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방범, 미야베 미유키
완전 대장정이었다..
한권당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을 무려 세권이나 읽다니.. ㅎㅎㅎ
내가 생각해도 정말 대단하다 싶다.. ^^
이 책을 서슴없이 사게 된 이유는 잊어버렸다..
정말 사 놓은지 너무나 오래된-그래봐야 두달정도지만- 책이라서 언제 구입했는지, 무슨 이유로 구입했는지도 잊어버렸다..
책을 사 놓고도 그 두께에 압도당해서 손을 뻗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
하지만 책을 손에 잡고는 정말 후다닥 읽어버렸다..
1권은 만 하루도 안걸려 다 읽어버렸으니까...
아마도 이 책은 추리소설이기 때문에 구입했을 것이다..
(추측컨데 그러고도 남을것 같다, 워낙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 )
하지만 소설은 추리소설이 아니다..
물론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피해자들은 모두 젊은 여성들이다..
하지만 결코 추리소설은 아니다..
1편이 끝나갈 무렵, 범인이 드러나니까..... ^^
일본의 오가와라는 공원에서 정체불명의 팔이 한쪽 발견된다..
팔꿈치 아래쪽만 있는 한쪽 팔...
일본의 전 국민과 매스컴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이 사건은 단번에 일본열도를 들끓게 만든다..
범인은 피해자에게 전화를 해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직접 방송사에 전화를 해서 본인이 범인임을 알리는 등 아주 대범하게 본인의 정체를 드러낸다..
능수능란하게 피해자의 유족과 매스컴을 다루는 범인..
그에 반해 경찰은 단서도 잡지 못하고 언론의 질타를 받으며 혼란스러워만 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날 범인으로 예상되는 두 남자, 구리하시 히로미와 다카이 가즈아키라는 두 남자를 태운 자동차가 추락하면서 두 사람은 죽고, 트렁크에서 신원불명의 시체 한구가 발견된다..
점차 시들해져가는 언론은 다시 들끓기 시작한다..
히로미의 집에서는 사건들의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피해자로 보이는 여성들의 사진도 발견된다..
그들이 범인인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깨림칙한 것이 있다면 바로 가즈아키..
그는 알리바이도 분명하고-물론 가족들의 증언이긴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물적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지만 진범인 히로미와 같은 차를 타고 있었고, 무엇보다 트렁크에서 시체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그는 범인으로 확실시 된다.
그때 아미가와 고이치라는 범인들의 동창생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다시금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아미가와는 히로미는 범인이 맞지만 가즈아키는 절대 범인이 아니라고 한다..
정작 범인 중 한사람이 따로 있으며 그는 어디선가 지금의 상황을 비웃으며 다음 범행을 계획할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있다..
소설속 요시오 할아버지의 말처럼 "진실이란 건 아무리 멀리가서 버리고 와도 반드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바로 또하나의 진범, 즉 히로미와 공모하여 살인을 일으키고 잔인무도한 짓을 한 사람은 바로 '아미가와 고이치'였던 것이다..
어릴적 별명 '피스'인 아미가와 고이치..
그는 히로미라는 친구를 조종하여 모든 범죄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아주 극악무도한 정신이상자였다..
오히려 가즈아키가 히로미의 범죄를 알고 그를 말리고 경찰에 자수하게 만들려고 찾아왔다가 동반자살을 했다는 누명아닌 누명을 쓰게된 '착한 동창생'이었던 것이다..
3권의 소설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정황들(1편), 범인들의 과거와 범죄 사실(2편), 그것을 파헤치는 진실(3편)로 대략적인 정리가 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소설은 1편 말미에 벌써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더불어 2편으로 이어지는 범인들의 과거와 범죄들에 많은 내용을 할애한다..
아마도 그렇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서술하고 싶었겠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신문에 연재되었던 것이라 그런건 아닌가 싶다..
소설의 두께가 두께인만큼(?) 등장인물도 무척이나 많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범인들과 피해자, 피해자의 유족, 경찰 등으로 나눌 수 있겠다..
그 많은 등장인물과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빠른 시간에 읽어 버린 것은 작가의 '전지적 시점'이 크게 작용하지 않나 싶다..
여러가지 관점(피해자의 입장, 피해자 유족의 입장, 경찰의 입장 등)에서 서술을 하지만 일관되게 진행되어 진다..
