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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 20호> 범수님 인터뷰

석다영 |2007.05.18 03:03
조회 91 |추천 4

 

이범수는 비유를 좋아한다.

그는 진술하거나 서술하는 대신, 맥락을 만들고 이야기를 구성해

자신이 전달하고픈 바를 선명한 그림으로 떠오르게 한다.

그가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들 속에서 그는 야구선수도 되었다가,

화가도 되었다가, 사과 먹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빗속에 볼을 차는 축구선수도 되어, 즐겁게 "논다”.

play(노는 혹은 연기하는)라는 영단어의, 마치 기원과도 같고 육화 같기도 한,

바로 이 배우가 풀어내는 그만의 비유법 속으로 들어가보자.

 

 

 

 

반갑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를 보면서,

꼭 뵙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데 성사되어 기쁩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과거의 인터뷰를 보니까, 원래는 사관학교에 가려고 하셨다구요?

 

▶육군사관학교요.

 

 

 

그렇다면 어떤 것이 원동력이 되어 연기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을까요.

 

▶그건 일목요연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

 사실 육군사관학교를 지형하던 사람이 연기를  하게 된 건

 남들이 보기엔 엉뚱해 보일 수 있거든요?

 근데 엉뚱한게 아닌 것이 뭐냐면, '남다름' 이라는 걸 원했던 것이었어요.

 육군사관학교라는 것도 실은 제복에 대한 환상이었던 것 같고,

 어린 나이에 생각할 때 남들과 다른 뭔가 독특함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거에 대한 환상이랄까...

 

 

 

어떤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복을 입은 나' 라는.

 

▶그렇죠.

 그런 맥락에서 육사를 가자는 에너지가 나온 것 같고,

 독특한 삶을 살고 싶었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 까지 미술부도 했는데,

 그건 취미로 했던 거기 때문에 미대를 진학해서

 평생 업으로 삼을 생각은 해본 적 없었어요.

 때문에 미대도 아닌 것 같고, 연극영화과를 간 거죠.

 재미있게 살고 싶었어요.

 

 

 

그것이 일종의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라고 한다면,

결국 연기로 수렴된다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정확하게 길을 찾아드신 것 같은 느낌인데요.

 

▶저는 그 어떤 배우들보다도 저의 배역을 즐긴다고 생각을 해요.

 소위 전공에서 말할 때 그것을 역할 맡는 행위라 그러죠.

 역할을 맡게 되는 행위를 즐긴다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저는 A란 역을 맡든 B란 역을 맡든, 범죄자를 맡든 웃기는 역을 맡든,

 어떤 역을 맡든 그건 즐길 수 있는 거죠.

 저한테는 그게 놀이 같은 재미있음이니까..

 저는 그럼 관점에서 연기를 바라보기 때문에,

 역할을 맡는 행위를 주저한다거나,

 A란 역할만 맡길 원하고  나머지 역할을 맡길 싫어한다거나 이런 것이 없죠.

 내가 역할을 맡아서 어떤 '놀이' 처럼 신나게 즐기면서

 한다는 것은 그만큼 과감할 수 있는 거거든요?

 과감하다는 것은 못난 역을 맡아도 과감하게 못날 수 있는 거고,

 잘난 역을 맡아도 과감하게 잘날 수 있는거고, 아주 신나게 하는 거죠.

 실컷 하는 거죠. 실컷~! 말 그대로 실컷요.

 실컷 하는 거와 그렇지 않은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저는 그래서 실컷 해왔던 건데,

 안중근이라는 역할 하면서 느꼈던 게 많아요.

 뭐냐면 배우위 이런 역 저런역, 이런 캐릭터 저런 캐릭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캐릭터에게서 느끼는 그럼 즐거움이 있잖아요.

 왜 똑같은 게임만 하면 재미 없는 것처럼...

 근데 이번에 비로소 시청자 분들, 관객 분들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갔고,

 시청자 분들 또한 그런 걸 재미있어 하시고,

 신기한, 새로운 게임 인 것처럼 받아들이시고..

 사실 이 안중근의 캐릭터가 나름대로 제 안에 있던 건데

 여지까지는 못 보여드려서, 그런 재미를 많이 느꼈어요.

