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많은 시청자들의 의견은 이 드라마가 마치 ‘80년대 드라마’ 같다는 점을 약점으로 들었습니다. 초반의 구성에서 다소 이런 면들이 보여졌지요. 범인을 잡는 과정이나 이를 그려내는 방식에 있어서 내용이 좀 그런 면이 없잖아 있었구요. 말하자면 구구절절 설명하는 부분이라거나, 뭐 솔직히 속이 좀 빤히 보이기도 하잖아요. 닭살스런 대사들도 좀 그렇구요. 게다가 때에 따라 좀 과하게 들어간다 싶은 음악은 감정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도 주곤 했었지요. 그런 것들이 ‘80년대 드라마스러움’에 일조했지요. (마지막 장면도 좀 낯간지럽기는 했어요. 나래이션도 그렇고.)
또한 초기에 주연 배우들의 캐릭터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이유도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강력팀의 여 형사라는 차수경의 캐릭터가 시청자들을 초반에 끌어들일 수 있는 메인의 역할을 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확 사로잡을 만한 매력이 없었지요. 게다가 초기에 주연 배우인 고현정의 연기력을 두고도 말이 많았었지요. 좀 붕 뜬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생각해보면, 사실 강력계 여형사라는 캐릭터는 좀 다층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움이 있는 캐릭터입니다. 아무래도 현실에 흔하지 않은 캐릭터다 보니 윤곽을 잡기가 좀 어려운 점이 있지요. 애매하게 그려질 수 밖에 없었던 점에 대해서 이해는 합니다만, 아쉬운 건 사실이에요. 이처럼 초기에 차수경의 캐릭터가 극에 밀착되지 못한 채 좀 부유했던 것도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처럼 초반에 캐릭터들이 안정을 찾지 못했던 1,2회 동안 시청자들은 [히트]를 기다려 줄 수 없었습니다. 초반 몇 회에 성패가 갈리는 드라마의 현실에서 초반에 시청자를 끌어당길 매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은 치명적 요인으로 작용했지요.
또 다른 [히트]의 아쉬운 점은 중간 중간 다소 힘이 빠지는 듯한 에피소드들이 존재했다는 점이지요. 극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일종의 리듬을 타면서, 숨 고르기의 역할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때로는 맥이 좀 빠진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어설픈 구성이 보이는 에피소드들이 존재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구요. 위에서 지적한 ‘지극히 눈에 보이는’플룻에 긴장감이 없었던 몇몇의 에피소드들이 특히 그랬지요.
올드(old)한 방식의 몇 가지 이야기를 비롯한 위에서 지적했던 요인들이 [히트]를 대중적 성공에서 멀어지게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10% 중반대의 시청률을 두고 실패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공 또한 아니었던 것 같아요.) CSI의 화려한 그래픽과 세련된 연출을 이미 보고,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히트]가 보여주는 방식이 만족스러울 리 없지요. (뭐, 물론 CSI를 무조건 적으로 한국 드라마에서 기대해도 곤란하겠지만요.)
하지만, [히트]가 가지는 미덕도 충분히 있었어요. 그리고 이러한 장점들은 제법 단점들을 잘 커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우선 지나치게 멜로를 중심으로만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저는 [히트]가 시작하고 초기에 ‘형사물의 탈을 쓴 성장물’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실제로 [히트]의 큰 이야기 축 중에 하나가 차수경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딛고 업그레이드 해 가는 과정이었지요. 그 과정에서 여 주인공인 차수경은 결코 새 연인에게만 기대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여성 주인공을 앞세우면서도 그 여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과의 멜로 라인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주로 변하는 것을 그렸지만, 적어도 [히트]는 그 함정에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사실 [히트]의 경우 그럴 함정에 빠질 여지는 더 많이 있었어요. 상처를 가진 여 주인공 (사실상) 원톱 체제의 드라마였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고현정이라는 빅 스타를 내세웠으니 어쩌면 멜로로 빠져 이야기를 진행시키기가 더 쉬웠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함정에 빠지지 않고 균형을 잘 잡아 냈지요. 오히려 비중이 작다 싶을 정도라고 생각 될 때도 많이 있을 정도였거든요.(심지어 마지막엔 침착하게 몸소 남자 주인공을 구해주기까지 하시더군요.)
