 300여 개의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며, 마라톤 마니아만 35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42.195㎞의 가장 고독한 싸움이 국민스포츠로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전 독일 외무장관 요쉬카 피셔는 마라톤을 인생의 축소판으로 비유했다. 풀코스를 달리다 보면 어느 시점이나 일정한 거리(35㎞)에 다다르면 서서히 온 몸에 힘이 빠지며 현저히 속도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한다. 이 시점에는 몸 안에 저장되어 있는 글리코겐이 거의 다 운동에너지로 변화되어 연소되고 지방을 태워서 에너지원으로 급격하게 사용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레이스 전략을 세우고 이에 따라 힘을 나누어 쓴다. 필자는 10㎞까지는 60%, 20㎞까지는 75%, 30㎞까지는 80%, 40㎞까지는 85%, 마지막 2.195㎞는 95%로 나누어 에너지를 소비하는 전략을 가지고 뛴다. 만약 마라톤 레이스를 펼칠 때 초반에 모든 힘을 쓰거나, 자신의 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남을 따라서 뛴다면 30㎞ 이후에는 레이스를 포기해야 한다.

이러한 마라톤의 교훈을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무시했고 그 결과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전쟁 직후부터 1960년대 초 가족 계획을 시작하기 전까지 출산율이 높았던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은퇴 시기가 단축되자 국내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 생)의 노후 문제가 최근에서야 부각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베이버부머들은 내집 마련과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올인했기 때문에 노후 대책을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평균적으로 월 평균 수입의 약 20%가량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며, GDP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96%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게다가 수중의 재산은 집 한 채가 유일한데 부동산의 버블이 붕괴하거나 해소되어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국민연금이나 자식에게 의존하기도 힘들게 되었다. 마라톤으로 비교하면 후반 레이스는 전혀 준비하지 않고 모든 힘을 주택마련과 자녀교육으로 초반에 소진했기 때문에 35㎞ 이후 달릴 체력이 없다. 더구나 이들의 퇴직 연령은 점점 빨라지고 노후 준비가 안 된 이들의 조기 퇴직으로 가정경제의 파탄은 물론 사회복지 비용의 과다 지출과 소비의 극심한 침체로 거시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선진국은 우리와 상황이 사뭇 다르다. 미국인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제테크 분야 중 하나가 노후연금이다. 미국인들은 첫 직장을 구하는 평균 26세부터 노후준비를 시작하여 보통 급여에서 12% 정도를 노후보장용으로 떼어놓고 나머지로 살아간다. 즉 마라톤의 교훈을 잘 알고 이를 효율적으로 실천하고 있어 인생의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

재테크는 전력질주하여 단판에 승부를 봐야 하는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42.195㎞를 뛰어야 하는 장거리 경주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구간별로 힘을 나누어 쓰듯이 재테크도 목적과 기간에 따른 포트폴리오 구성과 자금배분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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