 

 

 

를 보면서 궁금했던 게 있습니다.

조금 전에 그림을 오래 그렸다고 하셨는데,

혹시 해부학을 공부한 적 있으신가요?

 

▶해부학을 따로 공부한 적은 없는데,

 운동을 좋아하니까 근육의 움직임이라든지 그런 걸 설렁설렁이라 하더라도

 책을 통해서라든지 쭉 자주 봐왔죠.

 

 

 

연기자르는 것이, 마치 얼굴로 춤을 추는 댄서라고 친다면

약간 코믹한 역할을 하실 땐 눈과 눈썹, 안면근육 등이

스윙이나 자이브나 차차차처럼 느껴졌는데,

안중근이 되셨을 때는 완전 탱고다 싶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절도가 있고 형식미가 있고..

그러다가 한 번씩 탱고를 풀어주는 겁니다.

그때 시청자들은 매력을 느끼고, 뭐랄까 빠져드는 느낌이 들어요.

 

▶감사한 말씀이구요.

 저는 모든 연기는 눈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생각을

 학창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어요.

 또 달리 말씀드려보자면, 어떤 눈의 느낌이 정적인 거와 동적인 거,

 활발한 거와 활발하지 않은거 그런 차원들,

 눈으로 비롯되는 연기라고나 할까.

 물론 배우가 어떤 하나의 감정을 느꼈을 때,

 뭐 눈은 심각한데 손은 신나 할 수 없는거죠.

 동시다발적으로 행해지는 거지만,

 관객들이 바라보는 건 나의 눈이기 때문에 눈빛 연기,

 눈의 표현력에 대한 중요성은 익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점이죠.

 

 

 

 

그러고 보니 중대 재학 시절,

최초의 2학년 햄릿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햄릿이란 역할이 배우들한테 정말 큰 의미더라구요.

 

▶상징적인 의미겠죠. 지극히 정통극이고 고전극이고 그런 만큼 또 힘이 들죠.

 말 자체도 구어체가 아니고 산문적이고,

 또 커다란 에너지와 힘을 필요로 하고 그런 것들.

 물론 도 그렇지만

 제가 학창 시절을 회상해보면 되게 즐겁고 신나고 그래요. 뿌듯하고..

 정말 많은 작품들을 했어요.

 학창 시절에만 30편에 가까운 연극을 한다는 거는

 무리로 보일 수도 있는데 저는 시도를 했어요.

 그건 뭐냐면, 제가 저라는 소재랄까, 도구랄까, 어떤 자원이랄까

 그것을 무척많이, 최대한으로 많이 검증하고 나서 학교를 떠나고 싶었어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랬기 때문에 그것이 제 현지의 밑거름이랄까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랬기 때문에 충무로에서 연기를 할 때 제가 자신이 있었거든요.

 학상 시절에 아마추어긴 하지만 오만 가지 역을 다 해봤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저를 좀 아는 거죠, 객관적으로.

 그래서 그것이 악역이든 휴먼이든, 바보스럽든 천진난만하든,

 타인들이 기대를 하든 안 하든 확신이 있었으니까..

 근데 학창 시절에는 이지적인 쪽을 더 많이 했었죠.

 힘 있고 정통이고 뭐 그런 쪽들.

 그리고 셰익스피어나 고대 희랍극 같은 것들 되게 좋아했었죠.

 다, 너무나. 내가 어디까지 달려가나 무조건 한번 가보자..

 멈출 이유가 없으니까 달려갈 수 있듯이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냈거든요.

 재미있는 추억이라면 제가 학창시절 때부터 팬레터를 받았어요.

 그것도 기쁘죠. 학생인데, 겨우 스무살, 스물 한 살 먹은..

 그건, 이제 예고 학생들이

 자기가 가고 싶어하는 대학의 공연들을 관심 있게 볼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이번에 몇 학년이 나오고 작품 제목이 뭐래 이거래 저거래 해서

 관심 있게 보게 되고, 주인공이 누구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제가 나오는 연극을 보는 여고생들이 있었죠.

 그리고 팸플릿을 막 모아서 왔는데 깜짝 놀랐어요.

 어쩌다 한두 개는 볼 수 있는데

 우와, 진짜 내가 나온 거 최소한 20편을 봤구나 했죠.

