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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콘서트-지구를 정복한 인류, 인류를 정복한 질병

이대희 |2007.07.05 22:54
조회 41 |추천 0

 안녕하세요? 맛있는 토스트 BOOK 입니다

 

의술에는 3가지 요소가 있다. 질병, 환자, 의사이다. 의사는 의술의 종이다.

 

최첨단 과학 장비와 지식의 탄탄한 뒷받침을 받고 있는 도도하고 말끔한 백의의 의사.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의학 하면 떠올리는 모습이다. 정확히는 서양 의학이겠지만 병이 나면 열이면 아홉은 당연히 이 말끔하고도 도도한 의사를 찾으니 의학의 대명사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지전능해 보이기까지 하는 서양 의학도 사실은 약전에 쓸 만한 약은 거의 없고, 이발소
에서 피와 창자를 튀기며 푸주한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수술을 시술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저 죽어가는 환자의 침대 맡을 지키는 게 고작이었던 전통 의술 중 하나였을 뿐이다. 다른 전통 의술과 달랐던 점이라면 과학을 파트너로 삼았다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가 종교로부터 의술을 분리하고 르네상스 시대부터 적극적으로 과학적 방법론을 받아들여 오늘날에는 그 많은 의술 중 유일하게 세계화에 성공해 의술을 대표하기에 이르렀다.

1979년부터 영국의 웰컴 인스티튜트(Welcome Institute)에서 의학사를 가르쳐 온 역사학자 로이 포터는 의학을 만능의 자리에서 끌어내려 맨얼굴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해 과거, 현재, 미래의 의학을 종횡무진한다. 아유르베다 치료법에서 항생제, 사혈에서 X레이, 원시적이고 잔인한 절단수술에서 최첨단 장기 이식까지 우리가 의학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을 질병, 의사, 몸, 실험실, 치료법, 수술, 병원, 현대 사회와 의학 8분야로 나눠 통쾌하게 명쾌하게 짚어낸다.

 

지구를 정복한 인류, 인류를 정복한 질병

인류가 질병과 벌인 전쟁의 시발점을 찾기 위해서는 농경을 시작해 정착했던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농경생활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찾은 첫 해답이었지만, 말라리아를 비롯한 수많은 종류의 모기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지금까지도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이 가금과 가축을 통해 인간을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뿐이 아니다. 수렵?채취를 하며 흩어져 살고 있던 인류가 농경을 위해 한곳에 모여 정착하면서 전염병이 마음껏 퍼져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의사. 19세기 의사는 죽어가는 아이의 침대 맡에 앉아 관심과 동정을 보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줄 게 없었다. 루크 필즈, 1891.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해부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교회가 인체해부를 금하던 시절에는 수십 구의 송장을 해부하며 인체도를 그렸는데, 이렇게 남긴 그의 해부도는 서양 의학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중에서. 보렐리가 1680년에 출판한 이 책은 근육 수축과 호흡 역학, 공중을 나는 새, 헤엄치는 물고기를 비롯해 이와 비슷한 물체들에 대한 놀라운 관찰을 담고 있으며, 신체 기능을 주로 물리학의 관점에서 해석했다.
 


인류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인체는 면역체계를 통해 홍역과 같은 전염병과는 공존의 길을 모색했으며, 삼열말라리아에 끄떡없는 겸형적혈구와 같은 유전자 방패를 만들어내기도 했다(산소부족이 심할 때 빈혈증세를 보이는 겸형적혈구성 빈혈은 주로 흑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그 때문에 흑인들은 신세계 플랜테이션의 이상적인 노예였다).

