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한승민 |2007.05.20 02:46
조회 22 |추천 0

낯설다.

그래서 다행이다.

이 사람 정체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몇집 가수나 몇권의 작품을 낸 작가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기 마련이다.

물론 은희경씨도 냉소라거나 현학적이라거나

은희경류의 몇가지 특징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분위기가 계속해서 변한다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든다

이번에 또 다른 느낌이다.

 

의심을 찬양함

토끼이론. 제멋대로 뛰기때문에 잡을수가 없다

다음 순간에 어디에 있을지 알수없다

쌍둥이라는 소재. 도플갱어와 그들의 대리심리

기억과 그것을 이루는 정보 의도와 그로인한 정보조절.

그런 이야기들이다. 암묵적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정보들

그것의 의미와 의미부여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짐작과는 다른 일들. 이라는 쫌 의도적인 농담

(예전 소설의 제목이었다) 은근슬쩍 끼워넣는 재미랄까

 

 

고독의 발견

고시생의 이야기. 착한 어린이의 이야기.

모호한 꿈에 대한 이야기. 꿈을 주는 난장이의 이야기

역시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고독은 현재형이라서 과거속에서는 다른 형태로 각인되었다가

회상과 재인에 의해 끄집어나온다. 고독. 과거의 고독의 발견

고독이라면 뭔가 분위기 있어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현대인이 떠맡고 있는 영원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다들 고독에 많이 익숙해져 있으며

그걸 비정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니깐.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보띠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이 그림 작년인가 무슨 그림책을 사고 부록으로 엽서를 받아서

편지를 쓰고 했는데. 그냥 비너스고. 탄생이고. 별의미 없었는데

그림 한장으로 소설이 나오는군. 이런 형식은

또 작년에 봤던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라는

어떤. 명화 하나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객관반 주관반으로

구성했었다. 그건 별로 아릇해서 싫었는데

원시인의 유전자와 사회화된 현재의 나의 관념속의 이상

잘 보이고 싶다는 것. 나를 벗어나고 싶다는 것.

목적. 혹은 목표

그런 것들이 짧은 삶을 이끈다

얼마나 정당한 것인지는 밀어두고서

사실. 내용이 마음에 별로 들지는 않았지만

제목이 좋아서 타이틀로 쓴것은 마음에 든다.

 

 

날씨와 생활

이번 소설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나는 나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나로써 겪는 일들에 나로서 의미를 붙이는 그런 과정들

특별히 내가 호기심이 많았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구라도 그런 무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있지 않나

결국 내가 주인공이었군 뭐 이런 식으로

세상을 미묘하게 스치고 있는 것들이 나에 대한

의미를 가지고 방향성을 가진다.

하지만 현실은 빚쟁이뿐.

꿈은 꿈에서 멤돌고. 꾸미기 나름이다 삶이건 꿈이건.

 

 

지도 중독

곰이 된 사람. 사람이 된 곰

변화에 의인화와 의곰화에 숨겨진 의도들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고독의 발견에서 문에 '문'이라 써붙인 그 꼰꼰함에서

뒤집어진 곰을 보면서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은

멀리멀리 짜여진 하나의 구도다.

문을 열고. 산맥을 밟는 행위가 아니더라도

살짝 떨어져보며 흔들어보면 답이 아니더라도 길은 나온다

접혀진 지도의 원점.

지도에 대한 단상들은 이번 작품집의 큰 흐름이다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

하지만 결론은 위치라는 것은 접어서 헤지도록 정해두어도

결국 구멍이 뚫리고 어딘지 알수없게 되는 법이다

북극성을 보듯이 따라갈수 있는 버틸수 있는 길은 되지만

해답이란 것은 애당초 없다, 결국 그려나가는 것일 뿐이다

아무리 지도 자체를 외고 외어도 볼때마다 새롭다.

길이라는 것은.

 

 

유리가가린의 푸른 별

"세상 사는 일에 익숙해 진다는 것이

어쩌면 틀을 갖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일종의 삶의 메뉴얼 말이다.

아무리 복잡한 일도 틀에 집어 넣으면 단순해 진다.

 

나는 젊은이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젊음으로 돌아가서 그 힘든 관정을 되풀이 해

다시 이곳으로 오는 것보다는

이지점에서 내가 가진 것을

충분히 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나이를 받아 들이지 못한 채

늙어가는 사람들은 자기 연민이 많고

따라서 점점 고독해 질 수 밖에 없다"

 

유리가가린은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

지금은 해체되어버린 소련인

지구는 푸른 별이었다 라고 외친 것이 유명하지

내가 어릴때 읽던 과학관련 서적에서 봤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지구는 푸른 별이었다."

이것은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나역시 나자신도 모르는 영역에 발을 담그고

마음을 담그고 나만의 감각만을 믿고 사는 것처럼

지구라는 것이 무지개색인지 노란색인지도 모르고

그냥 살아가고 있다.

그건 관성화된 자아의 발견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 것이다.

 

정말 존경하고 감사한다. 이 분.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