 저도 없는 팸플릿이 막 있고, 그 시절의 피크가 을 할 때였죠.

 기분좋은 추억이죠.

 

 

 

배우들을 만나 보면 어쩌면 세계가 따로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요.

노배우들이 보여주시는, 무슨 극단 시절에 무얼 했고,

셰익스피어 원서를 보면서 공부하고,

인간의 심리를 알기 위해 융이나 라캉까지 읽는 세계.

그리고 또 하나는 매니지먼트사를 통해서 데뷔하는 사람들.

타입이 많이 다르죠.

물론 매니지먼트사에 발탁되어서 하는 친구들도

몰입을 잘하고 순발력이 좋은 경우는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근육의 쓰임이라든지 몸을 도구화시켜 가지고

정교하게 이끌어낸다든지

정말로 정통으로 힘 있게 몰아붙여야 될 때라든지

이런 부분까지를 다 해내는 경우는 역시 없어요.

젊은 배우인데 그게 되는구나,

해서 보면 여지 없이 꾸준하게 배워오신, 단련해오신 분들이예요.

 

▶저는 거기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확신이 있는데(웃음) 이런 얘기 길게 하면 결국 자기 잘난 척이 되거든요.

 짧게 말씀드려보자면 대충 타고난 감으로 때려잡을 순 있어요.

 감은 잡을 수 있잖아요, 누구나.

 이거는 말 안 듣고 와일드한 이런 녀석인가 보다 해서 감을 잡고,

 그 감 잡은 것을 끼를 통해 빠져들 수가 있죠.

 쉽게 흥분하고 쉽게 달궈질 수가 있어요. 젊고 끼 있고 그러니까.

 근데 말씀 하신 것처럼 정교할 순 없죠. 뭉뚱그려서 갈 순 있어요.

 물론 정교한 게 더 좋은 거다 그런 뜻은 아니예요.

 그것은 뭐 정답이 없는 거죠.

 근데 저는 시작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연기를 즐기고... 그런 거 있잖아요.

 사람이 늘 사과를 먹는다면 왼쪽으로도 깎아서 먹어볼 수도 있고,

 오른쪽으로도 깎아서 먹어볼 수도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4등분해서 먹어볼 수 있고, 많이 하다 보면

 잘게 잘게 아주 조그맣게 썰어서 오물오물 먹어보고 싶을 수도 있는 거고,

 그전에 통으로 베어 먹을 수도 있듯이,

 사과라는 것을 너무나 자주 접하다 보면

 이래저래 계획을 실행하고 싶어지잖아요.

 그거를 남이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자기는 그러고 싶은 거예요.

 저한테 있어 연기는 그런 거다 보니,

 이걸 정교하게 써는 것과 아닌 것 사이의 우월성, 차별성

 이런 거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남이 안 하는 걸 한번 해보고 싶은 거고.

 좋아하는 일이니까 지극히 정교하게 이성적인 연기를 해서

 더 좋을 때도 있는 거고, 또 이번에는 계산을 하지 않고 감성에 맡겨서

 확 뿜었을 때의 쾌감도 있는 거거든요. 막 이래저래 해본다는 거죠.

 근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좀 단편, 단선적일 순 있겠죠.

 

 

 

결국 어떤 쪽이 우월하다기 보다는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TV드라마는 거의 처음이신데요.

TV 같은 경우엔 사전 정보 없이 무차별적인 대중이 즐기는 매체라

영화와는 또 다른 특성들이 있습니다.

그 점도 감안하고 어떤 시도를 하셨는지요?

 

▶저는 명백하게 제가 움켜쥐고 했던 것 중 첫 번째는...

 안중근이라는 캐릭터를 보고서 매력을 느낀건데, 변화한다는 거죠.

 처음에는 이러이러한 인물이었는데 나중에는 저러저러하게 변화하는 것.

 저는 그것이 또 연기의 매력이라 생각하거든요?

 사이보그가 아닌 이상? 그러니까 처음에는 차갑고 못되고 나쁜 놈 깥았으나,

 알고보니 그런 우여곡절이 있고 그런 사연이 있고

 또 가슴 깊숙이 온정이라는게 있고 그것이 한 여인으로 인해서 되살아나고,

 그래서 처음에는 차가운 사람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따뜻한 사람.

