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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지춘희의 집

황옥균 |2007.06.26 20:43
조회 879 |추천 1
디자이너 지춘희의 집

너무 디테일이 많은,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멋 부린 듯한 옷을 나 는 싫어한다. 옷 속에 내가 갇힌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 흰 셔츠는 언제나 입 는 나를, 상쾌하게 만든다. 비록 오래돼서 그 빛이 바랬다 해도 질리지 않는다 . 단순하고 절제된 디자인 속에서 정직과 반듯함이 느껴진다.

집! 내가 짓고 싶고, 살고 싶은 집도 바로 흰 셔츠 같은 그런 집이다. 오래 된 친구처럼 서로 꾸미지 않아도 이미 가까운,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집 이다.



지춘희가 사는 ‘집 안’을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그것을 통해 내면을 알고 싶기 때문인가?
어떤 사람을 좀 더 알기 위해서는 그가 사는 집에 가보면 더 명확히 성격까지 알 수 있다.
집이 작고 크고,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저 그 집에 감도는 분위기와 냄새만으 로도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속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10년 정도 아파트에서 살다 그 후 10년 정도 내 사무실이 있는 빌딩 꼭대기에 서 살았다.
그래서 근 20년 넘는 긴 세월을 편리하게-모든 게 편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는 삶을 택한 셈이었다.
그러다 내가 살 집을 직접 지었다. 못 하나 문틀 하나 모두 내가 선택하는 극 성을 떨었다.
비록 넓진 않으나 정원을 꾸며 자작나무, 꽃나무, 과실나무, 대나무들을
창 앞에 불러 세웠다.

집을 짓고도 정식으로 손님 초대를 하지는 않았 다.
그러나 평소 먹는 총각김치 갓김치에 잡곡밥을 식탁에 올리고 가까운 이들과
이물 없이 ‘집밥’ 먹고 차 마시고 수다를 떨기도 한다.
사람 수가 적을 땐 개다리소반에 차려 거실 바닥에 앉아 먹는다.
오래된 은 쟁반에 -언뜻 보면 양은 쟁반 같아서 옛 생각에 코끝이 찡해지는 향 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과일과 커피를 가져다 바닥에서 먹는다.
소파도 암체어도 있지만 나는 바닥에 앉아 친한 이들과
서로 얼굴을 맞대고 앉아 먹는 게 살가워 좋다.

우리 집 정원엔 저택의 높은 담 너머로 보이는 잘 가꿔진 값비싼 소나무가 없 다.
그래서 간혹 ‘왜 소나무를 안 심었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나와 안 지 오래되지 않은 이들의 질문이다.
나는 ‘돈이 없어서요’ 웃으며 농담처럼 대답하는데
늘 당당하고 기품 있게 푸른 소나무보다 찬바람 부는 가을엔 단풍이 들고 낙엽 을 떨궈
앙상한 겨울나무로 떨다 봄이면 속에 품었던 초록을 터트리며 까르르 웃는
나무 같은(?) 나무가 좋다.
나무 밑엔 수선화나 아이리스를 심고 담장 밑엔 김장독을 묻었다.
정원이기보단 마당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실개천 소리를 듣고 싶어 자그마한 못도 파고 물을 흐르게 했 다.

날 처음 만나는 사람은 내게 금속성을 느낀다.
차갑고 화려한 느낌 때문이라나?
겉보기완 다르게 난 촌스러운, 자연스러운 것들을 아끼고 좋아한다.
그래서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은 내가 식물성이란 걸 안다.
내 집의 마당에 심겨진 나무같이 추우면 그저 볏짚으로 밑동만 감싼 채 견디다
봄이면 꽃망울을 터트리는 나무.
나.는.나.무.가.좋.다.

벌써 초여름인 듯 더위가 시작됐다.
어디서 왔는지 체구가 작은 떠돌이 고양이 한 마리가 담을 넘어 나무 밑으로
살금살금 걷는다. 수선화 가지는 밟지 말아야 할 텐데….
창 너머로 가만가만 지켜본다.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이 휘리릭 지나가고 놀란 고양이가 다시 담을 넘어 사 라진다.
초여름 어느 날, 우리 집 마당 풍경이다.


디자이너 지춘희씨는…

프리미엄 여성중앙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미스지 컬렉션의 지춘희씨는 예술 적 감성이 뛰어난 의상을 선보이는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 패션에서 돋보이는 그녀의 감각은 인테리어 분야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동천 삼성 래미 안의 실내 인테리어를 맡아 디자인했으니, 지춘희 특유의 앞선 취향을 감상하 고 싶은 사람이라면 모델하우스에 들러 봐도 좋겠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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