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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히라노게이치로

조현주 |2007.07.11 17:13
조회 18 |추천 0
               


 

번역이 근사해서 그런지

전혀 일본소설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세련되고 우아하며 예민한 쇼팽과

야수같은 힘과 본능적인 천재를 가진 들라크루아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그의 필력은 놀라움을 넘어선다.


내가 바로 소설속의 주인공이 된듯 단몇초의 단상까지

글로 옮겨버리는 완벽함. 나의 생각을 말로 토하고 있는듯

정교하면서도 숨가뿐 리얼타임의 구체적인 묘사와 틈이 없는 철저한 구성.

 

작가는 19세기말의 파리를 눈앞에 옮겨놓은 듯하다.


천장화를 마감하고

자신의 이루어낸 성취의 정점의 감흥과 동시에

완성 후의 텅 비어버린 육체와 정신의 허무감에 빠지는 들라크루아.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그림에 대한 특별한 인식과 재능,

어떤 사람은 노력해도 도달할 수 없는 천재. 애써 외면하지만 매워질 수 없는 그 천재와 우정의 틈새에서 싹트는 고뇌.

 

상드부인을 향한 쇼팽의 무한한 애정, 실망. 상념.

이 모든 묘사가 정교하게 계산되고

섬세한 솜씨로 날실과 씨실로 짜여 아름다우리만큼 세밀하다.

살롱에서 열린 쇼팽의 연주는 맑고 청명하며 영롱한 음색이

공기중에 떠다니다 마침내 책장에 아로새겨진듯 느껴져서

손가락으로 가만히 글자를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다.


그동안 쉽게만 읽었던, 감성에 치중하는 일본소설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처음엔 낯설게도 느껴졌지만 어느 사이엔가 천천히 흠뻑 젖어버리는. 진지한 표정을 가진 색다른 소설.

쿨하고 가벼움만을 추구하는 지금의 시대가 가진 호흡은 잠시 잊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고 있다.

다 읽고나면 기특해요~ 라는 기분마저 드는. 하핫


작가는 소설이 더이상 발전할 수 없는 시대에 데뷔하여

품이 들더라도 고전적인 정통기법을 통해 소설을 쓰면서 작가로서의 역사로 답습하고 실험적 기법을 위한 스타트라인으로 삼겠다고 밝혔었다.


1849년 10월 17일 새벽2시

프레데리크 쇼팽은 39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더불어 완벽한 연주란 더이상 세상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예술이 비참하고 추악한 악과 저급함을 묘사한다고 해도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것을 예술답게 만들어주는 무엇인가 가 있다고 했다.

쇼팽의 죽음으로 인한 부재와 스산함,슬픔을 인정하는 대신

축제와도 같은 휘황한 작품을 구상하며 빛처럼 눈부셔야한다고 생각하는 들라크루아.

는 난해하다.


하긴 내도록 공부하는 듯한 글읽기였으니까

그런데도 동시에 재미있다니.

대단해.


역/양윤옥


일식, 달, 아쿠타카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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