 'A에서 B로 변한다'라는 것을 꼭 염두에 두었구요.

 캐릭터 자체가 그런 허용치,

 허용범위가 넓고 캐릭터적인 장치가 되어 있었지만,

 계산적이랄까 논리적이랄까 초반부가 그런쪽 연기였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감성적인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썼죠. 그런 것들, 캐릭터랑 인물이 변한다는 것 하나.

 두 번째는 TV한다고 제작보고회 할 때 신문과 인터뷰했던 내용인데요.

 잘하고 싶었어요. 당연히. 잘해야겠죠.

 소위 말하는 영화쪽 영역에서 일종의 스카우트가 되어 왔는데...

 아, 이거는 시청률과는 다른 얘깁니다.

 시청률은 또 다른 큰 요소, 요인이 필요한거고,

 그걸 떠나서 배우의 연기력을 보았을 때, 정말 감쪽같다고 해야 하나?

 늘 제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합니다만, 정말 그 사람인것처럼...

 감히 건방진 얘기에요, 이거 잘못 이야기하면 상당히 건방진 이야기인데,

 제 딴에는 뭔가 성의라고 할까요. 뭐랄까...

 정성인거죠. 밥이야 아무렇게나 먹을 수 있잖아요.

 담아서 먹으면 되는거니까.

 근데 정성이 담기면 반찬도 여러 가지 하고,

 국도 찌개도 푸짐하게 공을 들이지 않습니까?

 그런 공을 들이고 싶었고, 뭔가 증명해 보이고 싶었죠.

 

 

 

연기라는 게 결국 함께하는 것이라, 상대 배우와의 합이랄까요.

배우들의 실력이 팽팽하게 맞아떨어질 때

극도의 시너지를 내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테면 실력 차이가 크다든지 해서,

이른바 합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은 작품을 하다 보면 생기기 마련인데 어떻습니까.

심지어는 상대 배우에 따라서 연기 톤이랄까,

뭔가 좀 달라 보이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네...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습니다,

 음, 예를 들자면 이 컵을 그린다고 치구요.

 이것을 입체감응 주고 명암을 줘서

 올록볼록하게 입체적으로 그리는 사람도 있는거고,

 누구는 그냥 테두리만 그릴 수도 있는 것인데...

 테두리만 그린 사람이 난 왜 명암이 입체적으로 안 보이냐고 우기면 그건...

 근데 그런 경우가 있긴 해요. 아, 나도 컵을 그렸는데, 한단 말입니다.

 그럴 때 상대 쪽이 '잘 좀 그려봐~내가 이렇게 했는데

 니가 이렇게 해버리면...

 이건 구성이... 붓 터치는 이렇게 놓으면 않 되잖아~'(웃음)

 이런 경우가 서로 생길 수도 있을텐데...

 예를 들어 만약에 나는 입체적으로 그렸는데

 상대 쪽에선 윤곽만 있었다고 칩시다.

 그러면 너무나 이것은 조화가 안이뤄지니까,

 컵 주변 배경을 좀 다르게 이렇게 한다든지 해서,

 너무 동떨어지진 그림체가 되지 않도록 이렇게 저렇게 묻어가는 경우도 있죠.

 

 

 

이번에 에서 이범수 씨의 표정이 무표정인데

해석의 여지가 굉장히 많더라구요.

화가 난 건지, 체념인지, 지켜보겠다는 건지, 판단 유보인지.

'가능성이 많은 무표정'을 종종 많이 보여주셧어요.

그게 시청자들에게는 긴장감을 주거든요,

그걸 보면서 시청자는 다음 행동이 너무 궁금해지는 거죠.

가령 달희(이요원)와 건욱(김민준)이 포옹한걸

멀리서 지켜보는 장면이 있는데,

다른 멜로드라마 같으면 분노한 표정이나

질투나 이런 게 나올텐데 해석의 여지가 많아서

훨씬 긴장감이 돌앗구요,

예전에는 이범수 씨 연기라고 하면은

경쾌하게 확 뿜어내서 입도하는 식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저 배우에겐 뭔가 더  있을것이다 생각은 했지만),

과연 이번 안중근의 경우 해석의 여지도 넓고 음미할 수 있어서,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기뻐요.