과학 지식이 발달하면서 질병에 대한 이해 및 치료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땅이나 공기의 나쁜 기운이나 인체의 4가지 체액(혈액, 담즙, 점액, 흑담즙)의 불균형으로 질병이 생긴다고 믿었던 고대와 중세의 지식을 탈피해, 발생하는 장소, 원인이 되는 병원균으로 질병을 밝혀내는 정확한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발전에는 물리학, 화학 등 여타 과학 분야의 발전의 영향도 컸지만 무엇보다도 다른 전통 의술과는 달랐던 해부학의 체계적인 발전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런 의학의 발전에 자신감을 갖고 1969년 미국의 공중위생국장은 전염병의 위험은 이제 사라졌으며, 병균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승리를 거두었다는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에이즈, 에볼라출혈열, 라사열, 마르부르크열 등 아직 그 원인조차 제대로 밝히지도 못하고 있는 병은 물론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미지의 질병이 수두룩하다. 인류는 질병과의 싸움에서 근근이 현상유지를 하고 있을 뿐이다.


현대 의학은 어디까지 수술할 수 있을까?


마취제, 소득약, 마스크와 고무장갑, 수술 가운으로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하고 반짝이는 현대적인 수술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수술 성공률도 높아졌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가장 극적인 사례는 바로 외과에서 확인할 수 있다. 1700년대까지만 해도 외사의는 '뼈 자르는 사람(Mr. Sawbone)'으로 의사들 내에서도 멸시받는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외과 수술은 이발소에서 이루어졌으며 그들이 쓰던 도구나 시술의 모습이 푸주한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멀쩡한 정신으로 무시무시한 톱질이나 칼질, 소작을 견뎌내야 했던 사람들에게 외과의는 지옥의 사자보다 더 끔찍한 존재였을 것이다.

19세기 들어 마취약과 소독약, 고무장갑을 사용하게 되면서 이런 수술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깔끔한 수술실에서 고통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X레이, MRI 등 정확한 검사가 가능한 최첨단 장비가 개발되었고 절개 부분을 최소화하고 정확한 수술을 가능하게 한 내시경은 물론 인공 심폐기까지 개발되어 뇌와 심장과 같은 부위의 수술은 물론 장기 이식까지 가능해졌다. 절단할 수 있다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더 이상 과장이 아니었다.

이제 수술은 당장 시술하지 않아도 생명에 커다란 지장을 받지 않는 재건수술이나 성형수술과 같은 대기수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금 의학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의료기술과 질병. 의료기술이 발달할수록 일반 대중은 이전보다 더 많은 병에 시달리는 듯하다.



의학은 근대로 넘어오면서 정치가들의 당근과 채찍이 되었다. 비스마르크의 국영 의료보험제도가 그 시발점인데, 그 후 국가가 책임지는 의료보험제도는 유럽 국가에서는 필수가 되었다. 특히 나치와 소련과 같은 전체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건강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 국가의 힘이 강해질수록 의학은 더 이상 의사 개개인의 비즈니스가 아닌 중요한 국가 사안이 되었다. 그러한 국가의 관심은 국민의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좋은 취지로도 표현되었지만 적자만을 남긴다는 인종청소나 생체 실험 같은 끔찍한 비극을 낳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국가의 힘보다는 의사의 힘이 강했기 때문에 유럽과는 다른 양상으로 의료 안전망의 설계가 이루어졌다. 때문에 존슨 대통령 재임 시절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의사들에게는 손해가 가지 않도록 만들어진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는 지금 미국 정부에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주고 있다.

의학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과연 인류에게 얼마만큼의 도움을 주었는지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수명 연장도 사실 의학보다는 비약적으로 개선된 생활환경의 영향이 컸다. 또 의학이 점점 관료화, 자본주의화되면서 부자와 빈자, 부국과 빈국이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최첨단 의학 기술이 첨예한 생명 윤리 논쟁을 일으키며 인류에게 중대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의술로도 해결하지 못한 질병들이 옛날의 전염병을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에이즈로 인한 결핵의 유행). 여기에 첨단 의약품의 끔찍한 부작용도 빼놓을 수 없는 불안 요소다(수면제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한 임산부들은 팔이나 다리가 없는 기형아들을 낳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희망의 헛된 미화도 절망의 과도한 평가절하도 모두 걷어낸 의학의 맨얼굴을 보여주며 묻는다.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면서부터 끈질기게 벌여온 질병과의 싸움의 결과 손에 쥔 양날이 선 검을 앞으로 어떻게 쓰면 좋겠냐고.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두 얼굴

 

