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저녁.
택시를 잡았습니다.
라디오에서 뉴스가 나오더군요. 밀양 여중생 사건, 3년 후 요즘의 이야기에 대해서요.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았다는 보도는 그날 아침에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었지만
들을 때마다 가슴이 떨리고, 분노가 치밀었더랬습니다.
그 순간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사 아저씨가.
사실 그거, 그 여자애가 이상한 거라고.
싫으면 싫다 하면 될 일이지
즐긴 거 아니냐고...
무서웠습니다.
세상에 아직도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더군요.
이렇게 무섭고 차가운 세상의 편견에 그 아이 홀로 맞서야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중학생 여자애가, 마흔 명의 남자애에게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하는데
그게 싫다며 손사래치고, 반항한다고 되는 일일까요.
무수한 짐승들에게 짓밟혀지면서, 단 한 순간이라도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까요.
제 성격을 보아 싸움 한 번 커지면 겉잡을 수 없을 거라 판단한 신랑의 만류에
한 마디 쏘아붙여주고는 더 말을 하지 못했지만
내리고 나서는 마음이 너무 아파,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불쾌하고 억울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미웠습니다.
이렇게 답답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그저 몇몇일 뿐이라고 애써 달래는 신랑이 안쓰러워 그치긴 했지만
그건 너무 미약한 자위.
저리도 확고한 신념을 가진 어른들이 아이들의 그 상처에 뿌릴 소금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남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줄 아는 마음이 그리도 가지기 힘든 걸까요.
아픈 일을 당한 사람의 등을 따스하게 다독거릴 줄 아는 세상을 꿈꾸기가 이리도 어려운 걸까요.
이상향은 한낱 나만의 꿈일 뿐이라는 잔혹한 현실에
오늘도 새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저, 내가 너와 함께 울어줄께라는
소용 닿지 않을 마음 속 외침이 전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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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1.
많은 분들이 함께 분노해주심에 위안을 얻습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2.
유료글꼴로 올라간 걸 확인하지 못했네요.
(글 막 올렸을 땐 그냥 이 글씨체로 보였어서..)
급히 수정합니다.
충고해주신 님, 고맙습니다.
덧글 3.
리플을 읽다보니, 이런 글 역시 또다른 상처가 될 거니 자제해달라는 말이 있더군요.
네, 옳아요. 저도 그래서 다시 이 문제를 끄집어 낸 모 방송사에게 눈을 흘겼더랬습니다.
가해자들이 솜방망이처벌을 받고 나왔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마음으로라도 피해자를 응원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듯이 말하는 저 아저씨를 만나고는 마음이 바뀌었어요.
이 글로 인해 피해자가 또다른 상처를 받는다면 정말 저도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3년 전처럼 또 흐지부지 넘어간다면 더 큰 상처로 남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저 나름으로도 많이 고민하고 올린 글이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