 그런 저 나름대로 의도한 것을 알아주시는 분이 많을수록 기분이 좋은거죠.

 그렇죠. 그랬는지 저랬는지 모르면 재미없잖아요,

 의도한 사람으로선, 뭐냐면 전 연기의 묘미는

 액면 그대로가 아닌라고 늘 생각을 해왔어요.

 연기의 매력은....이건 기초적인 거죠, 지극히.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재미를 유발하는 것은

 액면과 이면이 일치할 때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야,너 날도 추운데 왜 따듯하게 안 입고 춥게 입었어?" 라고

 말하는 게 진심이면 뭐 일단 진심인가 보다 되는거고,

 빈정거리는 거면 말은 걱정하듯이 하는 건데 속은 비웃고 있다.

 이럴 때 보는 사람이 재미있잖아요, 그리고 그걸 듣는 상대가 속아 넘어가서

 "아, 역시 고마워, 내 친구는 너밖에 없어. 내가 너 빵 줄게"이러고

 "아냐, 안 줘도 되는데...."하면서 받아먹고 그러면,

 시청자들은 "어휴, 저 바보, 거짓말인데"이러잖아요. (모두웃음)

 액면과 이면, 인간 심리가 또 그렇다고 생각을 해요.

 인간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액면과 이면이 일치할 때가

 몇 번이나 있나 하는 생각도 해봤거든요?실제적으로?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간에...

 그런 것처럼 안중근의 그런, 해석의 여지가 많았던 부분들이 더 궁금한 거고,

 저 사람뭐지? 하고 다가갈 수 있는 거거든요,

 그 의도가 전달이 되었나 해서 기분이 좋네요.

 그런 맥락에서 연기를 했어요,

 이런 부분들은 감독님께서 주문사힌 것도 있었지만,

 이런 이유로 저 역시 신념을 가졌었죠.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데(입양되었다가 파양된)

끝까지 감추고 있다가 외부에 의해서 밝혀지지 않습니까?

서 과장이 원장이 되겠다는 자신의 목적에 의해

그 사실을 밝히려고 하는데,

초반에는 시청자들이 모르니까

그냥 안중근이란 캐릭터는 성격이 저런가 보다

내지는 '도대체 왜 저래, 저사람은?' 이렇게만 보게 되거든요.

나중에 사건이 터지면서 '아,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설득력을 얻기 위해 중간 중간 장치들이 있는 거구요,

그런데 드라마의 경우는 대본도 촉박하게 나오고

촬영도 빠듯하게 진행되진 않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맥락과 단서들을 계산하고 연기하셨는지요?

 

▶드라마 하면서 느꼈던 건데요.

 대충 윤곽만 알고 가잖아요, 시놉시스만 보고...

 그런데 정말 TV연기야말로 실력을 필요로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주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시놉시스가 'A가 B를 계속 괴롭히자 B는 외국으로 도망간다.'

 이런 거라고 쳐요.

 근데 A가 B를 어떻게 괴롭힐 거야? 막상...그렇잖아요?

 대본의 그 지점에 왔을 때는, 어떻게 괴롭힐지 모르는 거 아니에요.

 제가 과장되게 설명을 드리는 거지만

 무슨 스토커처럼 전화를 하루 100번 해서 괴롭힐 건지,

 아니면 "니가 최고야, 최고야" 이러면서 은근히 장난인지 비웃음인지

 증거는 없는데 불편하게 만들어서 괴롭히는 건지.... 모르는 거잖아요.

 근데 이사람의 캐릭터는 이미 6회까지 진행이 되어 있고,

 근데 이 사람의 캐릭터가 예를 들어 남자답고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어왔는데

 7회 때 몰래 스토커처럼 괴롭힌다. 그러면 얘기가 안 맞잖아요,

 그러 여지가 있겠더라구요. 다 마치고 보니까...

 그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생각한 게 뭐냐면,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직감이랄까, 본능이랄까,

 정말로 감각이랄까 그런 것을 많이 필요로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같은 건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나와 있다 보니까

 뚜렷한 설계도를 보고 가는 거고,

 설계도대로 안 됐을 때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드물죠.

