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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올팍중매사건 [1]

보스꼬 |2006.07.23 16:57
조회 1,070 |추천 0

* 본 소설은 2004년도에 실제 있었던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한

   Faction 으로, 싸이클럽에 실제로 존재하는 프리인라인이라는 모임에서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원본엔 실명이 등장하지만, 이곳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가명으로 처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프리 이제 막 한달이 넘어가는 신입 "이성진"입니다.
오늘 올팍 정모를 나오신 분이라면

무시무시한 헬퍼 선미양에게
구박이란 구박인 다 받아가며 항아리 연습
신나게 하던 남자로 기억하시면 될 겁니다.

혹은 얼굴이 다소 느끼하게 생기고
좀 까만 피부를 연상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 정모가 끝난 후 즈음에
갑자기 정장을 차려 입고 나타나 인사를 하고 갔던....

사람이 저입니다... -.ㅠ



인라인 타는데 왠 정장이냐구요?
그렇습니다...

전 오늘 실은 맞선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체 나이가 몇갠데 맞선을 보냐구여?

남자 나이.... 이제 26 (78년배) 에........
맞선을 봐야하는 퐝당한 상황......

과연 이해가 되실런지요.........

당연히 전 결사 반대고
황금같은 청춘기에 그런 어색한 상황에 놓이는게 싫어

오늘 아침 새벽같이.... 차를 끌고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잠수를 탄 거지요...

물론 어머님에게는 행선지를 밝혔습니다.

(이 중매는 외할머님이 주선한 것으로 우리 부모님과는 무관합니다.)

그저..... 올팍에 인라인이나 좀 타고 놀다 오겠습니다.....

그 뿐~!!

어머님도 탐탁치 않아 하는 중매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보내주셨습니다.

어쩌면 은근히 제가 그렇게 도망가길 바랬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벌써 중매를 봐야 하는 상황의 배경 이야기]


저는 어려서부터 할머님 할아버님이 이미 돌아가신 터라 저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와 꽤나 친한 사이입니다. 특히나 외할
머님이 황해도 지방 출신이셔서 남한(?)에 친지가 많이
없는 터라 워낙 정을 그리워 하셔서 더 정을 많이 받은 것 같기
도 합니다.

우좌지간에..... 평소에도 늘 살아 생전에 반드시 저의 손주를
보고 눈을 감으시겠다는 말씀을 하시던 외할머님....

군대를 다녀온 4년제 대학생들의 정상 취업 스케쥴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탄탄한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니....

바로 ..... 득달같이 결혼을 독촉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물론 우리 부모님들은 아직 결혼 자금이나 집안 사정상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울 외할머님의 막무가내.....

사정을 들어보니... 외할머님이 어찌 어찌 탈북자들의

모임과 인연이 닿게 되어서
종종 그 모임에 들러 북한 소식과 이야기도 하고 북한
음식도 만들어 드시곤 하던 모양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그만..... 이제 막 21살이 된....

외할머님과 같은 고향 출신의 어떤 분의
따님이 눈에 드신 모양입니다............ 한번 맘 먹으면

해야 하는...... 불굴의 투지의 성격에다가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에서 쉽게 적응하기 어렵고 외롭게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동정심이 불끈
발휘된 외할머님은 바로 그 자리에서 중매를 서기로

맘먹으시게 된 거지요..



선을 보는 날짜는 바로 오늘......

그동안 숱하게 완곡한 거절을 해왔지만
정작 오늘 날짜가 잡히니 참 어젯밤에 심란해서 잠이 안 왔습니다.

백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래서 결국엔........
그래..... 만인을 위해서 올팍에서 인라인이나 신나게 타다가
까먹었다고 해야겠다.... 라고 맘먹었습니다..

그리곤 위에서 말했다시피 아침일찍 드라이브 좀 하다가 바로
올팍으로 왔지요..........

그렇게 전 선미양에게 쿠사리를 먹어가며 신나게 항아리를
7시가 다 되어가도록 배웠습니다.

약속 시간은 8시........
하하하... 전 이미 맞선 생각은 까맣게 잊고 있었지요........

마침 그 때 핸펀이 울렸습니다.......
분명 외할머님 집이나 외할머님의 핸드폰 번호는 아니었고

그냥 국번으로 시작하는 번호...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중에 일단은 받았지요.....

" 이성진씨 되십니까? 여기 올림픽 공원 주차 관리.... !@#$#@$ "

제 차량 앞에서 어떤 할머님이 저를 찾더라는 겁니다.......

순간 스치는 불길한 예감...........

 


제 차옆에 서 있던 .... 외삼촌 그리고 트라제와 함께 서 있는

외할머님.......
외할머님은 ...... 트라제에 걸려 있는 정장 한벌을

손으로 가르키시더군요........

" 아새끼래...... 날래 입으라우.. "


이건 완전히 납치나 다름 없었습니다.

찍소리도 못하고..... 트라제 안에 들어가 대강 땀을 닦아내고...
옷을 갈아 입었지요............

