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선주자들의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 이명박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였다. 언제부턴가 대운하 정책이 여권이든 같은 한나라당내에서든 공공의 적이 되었고, 대한민국에 자칭 운하전문가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이명박 전 시장의 공헌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그 전문가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네가티브 짝퉁 환경주의자들이라는 부작용도 없진 않지만....
전쟁은 적지에서 적의 것으로 하라고 했지만 선전과 홍보는 내 땅에서 내 것으로 하는 것이 좋다. 선거공약은 홍보전이고 이미지 싸움이니 내 것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이 전 시장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다. 내 공약을 선전해도 부족한 판에 남의 선거공약 흠집 내기만 하고 있다가 언제 내 얘기를 할 것인가? 남의 공약 흠집내고 네가티브로 일관하다가는 이겨도 본전인 싸움이다. 게다가 넷이 하나를 놓고 다구리치는 모습으로 비춰졌으니 금상첨화였다. 다음에도 계속될 물싸움에 대비해서 어제 토론에서 부족했거나 보완할 문제를 나름대로 짚어 봤다.
첫째, 운하를 경제론으로 환원시키는 세기가 부족했다. 기존의 강을 대부분 활용하게 될 운하는 처음부터 새로 건설해야 하는 고속도로나 철도와는 달리 경제성 있는 운송체계와 물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 산을 무너뜨리고 굴을 파서 파괴되는 자연훼손과 강바닥을 준설하고 제방을 설치하여 파괴되는(?) 자연훼손 중 어느 쪽이 더 치명적일 것이며, 복원비용까지 계산에 넣을 경우의 경제성, 그리고 관광자원화할 경우의 경제성이 다 추가되었어야 했다.
둘째, 운하는 환경을 고려한 대안임을 주지시키지 못했다. 운하가 마치 흐르는 물을 가둬놓게 되니 썩고 언다는 논리는 운하도 강이라는 한마디로 바보 만들 수 있다. 운하는 기본적으로 강을 막는 댐건설이 아니라 강을 배가 다닐 수 있게 넓고 깊게 만드는 공사다. 그래서 물을 가두는 댐보다는 보가 더 많이 쓰이는 거고... 흐르는 물이 잘 썩고 잘 어는가? 썼는 다는 것도 그렇지만 고인 물이 잘 언다는 말은 초창기 동절기 운하의 결빙론을 주장하다가 한국의 강들이 결빙되는 일이 거의 없다는 반발을 사자 찾아낸 업그레이드 비난같아 어처구니가 없다.
셋째, 식수원 오염문제는 보다 철저히 검토되어야 한다. 3천만명이 식수원으로 쓰고 있는 한강과 낙동강에서 화공약품이나 시멘트를 실은 바지선이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되겠느냐, 강물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 게 아니냐는 주장은 사실 포퓰리즘이지만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운하라는 게 서로 상대방을 인식하기 어려운 바다도 아니니 태풍이나 안개 등의 악조건시 통행을 제한할 경우 해상사고 발생 가능성이 낮고, 유조선이나 화공약품, 시멘트 수송 수송선의 통행시 사전통행 예고제도 등을 활용한다면 대부분 저속의 중소형 바지선들의 사고에 의한 오염도 역시 해상사고에 비해 크지 않다.
게다가 현재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은 물론이고 낙동강조차 수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서 합천 댐 물을 끌어 쓰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임을 생각할 때 임시방편적인 대책에서 벗어나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해법으로 운하건설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점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넷째, 운하는 치수와 관개를 위한 방책이다. 운하건설로 강다워진 강이 물을 머금고 있으면 강수량의 8~90%를 그냥 바다로 쏟아내 버리는 물낭비를 막아 물 부족 국가를 벗어날 수도 있다. 강물이 넘실대면 지류로 흐르고 강 밑으로 스며든 물이 강 주변의 지하수 고갈을 막아줄 것이다. 현재 건천으로 바뀐 강이나 하천(특히 낙동강 상류)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그때도 주변에 지하수가 그렇게 고갈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더 검증이 필요하다면 작은 건천을 선정하여 물을 가둬 두기 전후의 주변 지하수 채굴 시험을 해보면 아마 쉽게 검증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강물을 풍부하게 만드는 운하 건설로 바다로 빠져나갈 물이 온 국토에 저장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운하로 치수를 할 수도 있다. 수나라가 운하로 망한 고사만 얘기하지 말고 치산치수로 황제가 된 삼황오제 시절의 고사를 먼저 알아보기 바란다. 그러한 관개와 치수 역시 운하의 경제성을 제고 시키기 된다.
다섯째, 운하는 화합의 상징이요 관광자원이다. 낙동강의 어류와 한강의 어류가 섞이면 자연생태계가 망가진다고 하는 어거지를 본 적도 있는데 한강과 낙동강의 어류가 그렇게 빨리 섞이는가? 배도 늦는다고 난리치면서 물고기는 어찌 그리 빨리 간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고, 또 물고기가 섞이면 좀 어떤가? 외래종인 외래종 베스나 청자라가 난리인 판에 같은 한국토종끼리 오가는 게 무슨 큰 나리라는 것인지...
그러지 말고 운하를 통해 지역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고속도로, 기차로 갈 수 없는 오지까지 물 따라 가는 방법을 연구하기 바란다. 관광과 물류로 한반도의 실핏줄을 연결하는 운하의 순기능을 말이다. 물고기만 섞이지 않고 사람과 풍습이 섞이는 것이 운하다!
앞으로 통일이 되기까지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단계에 맞춰 남북의 강들의 물길을 연결해나가면 지금 철도연결 사업이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업 못지 않은 남북화해와 평화정착의 장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한반도 대운하는 그냥 땅파기 공사가 아니라 다목적 건설사업이다. 운하가 강이라는 걸 이해했다면 강바닥을 파고 강 주변의 치수와 관개를 위한 제방을 설치하는 것이 어찌 산허리를 잘라내는 것과 같은 땅파기고 파괴란 말인가? 운하건설이 아니더라도 강에 물이 흐르게 하기 위해서 그냥도 준설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도 다 땅파기 공사고 파괴란 말인가?
운하는 강수량이 절대적으로 많으면서도 물 부족 국가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의 수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젝트다. 환경과 생태, 물류와 교통, 그리고 지역화합과 관광까지 고려한 다목적 건설사업인 것이다. 이런 다목적 대운하 건설사업은 비판자가 흔히 말하는 것처럼 70년대식, 아나로그식의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최고의 IT기술이 없으면 못하는 신산업이며, 국운 융성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운하는 강을 준설하고 제방을 쌓는 것이 전부이며, 한반도 대운하는 강과 강을 연결하기 위해 단 하나의 터널을 뚫는 것임에도 사람들은 마치 운하가 산을 깎아내고 땅을 파헤치는 환경파괴인 것처럼 비난한다. 청계천 복원 공사 때도 그러한 반대는 많았지만, 이를 극복하고 화합과 단결로 새로운 물길을 연 것처럼 한반도 대운하 역시 그렇게 화합과 단결의 새 물길을 열게 하는 장이 될 것이다. 남이 말한 것을 트집잡기는 쉽지만 대안을 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지금 운하라는 엠비의 아이디어를 놓고 엠비 땅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무척 궁금하다.
이글은 다음 아고라 정치방에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