멜로에 치우치지 않기 위한 돌파구로 [히트]는 ‘팀원’들을 택했습니다. 팀원 각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살리고자 했지요. 이처럼 고현정 개인이 아니라 ‘히트팀’ 전체의 균형을 중시한 형태는 여러모로 좋은 시도였습니다. 실제로 차수경이 상처를 딛고 성장해가는 과정에는 이 팀원들의 영향도 컸거든요. 팀을 구성하는 각 형사들의 캐릭터를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각 캐릭터가 중심이 될 만한 에피소드들을 진행했지요. 이러한 에피소드들 중 힘이 약한 부분이 있었지만, 극 전체로 봤을 때는 한결 풍성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는 극의 재미로도 연결된 부분이 있구요.
주인공만을 절대적으로 강조하지 않고 조연에게도 고른 비중을 부여함으로써, 멜로라는 함정에도 빠지지 않았고, 극도 좀 더 다양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히트]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라고 생각해요.
또 [히트]는 큰 줄거리로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기존의 미니시리즈와는 다르게 여러 에피소드를 사용하면서 시즌제 드라마의 형식을 꾀하기도 했습니다. 이 면에서는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평하기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해 보고 테스트 해 봤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몰아치는 힘을 가진 몇 에피소드들은 정말 보는데 긴장감이 들기도 하더군요. 빤히 보이는 데도 조마조마할 때가 있다고 해야 하나요. 특히 초반에 배도건을 잡고 난 뒤, 자신의 옛 애인인 한상민 형사를 죽인 흉기를 그리라고 할 때 무슨 ‘사고’가 터질 것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괜히 조마조마 하더라구요. 그런 긴장감을 잘 만들어 냈어요. 구구절절 설명하는 부분들이 좀 거슬리기는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결코 맥 빠지게 만든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히트]의 가장 큰 공은 아마 ‘대본’으로 돌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중,후반부를 거치면서 안정을 찾아가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연출도 나쁘지만은 않았지만 이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있어 균형을 잘 맞춘 ‘대본’의 공 만큼은 아닌 듯 해요. CSI와 같은 드라마의 형식은 일정부분 차용하면서도 내용 만은 차별화를 꾀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무엇보다 돋보입니다. 팀을 중요시하고 각 캐릭터를 강화시킨 모습이나 에피소드를 나열한 방식의 진행은 외국의 시즌제 드라마들과 흡사한 부분들이 있지만, 그 내용 만은 되도록 한국 정서에 맞는 것을 고르려고 애 쓴 모습들이 보이거든요. 시도 할 만한 것은 시도하고, 아닌 것은 충분히 새롭게 구성해 낸 것이지요. 그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부여하면서도, 기본으로 깔린 ‘한 사건’의 끊을 놓치 않음으로써 막판에 밀도 있는 이야기를 구성 해 냈지요. 역시 다소 뻔한 부분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말끔하게 정리도 된 것 같구요.
종반부에 이르러 차수경이 냉철해 지면서부터는 좀 더 수사물이 가지는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물론 백수정을 쫓는 과정에서 다소 맥이 빠지는 부분들도 있기는 했지만, 위태 위태 무너질 듯 하면서도 이야기를 잘 지켜가고 재미를 완전히 잃어가지 않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작가의 역량이 자칫 중심을 잃을 수 있는 이야기를 조심 조심 잘 통합해 나갔고, 안정감을 찾기 시작하면서 배우들도 연기를 잘 해 줬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몇 몇 좀 ‘뻔히’보이는 구성들은 스릴러나 수사물만이 가질 수 있는 강한 호기심이나 긴장감을 약간은 반감시키기도 했지만 극에 대한 온전한 흥미를 잃을 정도는 아니었구요.
[히트]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드러냄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길과 과제를 동시에 알려준 셈입니다. 그래도, 첫 발자국 치고는 괜찮았다고 평하고 싶네요. [히트]야 말로 좀 더 준비하고 다듬으면 시즌2가 나와도 꽤 괜찮은 드라마가 될 것 같아요. (사실 마지막 장면에 시즌2의 초석을 닦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지금과 같이 에피소드의 형태를 띠고 있다면 이전에 시도 되었던 시즌제 드라마들이 겪은 실패의 길을 겪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거든요. 물론 여기에는 막 종영한 [히트]가 드러낸 약점들을 충분히 보완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