아... 전 그 와중에도 프리 식구들과

 작별인사도 안 하고 온게 맘에 걸려서

(실은 도망칠 구실을 잡으려.... 고..)

어케 빠져나갈까 고민을 해보며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외할머님의 단호한 .......말씀..

" 내래 바퀴달린거 신지 말구 이 옷 다 입고 갔다 오라우.... "


올팍.. 수많은 인라이너들이 질주하는 공간........

 

그 날렵한 공간에서.....


나만 홀로 외로이.....

 

정장을 빼 입고 프리 식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기까진

무척 을씨년 스러웠습니다............ 중간에 그냥 갈까 하다가....

. 인제 신입인데

그래도 인사도 해야지 싶었고 게다가 적절한 시기에 도망을

치려고 억지로 우겨서

프리 식구들이 있는 곳으로 갔지요.....

(정장을 입는다는 것이

 이렇게 민망한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ㅠ )

하지만 전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제 생각이 너무 어리석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외삼촌이 쫓아오시더군요....

아..... 저의 짧은 생각을 통탄하며....

황망하게 인사를 했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면바지에 티 하나 입고 항아리 열심히
연습하던 왠 신입 한명이 갑자기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

인사를 하니..... 그 많은 프리 식구들의 황당해 하는 눈빛.....

특히나 선미양이 한마디 던질 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오빠 옷이 그게 뭐야..? "


프리 신입 이성진 오늘 올팍에서 엽기 정장 소동을 벌인
사건의 전말이었습니다. -.ㅠ


P.s

중매는 어땠냐구요?
궁금해 하시면 쓰겠습니다만..

별루 안 궁금해하실 것 같네요 ^^;;

어쩌면 인터넷 소설로 연재해서
엽기적인 남남북녀 쓰게 될지도 . 모르겠습니다... 흐흑....

앞날이 캄캄합니다.........


첫 글에 대한 당시의 반응들...

[김윤석]
장....장...장편이군요 쿨럭~ ㅡㅡ;;
정장입고 가시는건 봤습니당...중매라뉘...

[윤여원]
푸하하하
미치겟다 =-.-
잠깐 사라진게 그래서 엿구만
크햐햐햐햐
결과좀 올리바라

[이대웅]
그 정장에 그렇게 슬픈 사연이...
눈물이 나는군요... 웃겨서리 ㅠ_ㅠ

[이영민]
저두 궁금해요~~
중매 어떻게 되었어요?
저도 어제 양복입구 뛰어가시는건 봤는데..^^;
그래두 좋은 인연을 만났기를...
외할머님 참 재미있으시네요...^^
만화같오..

[조선미]
오빠 글에 왜 이리 내가 마니 나오는지..
정말 선보러 가는 거 맞았구나..ㅎㅎ
난 오빠가 농담하는건줄 알았쥐..
대단하신.. 외할머님이신듯해..ㅋㅋ
외할머님께 감사드려야쥐..
어찌 오빠가 21살짜리 여자를 만나보겠어..
그치? ㅎㅎㅎ
결과 보고해..
궁금해 쓰러질듯해..ㅎㅎㅎ

[김미선]
교회 성가연습때문에...

정모에 못간것이 이렇게 한스러울수가...ㅋㅋㅋ
행선지를 밝히신 것이 크나큰 실수였네요...
그래두 그렇지...
어찌어찌... 그 차를 찾으셨을런지...!!!

 정말 대단한 할머님이시네요...!!!
그래두...
26세에 21세 꽃띠처녀를 만난 본 결과가 무지무지 궁금하오니...
소설로 연재를 해주심이... ㅋㅋㅋ

[심헌용]
저두 결과가 궁금하네요...
아님 경과를 상세히 주기적으로 알려주세요...^^


[박기석]
우하하하하
그랬었군요.. ㅋㅋ 저두 갑자기

양복입으신분이 인사하고 가시길래. 누굴까 했는데..
선미님에게 어떤 여자분과 함께 열심히

 "하나!둘! 하나!둘!" 항아리를 배우신던 분이었네요.. ㅋㅋ
뒷이야기 무지무지하게 궁금합니다.. 올려주세요 ㅋㅋ

[송병규]
부럽땅....................
이젠 31살........
주위에선 결혼하라는 말은 마니 하지만......
정작 소개시켜주는 사람 하나 없다............
부럽땅.............

[장윤옥]
와~ 좋은 경험 하셨네엽.. .
저랑 동갑이신뎅.. --;
우리 나이에 선보는 사람은 거의 드물지 않나 싶어서..

좋은경험인듯.. 냐햐향~ ^0^
선본 얘기가 궁금해여.. *.*
'엽녀'처럼 영화화 되는건 아닐찌.. ㅋㅋㅋ~





★ 작가주.

이 날 정말 쪽팔렸습니다..... 아... 정말 정말 난 연재를 하려는 마음이 한개두 없었지만.
다만 프리 사람들에게 해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나마 쪽팔림을 좀 줄이기 위해서....ㅠ.ㅠ

하지만 열화와같은 성화에 힘입어 연재에 들어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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