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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최희진 |2007.06.17 02:46
조회 37 |추천 0


 

 

 

 

Tim Burton

 

 

 

 

 

  1998년에 나온 이 책은 그러니까 팀 버튼 감독이 화성침공, 배트맨1편과 2편, 가위손, 에드우드, 크리스마스의 악몽같은 영화를 만들고서 나온셈이다. 감히 어느 누구도 흉내못내는 독특한 스타일들을 잘 드러내고 있을 시기쯤인데 이 책은 그런 영화들로 자기특유의 취향을 피력한 팀 버튼의 한 면을 볼 수 있는 조그만 소품집 같다.

 

 

  100여쪽 정도 되는 이 짧은 동화는 금방 읽힌다. 사실 동화라고 하기도 뭐하다. 기괴한 삽화에 덧붙여진 짧은 단상의 글 모음집? 넉넉잡아도 15분이면 통독할 수 있는 분량인데 동화라고 해서 어린아이들한테 보여줬다간 큰일난다 ^^; 성냥소녀, 로봇소년, 노려보는 소녀, 눈에 못이 박힌 소년, 미라소년, 쓰레기소녀 등이 나오는 이 책은 어른들조차 쉽게 웃으며 보기엔 조금은 씁슬하기 때문이다.

 

 

  어디서 어떻게 그런 캐릭터들을 생각해다 그렸는진 몰라도, 책 속의 인물들은 다들 소녀이거나 소년이고 어디 한군데 정상인 곳이 없는 기괴하고 우악스런 해괴망측한(그런데 괜시리 귀엽고 정이가는) 아이들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가위손, 유령신부 같은 작품에서 먼저 보고 느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리 낯설지는 않을텐데 그렇다고 그 캐릭터들이 쉽게 익숙해지는 것도 아니다. 워낙 독특하기 때문에.(뿌리는 모기약과 매연을 좋아하던 유독소년 같은 캐릭터;;)

 

 

  정상적이지 못한 자신의 어떠한 부분 때문에 상처입고, 슬프고, 우울한 아이들이지만, 정작 자기자신들을 별로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잘 놀면서 평범히 살아간다. 문제는 가족과 주위사람들. 그들은 이 아이들을 가만 내버려두지 않고 꼭 건드리고 험담하며 괴롭힌다. 단지 자기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은 개성 강한 영화감독의 기이한 취향이 드러나는 작은 낙서모음집같기도 하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나쁜 짓 한적 없는 이 아이들이 고통받고 우울하게 되버리는 모습을 보다보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습에 대한 그로데스크한 우화 같다.  종교, 인종, 이념이 다르다고 지금도 세게 곳곳에서 일어나는 수없는 테러와 전쟁들. 돈과 사회적 계급,직위들로만 모든걸 판단하고 생각해버리는 사람들. 굳이 책속의 아이들을 불쌍해하거나 그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주위사람들을 욕할것도 없다. 그게 바로 자기와 다른 것 어느하나도 쉽게 이해하고 포용하지 못하는 우리 모습그대로니까..

 

(우린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들을 수없이 보고, 혹은 우울하게 죽도록 자행하지만, 우리 자신들은 전혀 우울해하지 않는다. 그게 우울해야 하는 일인지 어떤지 관심도, 생각따위도 없다. 우울하게 죽은 굴 소년보다 그런 우리의 모습이 더 우울한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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