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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1993)

고민정 |2007.05.28 16:31
조회 59 |추천 0


 

# HELLO STRANER

 

감독 : 임권택

출연 : 오정해( 松花)

        김규철( 동호)

        김명곤( 유봉)

        신새길( 금산댁 - 동호어머니)

        안병경( 낙산거사)

 

       

# 한, 恨의 민족

 

한 [恨]  [명사] 몹시 원망스럽고 억울하거나 안타깝고 슬퍼

응어리진 마음.

 

예부터 우리 조상을 가리켜 흔히들 '恨의 민족' 이라 하였다

' 저 어린 것이, 恨 이 뭔지나 알고 저렇게 서럽게 부르는가? ' 

판소리에 문외한인 우리가 듣기엔 그저, 소름돋을 정도로 신기할

따름인 그녀의 소리. . . 하지만 당신의 마지막 희망 이기에,

그 어린 딸 에게, 소리에 恨 을 실으라는 아버지. . .

 

이런 상상을 해 본다

 

'恨' 이란 것이 우리 고유의 정서라 한다면,

현재 '세계화' 의 미명하에 논의중인 한미 FTA 협상이

이제는 우리가 '한 국가의 정신' 이라고 일컫는

'문화' '교육' 부문에 까지, 점차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른바 국경없는 사회

 

그렇다면 머지않아 훗날, 

이 '恨' 이란 정서를, '한국인' 이 아닌 '외국인' 도,

우리와 같이,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더 나아가, 

우리 땅, 우리의 후손에게,

이 '恨' 이란 정서가 여전히, 그대로 전해질 것인가? 

 

사실 나도, 나 자신도, 누군가 '恨' 이 뭐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곤란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를, '문학'을 왜 배우는가?

 

'한글' 을 갓 익힐 무렵 부터 우리는, '한국인' 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인의 정신'이 깃든, '한국의 역사' 그리고, ' 한국의 문학' 을 배워왔다 

 

그러면서 그 '恨' 이란 정서를, 간접, 체험해 왔기에, 명절이면 간간히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그 뜻 모르는 판소리에 가슴이 뭉클해지곤 하였고,

늦은 밤 조수미의 OST와 함께, 이미연이 나오는 <명성황후> 를 볼 때면

괜한 서러움이 밀려왔다

 

여기서, '한국인' 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 한 편을 추천한다

철 없던 시절( 아! 지금도 철은 덜 들었지만 +_+), 왠지 어두침침한 배경에,

알 수 없는 '소리' 만 연신 해대는, 어린 눈에는 지루함이라 외면했던,

 

2007년 지금에 와,

강산이 한번 반, 정도 변했을 14년, 이란 세월의 벽을 타고,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라는 작품 앞에서,

'恨의 민족' 의 후예 답게, 절로, 숙연해진다 

 

 

 

아비는 기운 빠진 자식, 힘내어 소리하라고 그렇게 남의 닭을

도둑질해 먹입니다 송화, 그녀가 恨 을 넘어, 득도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는, 더 한 것도 할 수 있다는게 아비의 마음입니다 

한에 묻히지 말고, 그것을 넘어서는 소리를 하라 는 아버지

그녀는 오늘도, 산 속에서 그렇게 피를 토해냅니다

 

 

 

# 이쯤에서, 네이버 찬스!

 

역사적으로 판소리는 한국의 남서부 지역 민중들에 의해 만들

어지고 사랑받아왔다. 이 지역 사람들이 경험했던 집단적인

슬픔이 음악의 형태로 승화된 것이 판소리.

 

이 영화속에서는 그 몰락해가는 대중 예술의 역사가 떠돌이

예술가들인 주인공들의 삶속에 표현된다. 소리꾼 부녀와 의붓

남매의 기막힌 삶, 소리를 통해 자식을 낳고, 그 여식의 아비

와 소리를 떠날까봐 눈에 청강수를 부어 장님으로 만들면서까

지 소리를 붙잤아두려는 아버지의 이야기.

 

영화는 판소리가 현대 한국의 문화사 속에서 그것이 차지해온

위상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서편제'는 전라도 지역을 나눠

서 부르는 이름으로 '동편제'라 하면 주로 임실, 구례, 남원,

운봉쪽을 말하고 서편제는 보성, 곡성, 해남쪽을 말한다.

 

또한 지역적 의미 외에 음악적 구분이 더 많은데, 동편제는

우조라고 해서 소리까 씩씩하고 사내답고 우렁찬 반면, 서편

제는 계면조로 슬픈 감정에 기교가 있는 여성적인 느낌의 소

리다.

 

원작자가 굳이 제목을 서편제로 한 이유도 서편제가 한국 사

람의 한을 표출시키는 데 더 가깝게 느꼈기 때문 이라는 임감

독의 설명.

