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25)이 프리미어리그 입성 1년 만에
연봉 280만 파운드(약 51억 원)를 받게 됐다.
지난해 200만 파운드(약 37억 원)의 몸값으로
맨유와 인연을 맺은 박지성은 구단과의 재계약 협상을 통해
무려 40% 인상분을 챙겼다.
세계적인 명문 클럽 맨유에서 베스트 11에 드는
고액 연봉자가 된 박지성.
아버지 박성종 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재계약 협상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본다.
에이전트 변경 문제로 속앓이를 했던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 씨는
FIFA 에이전트 자격이 있는
JS 리미티드 관계자들과 재계약 협상 첫날 구단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에이전트사 변경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된 걸 잘 알고 있는
구단 측에 대리인을 소개해주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런데 데이비드 길 사장은
박 씨를 환대하면서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했고
또한 “우린 이미 이전 에이전트사였던 FS코퍼레이션으로부터
재계약과 관련된 그들의 입장을 전달 받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선수의 생각이고
사인도 선수가 하면 되는 것이니
마음 편히 협상하면 된다”고 친절히 설명해주었다는 것.
특히
길 사장은
박지성이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쳤고
구단 입장에선 그에 걸맞은 연봉 인상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은 퍼거슨 감독과 이미 상의한 상태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맨유 측에선 처음에 5년 재계약을 원했다.
그러나 박지성 측에서 계약 기간이 너무 길 경우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1년을 줄인 4년을 제시했다가
계약 직전에 5년 계약을 맺었다.
인상폭을 조절하는 부분에서도 큰 무리 없이 진행됐다.
맨유 측에선 20% 인상폭부터 시작했다.
박지성 측도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라
크게 당황해 하지 않으면서
50% 정도는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주일 동안 세 차례 협상을 가지면서 40% 선까지 내려왔고
결국 40% 상승된 280만 파운드에 연봉이 결정됐다.
박 씨는
“재계약 협상에 들어가기 전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다”면서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자였다”고 말했다.
즉 액수가 많이 차이 나지 않는다면
순조로운 협상을 통해 재계약을 빨리 마무리짓자는 게
박지성 측의 입장이었던 것.
박 씨는 또한
“우리가 2~3일만 더 버티면 50% 정도는 됐을 것이다.
그러나 돈에 얽매이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싫었고
지성이도 구단의 배려가 느껴지는 수준이라면
사인을 하자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협상 마지막 날
데이비드 길 사장이
박지성 측에 전달한 메시지다.
만약 올 시즌 박지성이 맹활약을 펼쳐
이번에 계약한 내용이 마음에 안 들거나
조금이라도 억울해진다면
구단 측에서도 충분히 검토하고 배려를 해줄 수 있으니까
그땐 주저 없이 자신의 방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박 씨는
“맨유에서 지성이를
선수로서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걸 느꼈다”며 흡족해 했다.
맨유와 만족할 만한 재계약을 마친 박지성은 어떤 심정일까.
몸값이 올라간 만큼 부담도 크고
책임이 막중해지는 건 당연지사.
특히 프리미어리그 2년 차를 맞는 박지성으로선
올시즌 겪어야 하는 주전 경쟁, 생존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협상을 마친 날 저녁에 박 씨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난 시즌 네가 뛴 경기들을 보면
맨유에서 3년 동안 뛸 경기를 다 뛰었다고 생각할 만큼 경기 수가 많았다.
올시즌 60경기 있다면 20게임만 뛰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마음 편히 가져라”는 부탁이었다.
한편 박 씨는
FS 코퍼레이션과는 더 이상 합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말은 에이전트와의 계약 해지 문제가
법정으로 확대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설명이다.
“지성이나 내가 마치 돈 때문에
에이전트를 배신한 것처럼 비춰진 부분에선 정말 할 말이 많다.
인간적인 관계까지 깨고 싶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왔다.
지성이가 이번 일로 이미지가 실추돼서 광고를 못 찍게 돼도 전혀 상관없다.
어차피 지성이는 축구를 통해 인정받길 원했고
또 그렇게 할 것이다.
돈 많이 받는 유명 선수라고 해서
세상살이가 모두 유리한 건 아니다. 이번에 그걸 절실히 깨달았다.”
또한 박 씨는 박지성의 연봉 280만 파운드가 세금이
포함된 액수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웃으며 이런 내용을 덧붙였다.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액수라면
우리 아들이 너무 많이 받는 거죠.”
이영미 기자 bo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