 그런데 TV는 그런게 많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순발력도 엄청난 순발력를 필요로하고,

 또 그 순발력이라는 게 실력이 있어야 나오는 거지....

 근거있는 순발력을 말하는 거죠. 순간순간 끼 부리는 것 말구요.

 그리고 정말 몰입을 해야 하고, 더더욱 집중을 해야 되고,

 그래서 결론은 내 감각에 의존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는데 감독이 번트 사인을 냇어요.

 근데 왠지 투수가 직구를 던질 거 같아. 오늘 감이 좋아,

 번트 안 대고 한번 휘둘러서 홈런 치는 경우도 드라마틱하지만 있잖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선 거죠,

 저 사람이 직구글 던질건지 뭘 던질지 모르겟지만,

 암튼 오늘 타격감이 좋고 정해진 건 없다는 거.

 정해진건 없지만 내가 야국선수라면 지금 노아웃에 주자 2,3룬데

 점수를 꼭 내야 한다는 원래는 번트를 해서 나는 희생되고

 점수는 날 수도 있는 거지만 타자의 직감에 의해서 홈련을 칠 수 있듯이,

 TV연기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장르 자체의 우열이 아니라,

작품 개개의 개별적 완성도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드라마 쪽에 외부적으로 불리한 환경들이 많이 있긴 한데요.

 

▶저는 졸음과 싸우는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거는 진짜...

 그거는 뭐, 좋다 나쁘다 차원이 아니라...

 아니 뭐, 로버트 드니로는 안 재우고 연기시키면 할 수 있니?(모두웃음)

 그건 할 말 없는 거잖아요, 근데... 진짜 저는 충격이었던게,

 새벽4시에 수원에서 끝났는데 서울에서 아침 8시에 집합이야.

 저만 말귀를 못 알아들었어요,

 남들은 '네'하면서 집에 가는데 나는 이게 뭔 소린가

 도대체 4신데 수원에서 집가면 5신데... 씻고 어쩌고 그러면 5시반인데,

 그럼 다시 메이크업하러 나와서 7시에 출발을 해야 하는데,

 그래야 8시에 도착을 하는데... 원래 그렇다는 거야.

 그 말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어요. 원래 그렇다는게.

 나는 TV는 잠을 못 잔다고들 하기에 보통 사람이 7-8시간 잔다면

 한 4시간 정도 자나 보다, 그 정도야 뭐~이렇게 생각했죠.

 그것도 드라마 진행하다가 중반넘어서면 3시간 자나 보다 했는데,

 이거는 뭐 한 3회차부터 그렇게 되어버리니까 깜짝 놀랐어요.

 원래 그렇다는 거야. 스태프들은 어디서 자냐고 하니까

 자기들은 메이크업 이런것 안하고 하니까

 그냥 차에서 3시간 자다가 나온다는 거야. 세수하고, 찜질방에서 자고...

 그러니까 너무나 막 우와~ 하고 대단하단 생각이 드는 거죠.

 그 졸음과의 전쟁이 제일 괴로웠어요. 근데 나만 졸린 건 아니니까.

 사실 뭐 축구선수가 맑은 날만 축구 할 수 있습니까?

 비오는 날도 축구 하는 거지, 그런 생각했었어요.(웃음)

 

 

 

에선 그게 리얼리티를 더 실렸죠.(웃음)

실제로 의사들이 그렇게 피곤하게 산다니까요.

드라마 보다 보면 배우가 어떤 직업을 맡았는데

전혀 그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안 보이는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 작업인으로 보이는 데에는 큰 그림이 중요한데,

이를 테면 피로감 내지는 일로서 받는 스트레스를 풍겨준다거나,

그게 안 붙으면 의사 역할은 리얼리티가 떨어지잖아요,

생명을 놓고 분각을 다투는 삶,

바로 이 의사를 연기한다는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일단 의사들이 좀 차갑죠,

 그것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그 상황이 절대적인 거고  드문 일인데

 의사에겐 일상이잖아요.

 환자들은 평온한 일상에서의돌출된 하루지만,

 의사에게는 늘 자연스런 오늘이잖아요, 그런 구분을 꼭  두고 싶었어요.