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임을 감안한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를 회상하고 그것보다 조금 더 과거로 되돌아가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지만 결코 흐트러짐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제목인 '모방범'..
도대체 누가 모방범이라는 것인지... ㅋㅋ
책의 내용을 빌리자면,,
아미가와 고이치가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생방송에 출연하고 함께 출연했던 시게코라는 프리랜서 작가-그녀는 이미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였다-가 아미가와를 살짝 떠보는 장면..
거기서 아미가와에게 '당신은 모방범일 뿐이다. 외국에서 있었던 살인 사건을 흉내내고 있을 뿐이다'라고 하자 흥분하면서 '나는 모방범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범죄는 나의 창작물이다'라고 본인 스스로 범인임을 인정하고 뛰쳐나가게 된다..
그때 아미가와는 말했었다..
시게코, 당신이야 말로 모방범이라고..
내가(아미가와) 만든 범지에 내가 만든 각본을 그대로 가져와 범인들의 심리를 분석하네 어쩌네 하면서 아는척을 있는대로 하고 글을 쓴 시게코가 모방범이라고...
책 표지에 보면, '모방범이 밝혀지는 순간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는데, 정말 그 몇줄이 가슴에 와 닿았다..
책의 내용에서 그토록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피해자의 유족과 큰 사건을 겪은 뒤에 괴로워 하는 사람(신이치)에 관하여, 또다른 수많은 인간군상-피해자 유족들을 등쳐먹는 사기꾼도 등장한다-들을 다룬 것은 아마도 언론의 역할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 것은 아닐까..??
큰 사건이 일어나고 피해자와 피해자의 유족들은 사건이 하루빨리 잠잠해져서 일상으로 되돌아 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론은 계속해서 사건을 들추고 나름대로 분석이라는 걸 한답시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
그리하여 범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가설과 억측들이 난무하게 되고, 결국은 그것이 원래 범인의 사건을 재구성 하는 가운데 또다른 범죄를 만들어 낸다는 그런 뜻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쓰고도 참,, 전달이 제대로 댔는지 모르겠네.. ㅎㅎㅎㅎ)
언론은... 그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의 책임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언론매체들이 가진 힘 만큼의 책임을 다 하고 있는지.. 과연 정말 그런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잘들어.
인간이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야.
절대로 그러지 못해. 물론 사실은 하나뿐이야.
그러나 사실에 대한 해석은 관련된 사람의 수만큼 존재해.
사실에는 정면도 없고, 뒷면도 없어.
모두 자신이 보는 쪽이 정면이라고 생각하는 것뿐이야.
어차피 인간은 보고 싶은 것밖에 보지 않고,
믿고 싶은 것밖에 믿지 않아.
인상깊은 구절
우연은 범죄자에게는 항상 적이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도 터무니없는 사소한 우연 때문에
흐름이 바뀌어버린다.
사소한 것을 잊었다든지, 공교롭게도 그날 비가 내렸다든지,
택시가 바로 잡히지 않았다든지, 그런 작은 일이
범인을 당황케하여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수사란 그것을 끈기 있게 찾아내는 일이다.
이 사건의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놈이 잡히더라도,
분명 놈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것이다.
범인 또한 사회의 희생자라는 논리로.
거기에 반론을 펴는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거울은 사람을 비춘다.
얼굴을 비추고 눈동자를 비춘다.
그것은 단지 물리적인 작용일 뿐,
그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것은 아니다.
거울은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 놓고 그 앞에 서서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것이다.
기쁨이나 자랑스러움을,
세상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이 세상에 거울이 존재하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점검해주고
자신이 자신을 관찰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면,
사람들은 지금보다 훨씬 철저하게 자신을 점검해야 할 것이고,
불안에 떨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기억.
인간이란 존재는 기억으로 만들어져 있는 모양이다.
그런 통찰이 번개처럼 뇌리를 가로질렀다.
수많은 기억을 얇은 피부 한 장으로 감싸고 있다.
그것이 인간이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함에 따라 몸이 커지는 것은
그만큼 피부 속의 기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간은 말이야.
그냥 재미로,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살면 되는 그런게 아니야.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짓을 저지르고,
그래서 되는게 아니라고, 그건 틀렸어.
넌 많은 사람들을 속였지만 결국 그 거짓말은 들통이 나고 말았지.
거짓말은 반드시 들통이 나.
진실이란 건 말이지, 네놈이 아무리 멀리까지 가서 버리고 오더라도
반드시 너한테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