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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그가 말한 아침형인간[펌]

김수용 |2007.07.13 22:15
조회 132 |추천 1


  아침형 인간 좋아하시네

아침형 인간 이라는, 나로선 도저히 인정 할 수 없는 한 일본 책이 우리나라에도 출간되어 일대 선풍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리하여, 너도 나도 ‘문란한’ 야간생활을 뉘우치게 되었고, 깨달음을 얻었답시고 꼬끼오 닭 우는 새벽에 원시인 마냥 일어나 오래 살아보겠다고 난리들을 친 결과, 상당수가 각종 부작용과 질병, 합병증을 얻어 이 괴상한 신드롬을 머쓱하게 접은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이다.
특히 어둠의 자식들, 야밤형 인간들 가운데에서도 동요를 일으키는 일부 몰지각한 배신자들이 속출한 바, 하늘이 내린 스스로의 체질을 거역하고 아마추어 일본인 한 사람에게 속아넘어가 아직도 후유증에 낑낑대는 꼴을 보면, 분노에 앞서 연민의 정이 가슴을 부여 잡는 이유로, 이에 여기에 아침형 인간의 허상을 낱낱이 까발리고 야밤형 인간의 우월성을 천명하여 어둠의 자식의 임무를 다하고자 하노라. (뎅~~~~)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원래’ 아침에 일어나 저녁(심지어 밤도 아니고! 나참) 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동물이라고. 이게 왠 오뉴월 육개장 국물에 얼어죽다 미끄러지는 소리냐.
연료가 귀하던 시절, 어두컴컴한 호롱불에 책 한 구절이라도 읽을라 치면 굉장한 사치가 되던 시절엔 ‘아침형 인간’이 맞는 얘기였을 수도 있겄다. 해만 떨어지면 오로지 자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던 시절, 인구증가 라는 역사적 사명을 위한 노동 말고는 기냥 자빠져 자는 것이 최대의 절약이며, 해가 어슴푸레 뜰 무렵에 눈 비비고 일어나 하루의 노동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인간에게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삶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이 특이한 잡식성 동물은 막대한 리스크를 무릅쓰고 꼿꼿이 일어나 직립하는 길을 택했고, 자연에 순응하기 보다는 불을 사용하고 자연과 투쟁하며 맞서는 길을 택했다.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극히 짧은 인간의 역사지만, 그나마 그 짧은 역사의 최 후반기에 이르러서야 인류는 밤을 밝힐 수 있는 본격적인 광원인 ‘전기’를 손에 넣었고, 그나마 현재도 인공위성 촬영 사진을 보면 지구의 상당 부분이 밤을 밝힐 경제력과 자원을 얻지 못한 어두컴컴한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밤이라는 시간대에는 극히 제한적인 사색과 노동만이 가능했던 기나긴 암흑기를 지나 근대에 이르르자, 선택받은 행운의 인간들만이 밤이 우리에게 주는 놀라운 집중력의 산물을 받아들였고, 감정적으로 지극히 예민해지는 경이로운 체험을 즐겼으며, 예술적 감수성에 엄청난 자극을 받기도 하였다.
어둠의 장막이 진실을 보는 데에 불필요한 허접한 것들을 몽땅 가리우고, 천박한 소음들이 잠들어 버린 경이의 시간인 밤, 그 어둠, 그곳에서 인간은 자신들이 누구인지를 발견 하였고, 비로소 하루의 절반인 낮의 인간이 아니라 24시간을 지배하는 하루의 주인이 되었던 것이다. 오, 놀라운 어둠의 산물이여! 선조들의 투쟁의 결과인 빛나는 유산이여!
헌데, 왠 썩을 놈들이 주장하기를,  인간은 ‘원래’ 아침에 일어나는 동물이다....혓바닥으로 콧구멍이나 파시고 본론으로 가자.(미안하다 지금까지 서론이었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 가장 알맞은 형태의 시간대와 장소를 선택 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러한 선택을 인간이 할 수 있게 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간생활자들 조차 ‘야간생활은 몸에 나쁘다’라고 인정하는 일들이 많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해로서, 야간생활에도 다 노하우가 있고 가릴 것은 가려야 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인 것이다. 다음을 보시라.

야간생활자 10계명

일찍이 춘추전국시대의 위대한 사상가였던 놀자님께서는 밤에 싸돌아 다니는 인간들을 위하여 야간생활자 10계명을 제자들에게 전수한바 있다.

1. 수면환경에 투자하라.(인공적인 어둠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라.)
밤에 싸돌아 다니는 인간들은 어쩔 수없이 어슴프레한 새벽이나 심지어는 대낮에 침대에 들어가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침에 일어난 미천한 인간들이 내는 소음과 각종 기계음에 둘러싸이게 되고 수면의 능률이 현저히 떨어져버린다. 커튼값을 투자하여 비록 낮이라도 인공적인 어둠을 만들어내자. 커튼이 좀 비싸다면 알미늄 호일을 두 겹으로 유리창에 붙여버리면 된다.