 큰일을 크게 다루면 환자의 입장이 되는거고,

 큰일을 그런 일이 있다 하고 대처하면은 일상이 되는 거죠,

 그리고 안중근의 포인트는 저도 그점을 높게 샀는데,

 의료 행위를 최우선시 하잖아요.

 완벽한 의료 행위를 하려 하고,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

 누가 뭐라 하더라도, 욕을 얻어먹든 어쩌든 그런 집념을 지키는 인물이라는 거.

 

 

 

봉달희와 안중근의 멜로 부분이, 단순한 연애 감정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연인이고 스승이고 동료이고....

 

▶저는 참 마음에 들었던 대목이,

 이건욱이 스승을 살리려고 그럴 때 심폐소생술 하지 말아야 된다 해서

 절차 밟아 작성 했잖아요.

 근데 막 봉달희가 (이건욱)편들잖아요.

 (달희가)"의사도 인간인데 어떻게 스승이 죽어가는데 보고만 있냐!" 할때,

 (중근이) "누가 의사가 인간이랬냐!"하잖아요.

 기억나시는 모르겠지만 그때 정말 저는 전율이 일었어요.

 정말, 의사가 어떻게 인간적인 판단을 내리냐 그거죠.

 의사는 의학적인 판단을 내리고 객관성을 유지해야지.

 제가 까먹지도 않아요. "내가 저 환자를 살리고 싶어.

 그래서 항생제를 기준치 이상을 써. 다음 날 죽어." 그런 예를 들잖아요.

 그 대목이 되게 좋았어요.

 

 

 

이 작품을 하시면서 의료인에 대한 어떤 감정도 생겼을 거 같아요.

 

▶그럼요.

 물론 수박 겉 핥기 일 수 밖에 없지만, 의사분들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네.

 

 

 

드라마를 통한 인기는 영화에서 비롯된 인기랑

조금 다른 면이 있는데요.

를 통해서 '버럭범수'라는 애침도 생겨났구요.

또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팬들도 많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영화보다 팝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강도도 세고, 연속성도 있고, 파급력도 크고...

드라마 팬들 사이의 인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결론적으론 상당히 기분 좋고 행복한 건데요.

 풀이해보자면 제가 드라마에 출연해야겠다 생각했을 때

 예상하고 각오했던 거지만, 장르가 당연히 다르니까..

 정말 궁금했어요. 신기하고.

 TV시스템이 말로 들을 땐 이러이러 하다는데 과연 어떠할까?

 잠 안자고 힘들다던데 과연 어느 정도 일까?

 대본이 늦게 나온다는데 과연 어느 정도일까?

 와~ 되게 흥분되고 빨리 부딪혀보고 싶다~

 그런거... 도전하는데 대한 기분 좋은 흥분이 있었어요.

 그리고 시작할 당시에 인터뷰 했던 거지만,

 분명히 나는 이 드라마에서 새로운 경험, 시도,

 제 나름대로 도전이든 확장이든 할 것이고,

 내가 가진 연기 세계에 분명 자극을 받을 것이고,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피드백을 받을 것이고,

 분명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어요.

 그렇게 때문에 드라마 촬영하면서 그 과정들, 결과들, 반응들에 대해서

 저는 밀도 있게 흡수 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TV는 파급력이라든가 그런 게 엄청나니까 영향력이 크니까,

 정확하게 1월 말, 2월 초 되니까.. 그러니까 4회, 6회 나가니까,

 드디어 병원 앞에 소녀 팬들이 찾아와서 응원해주기 시작하더라구요.

 그걸 확실하게 느꼈었어요.

 

 

 

유쾌한 경험이셨을 것 같아요.

 

▶네네, 그럼요.

 

 

 

이건 개인적인 질문인데,

옛날에 재미있게 혹은 감동적으로 봤던 TV드라마가 있으신지요.

최신드라마가 아니라도 괜찬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MBC에 란 드라마가 있었어요.

 그거 되게 재미있었어요.

 네, 이정길, 임현식 선생님 나오는. 어릴 때 빼놓지 않고 보려고 했고,

 저희 부모님도 재미있게 보셨구요.

 TV는 잘 안 보는 편이었는데, 뭐 다들 좋아하지 않으셨나요?