히포크라테스학과 의사들은 기적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는 결코 공언하지 않았으나,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해가 되는 짓은 전혀 하지 않겠다고(Primum non nocere) 서약했으며, 환자의 충실한 친구가 되겠다고 자처했다. 이러한 인도적인 모습은 명성이나 돈보다는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의사의 헌신을 보여주었고, 불안에 빠진 환자를 진정시켜 주었다. 의료 행위에 대한 윤리 의식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잘 표현돼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나는 의술의 신 아폴론과 아스클레피오스, 건강의 신과 그 밖의 모든 치유의 신에게 맹세하며, 내 능력과 판단을 다하여 이 선서와 약속을 지킬 것을 모든 신과 여신 앞에서 맹세하노라.

스승을 내 부모처럼 존경하고, 삶을 같이하고, 은혜를 갚겠노라.

스승의  아들을 내 형제처럼 여기고, 만약 그가 의술을 배우길 원하면 아무런 보수나 계약도 없이 가르치겠노라.

내 아들과 스승의 아들과 적절한 견습 과정을 거치고 맹세를 한 모든 제자에게만 교훈과 강의의 그 밖의 모든 지식을 전수하고, 그 밖의 사람에게는 일절 전수하지 않겠노라.

내 능력과 판단을 다하여 환자를 돕는 데 내 힘을 사용하겠노라.

내 힘을 사용해 어느 누구에게 해를 입히거나 나쁜 짓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겠노라.

누가 치명적인 약을 요구하더라도 절대로 주지 않을 것이며, 그런 것을 복용하라고 권하지도 않겠노라.

여성에게 낙태를 할 수 있는 수단도 제공하지 않겠노라.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나 의술을 베푸는 데 순결하고 경건한 마음을 지키겠노라.

나는 돌에도 칼을 대지 않을 것이며, 그 일을 전문가에게 맡기겠노라.

환자의 집을 방문할 때에는 환자를 돕는다는 생각만 할 뿐, 해나 손해를 끼치려는 의도를 갖지 않겠노라.

자유인이건 노예건 간에 여성이나 남성의 육체와 성적인 접촉에 탐닉하는 데 내 지위를 남용하지 않겠노라.

직업상 또는 개인적으로 보거나 들은 것 중 절대로 누설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은 비밀을 지키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노라.

내가 이 선서를 지키고 위배하지 않는다면, 나는 영원히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으며 내 인생과 직업 모두에서 성공을 거둘 것이다.

만약 이 선서를 위배하고 거짓 맹세를 한다면, 정반대의 운명을 감수하겠노라.


선서의 내용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단지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길드와 비슷한 폐쇄적인 조직을 통해 의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의술을 행하는 사람들이 자애로운 지혜를 가졌다고 가정하고서 의료계에서 계속 이어져나간 가부장 제도를 강조하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훗날 신성시되는 위치에까지 오르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원이나 초기에 사용된 사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이것이 전문 지식을 공유하고, 이상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선서의 형식으로 윤리적인 자기 규율을 제시하는 모범적인 패어다임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선서에서 또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비록 의사는 조산원과 간호사와 협력하긴 하지만, 히포크라테스학과 의술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는 사실이다.

 

히포크라테스학파 의술에는 단점도 있었다.해부학이나 생리학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사람의 몸을 해부한다는 것은 인간을 존중하던 그리스의 전통에 위배되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치료법도 부족했다. 그렇지만 병을 개인에게 생긴 혼란 상태로 보고,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본 것은 커다란 장점이자 사라지지 않는 매력이었다.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유명한 금언,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며, 기회는 반짝하다가 사라지고, 경험은 믿을 수 없으며, 판단은 어렵다" 는 힘들면서도 명예로운 의사의 소명을 잘 요약하고 있다(히포크라테스가 말한 'at'는 원래는 의술을 뜻하며 의술의 영속성을 말한 것이었으나, 훗날 예술이라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 고상한 이상은 오늘날까지도 의사의 직업적 정체성과 행동의 패러다임으로 존경받고 있다.

 

 맛있는 토스트 BOOK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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