 

 

 

# <천년학> VS <서편제> - '고려청자' 와 '조선백자' 의 모습

 

분명, '칼라' 를 보았는데, '흑백영화' 를 본 것 같은 착각

<천년학> 이, '칼라' 의 느낌이라면, <서편제> 는 '흑백' 으로

다가왔다 비록, 열악한(!) 환경이긴 했지만 그건, 영화의 화질

의 문제가 아니었다

( 수고하신 제이 엠, 그 분께 아낌없는 박수를 짝짝짝 )

 

극의 핵심인 여 주인공, 송화 만 보더라도, <천년학> 에서는

곱게 빗어 올린 머리, 그렇게 색감 고은 한복에 단아한 한국

여성상을 표현하였다면 ( 그녀는 잠시나마 그 좋은 분 곁에서

호강도 누려보았고, 고운 머리핀도 선물받지 않았던가 ) ,

 

 


 

<서편제> 에서 그녀는, 제대로 빗지 않아 늘, 헝클어진 머리에,

못 먹어 쏙 들어간 볼, 또렷한 눈빛보다는, 꽹 한, 눈 이었고,

손님을 맞을 적 그 주황 저고리, 동호와의 마지막 밤 보라빛 저고리를

제외하고는, 영화 두 시간 내내 오직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 를 두른,

마치 '백의 민족' 을 대표하듯, 그렇게 전형적인 한국 여성의 모습 이었다

 

비단, 겉모습의 문제가 아니다

 

<천년학> 에서의 송화, 그녀 또한, 소리를 해서 하루하루 겨우 끼니를

이어가는 경제적인 어려움,

순전히 아버지의 욕심으로 한순간 그 멀쩡한 두 눈을 잃은 서러움,

은 매한가지일 터

 

이렇게, 가세가 기우는 상황 에서도, 빛을 잃은, 절망 속에서도

두 여인은, 비슷한 상황에서도 분명, 다른 모습이다

 

<천년학> 에서의 송화는 언제나 조용하지만, '당당함' 을 지니고 있었고,

동생 동호를 대하는 마음, 태도에 있어서도 '의젓한' 누이의 모습 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미, 그녀는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는 

상상을 초월하는 '깊이' 의 마음을 가진, 여인 이었다

한마디로 그녀의 삶은 결코, 궁핍해 보이지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쓰러질 듯한 집, 그런 집은 아무리 영화 속 이라도

태어나 정말 내 눈으로는 처음, 대면한 순간! +_+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시절, 하지만 결국, 동호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그렇게, 집을 뛰쳐 나가고, 누이는 저 나무 아래에서, 그런

동생을 기다립니다 
 

 

반면 <서편제> 에서의 송화는 보다, '수동'적인 여인상 이다

그녀는 여느 사람과 같이, 앞이 보이지 않음에 '절망' 하고 '두려워'했으며,

( 왜 유독 나는 그녀가 새끼줄을 잡고 아버지 뒤를 따라가는 그 뒷모습이,

'의지' 하는 것 처럼 보였을까. . . )

동호와의 관계 에서도, 보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눈을 잃고, 절망에 빠진 그녀, 이제 더 이상 해가 뜨는 것도,

달이 별이 뜨는 것도, 단풍 든 모습도, 눈이 내리는 설경도,

그녀에겐 다른 세상 일 이다 하지만, 비온 뒤 땅이 굳듯이 

그녀는 자신의 이름 '松花' 를 마음으로 보는 법을 배웁니다

 

결과적으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두 영화의 차이점은

<천년학> 의 영상미와 <서편제> 의 영상미

전자가 잘 다듬어진 세련미 라면, 후자는 지금에 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시대적 배경이 잘 반영된 소박미 라고 표현한다면,

본인이 하고 싶었던 그 말이, 음, 잘 전달된 건가? 낄낄

 

 

 

#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 그들도, 행복했다

 

나에게 <서편제> 의 명장면을 꼽으라 한다면?

음, 일단 '1960 년대 한국의 四季' 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할 만한 

그 '흑백' 영화 같은 영상들 모두! ( 하나라도 빼놓으면 섭하다 ㅠ)

 

그리고,

꼬불꼬불 길을 따라 유봉, 송화, 동호 이렇게 세 가족이 함께

춤을 추며, 북을 치며, 소리를 하며 걸었던, 진도 아리랑

 

유독, 그 대목에선 도무지 끝이 없는 길, 마냥 그렇게 긴, 시간

( 어느 센스 넘치시는 분 께선, 저 분들 아리랑 10절 까지 하냐고,

상콤한 멘트도 날리셨다죠 오호호 ) 이어지던 진도 아리랑

 

마치 앞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험난한 여정, 불행을 암시하듯,

그 순간 만큼은 너무나도 행복해보이던 가족의 모습. . .

그래서 전, 그 대목이, 그들이 떠나고 나서도 한동안, 카메라조차도

미처 발길을 떼지 못, 했던 그 길이, ( 분명, 그들은 지금 웃고 있는데

행복해 보이는데,) 그래서 더, 구슬프게 들렸던 진도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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