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리 가득한 이야기들을 굉장히 대중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는 기욤 뮈소의 네 번째 소설이다. 삶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즐기고, 그 사이에 추억의 그립감으로 충만한 사랑을 포진시키기를 즐기는 작가는 여기에 서스펜스를 가미하면서 또 한 편의 읽는 즐거움 가득한 소설을 써내고 있다.
“...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과학의 물리법칙을 부인하는 것이며, 인과관계와 논리적 일관성에도 위배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지금 그가 양손에 쥐고 있는 사진들은 바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증거가 아닌가. 최고의 과학적 증거, 지문이 갖는 유일무이한 성격을 고려해볼 때 말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엘리엇, 하지만 한 명의 엘리엇이 아니라 두 명의 엘리엇이다. 2006년의 엘리엇과 1976년의 엘리엇... 이야기는 2006년 소아전문 외과의사인 엘리엇이 캄보디아에서 의료 구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외과의사로서의 능력과 더불어 인간적인 성숙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엘리엇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또 한 명의 아이를 고쳐주게 되고, 그 대가로 캄보디아 노인에게서 열 개의 알약을 선사받는다.
“사람이 살면서 수면으로 보내는 시간은 평균 25년에 해당하며, 그중 꿈을 꾸는 시간은 평균 10년 정도이다. 대개 10만 번에서 50만 번 정도의 꿈을 꾸는 셈이다.”
그리고 그는 이제 삼십년전의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는 꿈과도 같은 시간 여행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그가 이처럼 위험천만한 여행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자신의 첫사랑인 일리나를 다시 한번 보기 위한 것... 하지만 삼십여년전 바로 자신 때문에 죽게 되는 일리나를 본 순간 그는 삼십여년전의 자신과의 협의하에 여러 가지 위험 (그중 하나는 일리나가 죽은 이후 잠깐 만난 이탈리아 여자와의 사이에 태어난 딸 앤지를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일리나를 살리기로 결심하는데...
“그는 과학계가 관심을 표하고 있는 ‘다중세계’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일부 과학자들에 따르면 한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이 다른 세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하늘로 하나의 동전을 던질 때, 숫자가 있는 쪽이 위로 향하는 세계가 있다면 그림이 있는 쪽이 위로 향하는 세계도 있다는 것이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굉장히 영화를 닮아 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머리 속으로는 한 편의 영화가 영사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멜로를 전제로 하지만 서스펜스가 있고, 사랑으로 충만하지만 동시에 미스터리가 가득하다. 시간 여행이라는 공상을 도입하고 있지만 허무맹랑하다는 느낌을 받기 보다는, 그 가슴 아픈 사연에 고개 끄덕이게만 된다.소설적 설정에 굉장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그가 만들어놓은 덫을 피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그만큼 재미가 있다. 대중소설로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