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세차 2007년 6월 3일 오후 12시 21분
함께할 땐 그 소중함을 몰랐던 나의 오랜 친구, 전화기야..
지난 7년을 너와 함께 보냈는데
이제는 나를 떠나는 무정한 너에게
진솔한 마음을 담아 마지막 편지를 띄운다.
2001년 1월,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너무나 탐스럽고 새초름한 순백의 광채에 내 두눈을 빼앗겼단다..
네 옆엔 이영애가 선전하던 도도한 빨간 드라마폰도 있었고,
세계의 명전화기 스타텍과 모토롤라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내맘에 들어온 너완 경쟁상대가 못 됐지..
넌 가격도 비쌌다..
거의 40만원(그당시로선 최고의 가격이었고,,넌 보상판매대상이 아니었어..다른 것 대신이 아니란 말이지..)에 육박하는 거금을 치르고 난 너를 맞아들였지..
처음엔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고 행복해서 아무도 못만지게 하고 나도 잘 만지지 않았단다.
7년을 써오면서 떨어뜨린 건 3~4번밖에 없을걸...
너 자체가 아름다웠기에 난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았어.
뭔가로 장식하면 망가질 것 같았거든.
쥐면 터지랴, 불면 날아가랴 애지중지했었지.
우리의 행복했던 순간들.....
때론 너와 재미있는 게임도 하고,
네가 전해주는 소중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행복해하기도 하고,
나쁜 일이 있어도 널 붙들고 있으면 마음의 위안이 되곤 했지.
심지어 통화하다가 널 얼굴에 붙이고 잠든 적도 있어.
넌 내 존재의 일부였어.
신형폰이 계속 출시되고...
너의 모습이 그것들에 비해 촌스러워지기 시작해도,
늘 똑같은 리듬의 벨밖에 못울려줘도,
액정화면이 단색이라도,
주위 사람이 왜 그런 폰 들고다니냐며 할머니같다고 놀려도...
그래도 난 널 버리지 않았어.
넌 나의 선택이었으니까...
더 좋은 폰이 나왔다고 널 버릴 수는 없는거지.
오호 통재라!...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변하고 잇었던 너의 모습,,.
내게 오는 전화도 문자도 잘 연결해 주지 않았어..
퍼스넷 메세지같은 스펨은 소나기처럼 부어대면서...
상대는 내게 전화를 하는데...난 모를 때가 많았지.
기지국에선 잘못이 없대.
너의 수명이 다 되었다고 전화기 바꾸라고 하더라..
내가 너에게 무심했던거니?
널 너무 험하게 대한 것일까?
10년은 쓴다는 에니콜이 어째서 7년밖에 가지 못하는지...
서럽다 전화기야, 어엿브다(불쌍하다 15c) 전화가야.
처음...
순백의 반짝임을 자랑했던 너의 몸.
그러나 이젠 여기저기 크고 작게 찍힌 흔적들을 간직한 채
색의 순도를 잃어 탁해진 너의 몸,
기울어진 너의 안테나,
나의 날카로운 손톱에 무디어진 너의 숫자판,
세월이 흔적을 못이기는 금속 장식,
이미 옛날에 빠져버린 충격 완화 고무....
넌 예전의 네가 아니야.
그래도 너를 버리고 싶진 않았는데...
이젠 액정이 아예 나오지 않는구나.
안 그래도 죽을 날이 가까운 너를 며칠 전 내가 심하게 혹사했었지.
너의 숫자판을 7~8시간 사이 1000번은 눌렀을 거야.
그게 널 더 빨리 죽게 하는지도 모르겠구나.
너에게 가혹했던 나를 용서해라.
그냥 전자제품일 뿐인 네게
내가 이렇게 외로운 애도문을 띄우는 것은
더 소중히 다루지 못했던 나에대한 자책이며,
보내고 싶지 않은 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다.
너처럼 죽어 폐기되는 전화기도
속에 있는 일부 부품은 재활용되어
동남아같은 제 3국에선 또 불티나게 팔린다더구나.
오호 애재라!!
사랑하는 내 전화기야...
내게 그럴만한 기술이 있고
나에 대한 너의 기억만 그대로라면
널 리콜해서 외관을 바꾸고, 액정을 바꾸고, 바꿀수 있는 건 다 바꿔서라도 널 다시 내곁에 두고 싶구나..
정말 티끌 하나 묻지 않게 소중히 다루어주고 싶다.
내 사랑 전화기야..
지난 7년 간 내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너...
나란 인간의 밑바닥까지 다 받아준 너를 보내야만 하는 슬픔에 오늘...목이 매이는구나...
사람이 죽어도 3일상을 치르며
지붕에 올라가 북쪽을 바라보며 초혼을 하는데 ...
널 부르는 나의 목소리가 저승에서 들리기나 할른지...
너의 모습은 점점 아득해만 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