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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자다브

곽미영 |2007.06.23 00:13
조회 114 |추천 0
 

 

몇 년 전 제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사람. 나렌드라 자다브(54) 인도 푸네대학 총장이 12일 한국에 왔습니다. 그가 1993년 쓴 ‘Untouchable’이라는 책의 한국어판이 이제서야 출간되는 모양입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 경제학 박사, 인도 중앙은행 수석 경제보좌관,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거론되는 자다브. 하지만 제 가슴을 뛰게 만든 것은 그의 ‘신분’입니다.

자다브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으로 태어났습니다. 달리트라 불리는 불가촉천민은 브라만(승려), 크샤트리아(왕족-귀족), 바이샤(상인), 수드라(노예)로 구성되는 인도 카스트 제도 바깥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살갗만 스쳐도 주위를 오염시킨다는, 심지어 노예조차도 멸시하는 사람들이지요. 침이 땅을 더럽히지 않도록 작은 항아리를 목에 걸고 다녀야 하고, 자기 발자국을 지우기 위해 빗자루를 가지고 다녀야만 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인도 내 무려 1억 6500만 명이나 됩니다.

인도 카스트제도가 ‘법률적으로는’ 1955년 막을 내렸지만, 이들에 대한 차별은 여전합니다. 그런 달리트들에게 자다브는 평생의 스승이자 영웅이자 역할 모델입니다. ‘전생에 나쁜 일을 잔뜩 저질러 현생에 천민으로 태어났다’는 힌두교 사제들의 폄하를 견뎌내게 하는 정신적 지주이기도 합니다.

자다브의 아버지는 ‘마을 전체의 종’이었습니다. 허드렛일과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대신 죽은 가축의 고기와 가죽을 얻어 먹고 살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밤. 아이들을 데리고 도시 뭄바이로 가족 전체가 도망을 나옵니다. 성냥공장, 세탁소, 공사판을 돌며 막노동을 했고, 그 품삯으로 4남2녀를 가르쳤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노동과 자녀 교육이 나의 종교”라고 평생 되뇌며 살았다고 하지요. 섬유공장 절단기에 손이 끼여 엄지 손가락이 잘려나간 날도, 딱 하루 저녁 쉬고 아이들을 위해 다시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고 합니다. “물러날 곳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는 평생 앞으로만 나아갔다”고 자다브 총장은 회상합니다.

이 같은 아버지의 열성으로 자다브 총장은 1986년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그리고 “인도로 돌아가도 너를 괄시만 할거다”라는 주변의 반대를 모두 뿌리치고 가난과 절망의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세상의 편견과 싸우겠다고 결심한 것이지요.

20년 후 그의 꿈은 이뤄졌습니다. 인도 중앙은행 수석 경제보좌관에 이어 2006년 명문 푸네 대학의 총장이 됐습니다. 그리고 학교 문턱을 넘을 수조차 없었던 달리트가 이제 이 대학 전교생의 3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장애물을 넘어야 할 때, 그 장애물이 엄청나게 크고 높다고 지레 짐작하지 말라”고 합니다. “불타는 의지와 죽도록 일할 각오만 있다면 꿈은 꼭 이뤄진다”는 것이지요.

당신의 현재는 어떻습니까? 꼭 이루고 싶은 꿈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불타는 의지, 그리고 죽도록 일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요?
현재를 탓하기 전에, 미래를 불안해 하기 전에 내 안의 열정과 의지를 믿으세요. ‘신도 버린 종족’이라는 편견 보다 더 뛰어넘기 힘든 장애물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 CJ나눔재단&문화재단 사무국장 허인정(njung@cj.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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