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안에 기독교가 있다?”
줄거리 소재, 기독교로 끌고가는
이범진
한국에도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의 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가 2004년에 내놓은 시대극 는 "이것저것 뒤섞이다" 라는 의미. 너무나도 강한 주인공 사무라이 무겐과 진이 격식 따위에 전혀 얽매이지 않고 펼치는 화려한 검법과 여러 에피소드가 주요 줄거리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가 이야기의 중심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 여행의 길. 그들의 여행에는‘사랑’이 깃들어 있다. 
▲ 숨은 그리스도인을 찾기 위한 예수상 밟기 행렬. 한 노인이 밟지 않아 붙잡혀 가고 있다. © 이범진
버려진 땅에서 고아로 자란 자기밖에 모르는 천방지축 무겐. 그의 검심에는 사랑받지 못한 어린시절의 아픔이 있다.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정도를 벗어난 검법이 그의 주무기.
정치권력에 빌붙어 타락해가는 사무라이계를 박차고 나온 엘리트 검객 진. 에도 정부의 시다바리로 전락해가는 무도의 길을 나와 사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쫓겨다닌다. 그의 검법은 情이 없다는 것이 주무기.
각기 독특한 개성의 그들이 해바라기 향기가 나는 사무라이를 찾는 '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저마다 마음속에 상처투성이의 쫓기는 몸. 그리고 자기밖에 몰랐던 외롭고 이기적인 녀석들이지만, 여행을 하면서 서로를 생각하게 되고‘함께의 동역자’로 인식하게 된다.
는‘기독교’가 중심 소재가 된다. 조선보다 앞서 기독교를 만난 일본의 당시 시대상황이 등장한다. 예수상을 '밟을 수 있는지'로 온 동네에 그리스도인을 축출해내고, 기독교를 이용한 이단들이 성행을 한다.
실제로 네덜란드가 신문물과 함께 기독교를 일본에 갖고 들어와 한때는 나가사키항 전체가 기독교동네였다고 전한다. 에도시대에 들어서면서 포루투칼이 나가사키항을 접수하게 되면서 그때 나가사키에 있던 모든 기독교인들이 살해당했다는 것이다. 바로 그들을 이끌던 해바라기 향기가 나는 기독교인 사무라이(사실 그는 여자 주인공 ‘휴’의 아버지이다)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이야기의 결말은 소재만큼이나 기독교에서 말하는 희생적인 사랑을 듬뿍 담아내고 있다. 총26화에 걸친 여행 끝에 해바라기 향기가 나는 기독교인 사무라이를 만나지만, 에도정부가 수평의 정치질서(기독교)를 주장하는 그를 반역자로 몰아 죽이기 위해 뒤쫓아온다. 그의 일가까지 씨를 말리라는 명령을 받고 일본최고의 사무라이가 나선 것이다.
이 일방적인 싸움은 '지상 최고의 정치권력'에 대한 '버림받은 자들의 몸부림'이다.
여자 좋아하고 자기밖에 모르던 천방지축 무겐이 자신의 전부와도 같던 칼을 내던지며‘휴’를 구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주의자인 자존심강한 사무라이 진은‘휴’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찔리며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와 맞선다.
▲ 전체적인 줄거리가 일본 내 기독교의 역사와 맞물려 있다. © 이범진
함께 여행하면서 같이 쌓아온 사랑이 뭔지. 그 情이 뭔지. 일본에 남아있는 그리스도인의 마지막 후예를 살리기 위해서, 자기밖에 모르던 사무라이들이 자신의 몸을 버리면서까지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눈물겹다. 그들의 치열한 분투가 벌어지는 폐허가 된 교회당 건물배경은 예수의 사랑과 그들의 희생을 오버랩시키며 우리를 소름끼치게 한다.
“이 여행만 끝나면 너는 내 칼에 베인다”라고 으르렁 거리던“진”과“무겐”은 큰 부상에서 깨어나 서로를 보며 이야기 한다.
“나는 지금 껏 나보다 강한 녀석을 보면 베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는데, 넌 베고싶지가 않다”
“나는 이제까지 늘 혼자였는데, 처음으로 친구라는 녀석을 만난 것 같다”
"또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셋은 다시 각자의 길로 흩어지는 것을 보여주며 는 끝이 난다. 그러나 예전의 그 외롭고 교만한 삶이 아니다. 사랑과 정을 회복한..새길로 들어서는 희망의 길인 것이다. 햇빛이 그들을 비추고 있다.
▲ 의 마지막 장면. © 이범진
물론, 이 애니메이션은 "예수를 믿으라"고 간판에 내걸고 있지 않다. 여러가지로 볼 때 기독교 애니메이션이라고 끼워맞추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전체 이야기를 끌어가는 소재가 '기독교'라는 것에서 많은 도전이 된다.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 역시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더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문화선교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닌듯 하다. 옛 선배들의 신앙을 우리들의 코드로 되살려내는 일..기독교가 한국 애니메이션 컨텐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그 날을 꿈꾸어 본다.
※ 는 케이블TV 투니버스에서 방영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