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흉터가 무늬가 되도록 나는 사랑하고 싸웠다.
아침 빗질에 머리카락 빠지듯 삽시간에 뽑혀 나왔다 쓰러지는 사람들..
내위를 밟고 간 봄들의 유리문 안으로 밀려들었다 빠져나간다.
어떤 빛도 그림자도 머물지 않는다.
사랑은 나를 거꾸러뜨리지 못했다.
아이새도를 문지르고 립스틱을 바르고 화장대에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어떤 죽음도 어른거리지 않는다.
화사한 분가루에 가려 주름도 손톱자국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가벼워졌다.
더 가벼워져야겠다.
생성되고 잊혀지고 다시 발굴된 과거도 지워지리라.
모래위에 새겨진 낙서처럼 해변의 발자국처럼
이 밤이 지나면 파도에 씻겨질 것을...
스스로 할퀴었던 칼날을 세상 속에 그만 파묻고 싶다.
-최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