2. 수면환경에 또 투자하라.(인공적인 적막을 만들어내라.)
유리창과 방문에 방음시설을 설치하여 비록 낮 시간이더라도 숙면을 취하자. 이게 또 상당히 돈이 투자되는 일이라, 여의치 않다면 귀마개를 사라. 싸다. 정 안되면 귀가 편안한 헤드폰을 쓰고 고스트스테이션 녹음파일을 들으면서 자도록 하자.

3. 운동을 하자.
야간생활자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운동을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다. 깨어나 보면 헬스클럽도 문 닫을 시간이요, 동네공터에서 달밤에 체조하다가 신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게다가 밤돌이 밤순이들인 예술창작자들은 원래부터 몸 움직이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부류들이다. 그러나 야간생활자들이야말로 몸 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심지어 우린 깨어나보면 병원도 문을 닫아 진료받기도 쉽지가 않다. ㅜㅜ

4. 술 담배를 조절하라.
야간생활자들 가운데에는 유흥업소 종사자들도 꽤 된다. 이들의 몸이 망가지는 이유는 야간생활자라서가 아니라 술을 지나치게 가까이 하기 때문이다. 강남 고급살롱에 나가는 언니들 집의 냉장고 안에는 대부분 보약이 가득하다. 어떻게 아는지는 묻지 말아 달라. 단지 ‘절제’와 ‘노력’은 밤에 자든 낮에 자든 누구에게나 필수인 것이다라고 생각하자.

5. 규칙생활을 하라.
사람들의 가장 큰 오해가 이것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들은 생활이 불규칙해 무조건 몸이 망가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십년 간 야간생활을 해온 고수들을 지켜보면, 나름대로 대단히 규칙적으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남을 알 수 있다.(당연히 부모나 선생 말은 더럽게 안 듣고 산 사람들이지.훗.) 또 야간생활자들은 무조건 불규칙한 생활을 한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야간생활’과 ‘규칙생활’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6. 음식에 투자하라.
우리들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쯤에는 왠만한 식당은 다 문 닫을 시간이다. 그러다보니 부스스한 얼굴로 편의점에 스멀스멀 걸어가 인스턴트 푸드를 잔뜩 사들고 온다. 절대로 안 될 일이다. 야간생활을 한다는 것이 게으르게 산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비록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지만 부지런하게 움직여 손수 밥도 짓고 밑반찬도 몇 가지 장만하자. 아침형 인간들조차도 끊임없는 인스턴트 푸드의 공세를 받으면 몸이 망가지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7. 친구를 만들라.
야간생활자들은 스스로의 생활패턴에 고립되어 방콕 족으로 전락하기 쉽다.(설마 방콕족이라는 뜻을 당신이 모른다면 요즘문화에 아주많이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방’에 ‘콕’박혀있는 인간들을 일컬음이다.) 그러므로 오로지 부엉이들만 날아다니는 시간대에도 초인종을 누르며 마실 오는 친구들을 만들고, 외출도 정기적으로 꼭꼭하자. 잘못하면...악플러가 되어 밤새도록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는 비참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아쉽게도 8계명 이후는 실전되어 전해지지 않는다. 놀자님의 사상을 집대성한 먹자, 자자, 싸자의 증언에 따르면, 어느 야심한 밤 놀자님께서 술을 마시다 필름이 끊겨(당시에는 죽간이 끊겨라는 표현을 썼다. 믿거나 말거나) 십계명에 새겨진 죽간에 오줌을 싸시는 바람에 실전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8계명 이후는 우리 개인개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야밤형 인간의 우월성에 대해 알아보자.

*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밤에는 집중력이 높아지고 감성이 풍부해지며 낮에는 결코 떠올릴 수 없는 생각들을 해낼 수 있다.

* 야밤형 인간들은 빛과 소음에 시달리지 않는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그렇게 번잡한 환경에서 벗어나 우아하게 살아가는 야밤형 인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웰빙족이다.

* 차가 막히지 않는다. 강남에서 불광동까지 15분이면 쏠 수 있다. 이미 서울은 잠들지 않는 도시이며 이는 세계적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밤은 결코 불이 꺼지지 않으며 새벽 시간에도 의외로 많은 교통량을 볼 수 있다. 똑같은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에서 야밤형 인간들은 시간대를 옮김으로서 짜증나는 환경에서 탈출하고 있는 것이다.

* 귀찮은 인간들을 피할 수 있다. 밤에는 잡스런 인간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잡상인을 비롯하여 빚쟁이, 싫어하는 친구, 귀찮은 가족에게서 해방되어 오붓한 자신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

수많은 장점들이 더 있지만 지면상 대략 줄이겠다. 이와 같이 야밤형 인간들은 원시의 환경에서 해방된 미래의 인간들이다. 수많은 음해와 오해에도 불구하고 야간생활을 하면서도 충분히 건강을 지키고 능률적으로 살 수 있음을 알아 본 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야밤형 인간들의 평온하고 해피한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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