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등락시점 아는 것은 인간의 능력 밖… 마켓타이밍 의존 말아야
피터 린치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마젤란 펀드를 13년간 운용하며, 같은 기간에 2,700%라는 엄청난 수익률을 올린 전설적인 펀드매니저다. 더욱 대단한 것은 13년간 단 한 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87년 주가 대폭락 시기에도 린치는 플러스 수익률로 한 해를 마감했다. 아직도 이 기록은 미국 내에서 깨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빼어난 수익률을 내면서 린치는 한 해도 수익률 랭킹에서 상위 10%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린치가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한 해도 돈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린치에게 돈을 맡긴 고객들은 아마도 행복한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린치에게 투자하는 고객 중 절반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금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겼는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것은 수익률이 좋을 때 펀드에 가입하고, 나빠지면 환매를 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주식을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것과 같다. 펀드 투자자들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마켓 타이밍에 따라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객관적인 자료나 투자 대가(大家)들의 경험을 보면, 마켓 타이밍에 따른 투자는 의미 없어 보인다.
이기는 게임보다 지지 않는 게임을
1980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의 대표 우량주 500개로 구성된 ‘S&P 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은 17.6%다. 이 기간에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10일간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은 12.65%로 낮아진다. 만일 수익률이 높았던 20일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수익률은 9.3%로 더욱 떨어진다.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30일간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으면 수익률은 6.5%로 떨어진다.
미국 샌포드 번스타인 & 컴퍼니의 연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1926년부터 1993년까지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60개월간 평균 수익률은 11%였다.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60개월은 1926년부터 1993년까지 전체 기간의 7%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었다. 60개월을 제외한 나머지 93% 기간의 수익률은 평균 0.01%에 불과했다. 전설적인 가치주 펀드인 트위드 브라운도 자신들의 오랜 투자 경험을 통해 ‘투자 수익의 70~80%는 전체 보유기간의 6~7%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샤프 교수도 다르지 않다. 샤프 교수는 “시장 타이밍을 쫓는 사람들이 매수 후 장기 보유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수익률을 내려면, 주식시장이 나쁜 82%의 시기를 정확히 맞혀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이런 짧은 시기를 누가 맞힐 수 있단 말인가.
투자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자산배분, 마켓 타이밍, 종목 선정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중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 마켓 타이밍이나 종목 선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증적 연구에 따르면 투자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자산배분다.
미국의 개리 브린슨 등이 1974년부터 1983년 동안의 연금 플랜을 분석한 결과, 자산 배분이 투자 성과의 91.5%를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각 연금 플랜의 분기별 총 수익률을 자산배분 정책, 시장예측, 종목선택으로 나누어 파악한 것이다. 연구 결과 종목선택과 시장예측은 각각 4.6%, 1.8%의 영향밖에 미치지 못했다.
린치의 경험과 주식시장 수익률에 관한 각종 실증적 분석은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제공한다. 첫째, 마켓 타이밍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주가가 언제 오르고 내릴지는 인간의 능력 밖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흔히 전망을 토대로 한 투자는 기쁨보다 불행을 많이 가져왔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실제 수익을 내는 과정에서도 마켓 타이밍보다 자산배분이 더 큰 역할을 했다. 이는 주식형 펀드를 자신의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비중은 다르겠지만,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일정 비율의 주식형 펀드를 편입해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인 트위드 브라운의 크리스토퍼 브라운은 “주식시장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주식시장 밖에서 바라보고만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이익이다. 마켓 타이밍으로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주식시장의 등락을 인내하며 장기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돈을 버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둘째, 수익률 1위보다 잘 잃지 않는 스타일의 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이다. 피터 린치는 13년 동안 단 한 번도 수익률 1위를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금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라는 격찬을 받았다. 그것은 그가 단 해도 돈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복리 효과 때문이다.
투자성과 제1요인은 자산배분
수익률의 함정을 보자( 참조). ㄱ펀드와 ㄴ펀드의 10년 단순 평균 수익률은 50%로 같다. 그런데 누적수익률로 보면, ㄱ펀드는 -68%, ㄴ펀드는 60%를 기록했다. ㄱ펀드는 손실을, ㄴ펀드는 수익을 낸 것이다. 왜 단순 평균수익률은 같은데, 장기 누적수익률에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수익의 재투자, 즉 복리 효과 때문이다.
ㄱ펀드는 한 해 수익을 낸 후 다음 해에는 전년도에 발생한 수익으로 손실분을 메워야 한다. 수익을 재투자할 수 없는 구조다. 반면 ㄴ펀드는 큰 수익은 나지 않았지만 한 해도 깨지지 않았다. 때문에 발생한 수익이 매년 재투자된 것이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것이다. 설사 잃더라도 조금 잃어야 한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자민 그레이엄은 제자들에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두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쳤다. 규칙 제1조는 돈을 잃지 말라. 규칙 제2조는 규칙 제1조를 명심하라.
이런 식의 접근법으로 45년간 고객들의 자산을 721배로 불려준 인물이 있다. 바로 그레이엄의 제자 중 한 명인 월터 슐로스다. 슐로스가 올린 수익률은 연 평균 15%. 슐로스는 15%의 수익률로 고객들을 큰 부자로 만들어주었다. 이기는 게임보다는 지지 않는 게임으로 투자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슐로스와 린치의 경험은 우리에게 펀드를 고를 때 ‘수익률 1위’보다 잘 잃지 않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때문에 설정된 지 얼마 안 되는 펀드보다는 설정 기간이 긴 펀드를 많이 보유한 자산운용사의 펀드 중에서 투자 대상을 고를 필요가 있다. 이들 회사의 펀드 중 과거 3년 이상 된 펀드의 수익률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들쭉날쭉 하지 않고 꾸준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면, 일단 합격점에 들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일부 투자자들은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환매를 한 후 다시 주가가 빠지면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시장이 이렇게 자신의 생각대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히려 그 시간에 좋은 펀드를 찾아 장기 투자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