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니키드 상팔의 타로공원을 찾아서 1편

최선아 |2007.05.21 15:00
조회 60 |추천 0

출처 :  위민넷 파워칼럼


 

  토스카니를 찾아서
니키 드 상팔이 토스카니 지방에 만들어 놓은 꿈의 동산, 타로 공원에 도착한 것은 그에 관한 글을 쓰면서 꼭 들러보리라 맘먹은지 4년 만이었고 물리적으로는 파리에서 피렌체 행 야간열차를 탄지 꼬박 60시간 만이었다.여러 차례 엉덩이를 들썩이며 애닳았지만, 혼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던 상황으로서는 빠리에서 왕복시간만 사나흘이 걸리는 혼자여행이란 그저 꿈일 뿐이었고, 함께 여행은 경비문제 때문에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후로 내게 타로 공원과 토스카니 지방은 가슴에 안고 사는 숙원의 땅이 되어버렸다.그 태양의 땅에서 태어난 라파엘과 그의 딸이자 태양의 딸인 파트리샤를 만나게 된 것도 우연만은 아닐 것 같았다. 파트리샤는 저소득층을 위한 마을여행에서 한자리에 앉게 된 인연으로 친하게 되었는데 아이들끼리는 이미 한 반에서 가까이 지내는 친구였다고… 이태리계 친구들이 그렇듯 그녀는 큰소리로 웃고 늘 밝은 얼굴로 따뜻했다. 생일도 같고 성정도 비슷해서 금방 가까워졌으며 여행지 내내 붙어 다니며 곳곳을 모험했다. 어느 날 그녀는 빠리 근교에 사는 아버지에게 나를 소개하고 싶다며 친정으로 나를 초대했다. 아버지이자 태양의 신사인 라파엘이 섬세한 배려로 준비한 그날의 식탁과 즐겁던 대화들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임파선 암의 말기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이태리 남자면 원조마초가 아니냐는 나의 농담에 정다운 웃음으로 응수하던 그는 서너 시간 동안 이어진 식사를 일일히 서빙했다. 파트리샤와 라파엘은 어머니의 땅 토스카니와 피렌체를 몹시 그리워하고 있었고 난 그들에게 꼭 그곳에 들러서 태양의 소식을 전하리라 약속했었다. 하지만 번번히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라파엘은 암과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고 아버지의 임종을 앞둔 딸은 우울증과 약물로 몸이 부풀어가고 있다. 만일 서울의 그녀들이 없었다면 난 이번에도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을 터였다.  나눔 경제학
지난 여름. 몇 가지 문제들 때문에 다시 프랑스로 날아가기 전날 밤. 이러저런 일정들로 여행가방조차 제대로 싸지 못했는데 S선배가 급히 만나자는 전갈이었다. 안국동 어딘가에서 H등과 함께 만났을 때 선배는 하얀 봉투를 건냈다. 눈이 휘둥그런 내게 “여비에 보태!”. 여의치 않은 사정을 훤히 알고 있던 터라 망설여졌다. 그러나 돈이라는 것은 필요한 이들과 나누고 순환시키면 천만 배로 가치가 늘어나더라는 나눔 경제학의 기적에 눈떠가던 나는 하얗게 빛나는 봉투를 넙죽 가슴에 안았다. 겨우 참아 누르던 속눈물이 흘러내린 건 뒤이어 뛰어온 L 때문이었다. 잠깐 얼굴이나 보자던 그녀 역시 흰 봉투를 건네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먹먹해져서 마냥 취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토스카니가 어떤 땅인지 그들에게 뇌이기 시작했다. 취기가 더해가면서 우리가 그곳에서 만나는 것은 운명과도 같은 일이 되어버렸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함께 모이자고 손가락을 건 뒤 우리는 헤어졌다.
결국 그날의 그녀들은 이태리로 오지 못했고 프랑스 체류시절의 애환을 함께 나눈 후배 M이 그들을 대신했다. 돌고 돌던 돌아버릴 여정
프랑스 국경을 넘어 이태리로 들어오는 일이 녹록치는 않았다. 이태리로 들어가는데 여권이 별 필요치 않았던 옛 경험상 여권 카피만 들고 나온 것이 사단이었다. 밀라노를 코앞에 두고 국경 초소 앞에서 우리들은 다시 출발지 파리로 되돌려 보내졌고 천신만고 끝에 다시 피렌체로 도착한 것은 꼬박48시간 만이었다. 검은 피부 아래 흑단보다 검은 선량한 눈동자가 빛나던 고요한 세 명의 아프리카 청년들과, 딸아이를 국제 랭기쥐 스쿨에 보내기 위해 혼자 몸으로 밀라노까지 와서 일한다는 모스크바의 다정한 여인 자네뜨.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무고함이 합리적인 이태리 정부에 전달될 거라며 희망을 잃지않던 우리. 이렇게 여섯은 긴시간 이태리초소에 억류되었다가 비정한 스위스 경찰의 철창차를 거쳐  다시 프랑스 경찰들에게 인도되었다. 피로와 분노에 지쳐 출발지였던 빠리 동역에 되돌아온 우리는 유학생활이 서럽거나 몸 고달플 때 위로 받던 베트남 쌀국수 생각이 간절했다. 매운 칠리 쏘스를 벌겋도록 부어서 열을 내며 먹어치우곤 다시 의지를 일으켜 피렌체행 밤기차에 몸을 실었다. 물론 이번엔 여권을 신주처럼 챙겼다. 우피치 보물들과 바꾼 타로 공원
조금 과장하자면 평생 매일 보아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보물로 그득한 우피치 박물관. 하루만이라도 더 보고 싶던 소망을 모질게 접고(국경 두번 넘느라 그대로 빼앗긴 하루가 이렇게 뼈아플 수가!!!), 나는 이튿날 피사에서 그로세토로 가는 기차를 갈아탄다. 발돋움이라도 하면 피사탑이 보이기라도 할 것처럼 목을 뽑아 두리번거리다가 엽서 두어 장 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시간이 없는데 기차는 오질 않는다. 연착은 일상인 듯 무심한 승객들은 여전히 시끄럽고 즐겁게 수다 중이었고.
언제 도착할 수 있을지 그날로 돌아 올 수나 있을는지…오직 거기 도착해야 한다는 의지 외에는 참 무모하기도 한 여정. 하지만 난 그곳으로만 향한다.왜 이 곳 토스카니가 치유의 땅인지 안다. 야트마한 언덕들이 높낮이를 달리하며 하염없이 이어지고, 이 지방 특유의 석회석으로 지어진 연한 황토빛 파토리아 지붕들이 드문드문 꽃닢처럼 피어있는 구릉 사이로 장하게 뻗은 실편백의 초록이 지친 영혼들을 위로한다. 눈물로 몸이 젖고 아픔이 고름이 되어 흐르는 영혼들을 태양빛과 훈풍으로 말려 뽀송하게 해줄 것만 같은 구원의 땅. 이곳에 친구들을 불러내어 우리들의 젖은 영혼들을 하염없이 널어두고 꺄르르 하얗게 웃고 싶었는데... 왜 나의 그녀들은 여기 없는가. 기차는 달려가고 나는 토스칸의 하늘 아래 나의 그녀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본다. 그녀들 모두를 품에 안고 나는 달리고 있었다.
 (to be continue~!) 출처 :  위민넷 파워칼럼 =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공익포털사이트 위민넷에서는 12인 12색 파워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여러 재미있는 칼럼이 쏟아지는 위민넷 파워칼럼!! =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