  같은 드라마들.

 

 

 

 

영화나 연극, 드라마를 막론하고

어떤 서사들이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들이 있지 않습니까?

가령 셰익스피어엔 햄릿이나 맥베드 같은 인물들이 있고,

한국 역사 속에는 풍운아라 불리는

이성계나 김옥균 이런 인물들이 있는데요.

혹시 애착이나 관심을 갖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래서 꼭 한번 이건 재창조를 해보고 싶다 하는 캐릭터가 있으신지요.


▶아, 그런 캐릭터...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드라마틱'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면 굳이 TV를 볼 필요가 없죠.

 옆 동네 사람들 구경하면 되니까...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소재로 하되

 그것이 드라마틱하고 변화무쌍할 때 재미있게 보는 거잖아요?

 그런 기가 막힘이나, 변화무쌍함이나, 기구함이나..

 그런 변화의 폭을 즐기시는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볼 때 드라마틱한 인물들,

 예를 들어서 장군으로 따지자면 백제의 계백 장군이 있겠고,

 또 신라에는 김유신 장군이 있고, 아니면 주몽 같은 인물도 매력있는 인물이죠.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어요. 제 역사적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는데,

 저는 고주몽의 둘째아들이 백제로 내려 온 걸로 알고 있는데,

 온조가...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온조의 삶도 독특할 것 같아요.

 온조가 고구려에 있었으면 차남이기 때문에 왕이 못 됐을 텐데,

 자기 나름대로의 삶을 찾아 내려와 독립한 거 아닙니까?

 백제란 나라를 세웠고... 그런 온조의 모습도 멋있죠.

 뭐, 지금 즉흥적으로 생각했습니다만 그런 인물도 매력 있을 것 같구요.

 많은 설화 속에 나온 인물들이 다 매력이 있죠.

 사극에 대한 제안이 꽤 있었지만 서둘러서 하고 싶진 않았어요.

 연극을 베이스로, 발성을 베이스로 한 배우들이

 사극에 잘 적응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나름대로 자신도 있고 재미있는 건 알지만,

 연륜을 필요로 하는 거기 때문에 아직은 아닌 것 같단 생각에서

 사양하고 양해를 구하고 그랬는데... 아무튼 매력있는 장르죠.

 

 

 

혹시 가까운 시일이 아니시더라도,

먼 훗날 다시 배우 이범수의 '햄릿'을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을까요.

풍문으로만 전해 들은거라서, 정말 궁금합니다.

굉장히 독특하고 어딘가 다른 햄릿일 것 같기도 하구요.

 

▶당연히 이렇다 저렇다 장담할 순 없지만,

 제가 오랜만에 그냥 한번 해봤다, 라는 정도로 의의를 두긴 너무 아쉽구요.

 관객과 제대로 어우러지고 또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잘해내야 되니까,

 제가 연극이란 무대에 서게되면.. 당연히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하겠죠.

 뭔가 제대로 관객에게 사랑받고자 노력할 텐데,

 그것에 어울릴 만한 작품을 택할 것 같습니다.

 햄릿이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좋은 소재일 수도 있고...

 

 

 

차기작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혹시 염두에 두신 작품이 있다면 살짝 힌트나 키워드만이라도...(웃음)


▶아(웃음) 정말로 그렇지 않아도...

 시나리오들을 빨리 읽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구요.

 뭐랄까요?

 분명한 거는 뻔하든지 구태의연하든지 그런 건 좀 흥미가 덜하겠고,

 기발함이든 신선함이든 그런 게 있는 것들을

 누구나 우선적으로 좋아할 테니까.

 안중근의 역할이 제 개인적으로도 신선하게 느껴지고 그랬듯이...

 분명한 건 제가 어떤 역을 또 하든 이왕이면 또 다른 새로움이랄까?

 이런 걸 나름대론 늘 추구해왔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추구하는 폭이 클지 작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바쁜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취재 최원택.박현정 / 글 박현정

 

 

 

 

 

출처 - 이범수 공식 팬카페 Little Tiger

       http://cafe.daum.net/bumsoolove

 

* 타이핑 : 도로시☆은혜, 범수홀릭증후군☆문새별, 평구 ♥ 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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