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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와 게이츠의 졸업식 축사 대결

신문섭 |2007.07.17 01:19
조회 147 |추천 1

 

 

    잡스와 게이츠의 졸업식 축사 대결    

 

 

흡인력은 잡스, 메시지 중요성은 게이츠 '멋진 무승부'


 

6월7일 미국 하버드대학 졸업식이 열린 캠퍼스 광장. 이 대학 중퇴자이기도 한 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 회장이 연단에 오르자 졸업생과 교수, 초청인사 등 1만5000여 명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맞이했다. 광장 뒤편 초록이 무성한 나무들 사이에도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서 그의 연설을 청취했다.

 

 


 

"나는 이 말을 하기 위해 30년 이상을 기다렸다. '아버지, 제가 늘 말했지요. 졸업장을 받으러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웃음과 박수) 참 적절한 때 하버드가 내게 학위를 주니 정말 고맙다. 내년에는 직업을 바꿀 계획인데, 이력서에 대학 졸업 학력을 넣을 수 있게 됐으니 정말 잘된 일이다.(웃음과 박수)"


입학 34년 만에 명예법학박사 학위를 받게 된 게이츠 회장은 이런 '오프닝 코멘트(opening comments)'로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크림슨(하버드대 학생 신문)이 나를 하버드에서 가장 성공한 중퇴자라고 부르니 행복하다"는 등의 유머를 동원해 앞부분에서는 거의 10초마다 한 번씩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이렇게 청중이 그의 가벼운 '유혹 문구(hook)'에 빠져들 무렵 게이츠 회장은 슬쩍 '불평등'과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진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내용이었지만 그의 연설은 청중을 사로잡았다. 졸업식 참석자뿐 아니라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게이츠, 하버드대서 인류 불평등 해결 방법 제시

게이츠 회장은 이번 연설문을 작성하기 위해 2006년 12월부터 골머리를 앓으며 연설문을 여섯 차례나 뜯어고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게이츠 회장이 5월 말 워렌 버핏을 만나 연설 목소리와 제스처에 관한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덧붙였다.


게이츠 회장이 이렇게 공을 들인 이면에는 라이벌인 애플사 스티브 잡스 회장의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2005년 6월)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잡스 회장의 이 연설 동영상은 구글비디오 인기 순위 '톱 100' 안에 들 정도였고, 국내에서도 누리꾼 사이에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이래저래 라이벌이다. 나이도 52세로 동갑내기고, 정보기술(IT)업계의 양대 산맥이다. 초창기부터 주도권 다툼을 벌여온 경쟁자다 보니 공개석상에서 같이 모습을 드러낸 적도 거의 없다. 한때 두 사람이 반목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기도 했다. 게이츠 회장은 "매킨토시가 그랬듯 아이팟(iPod·애플이 발매한 MP3플레이어)도 오래 못 갈 것"이라고 약을 올렸고, 이에 잡스 회장도 "MS는 기업과 소비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악덕 기업"이라며 받아쳤다.


다시 게이츠의 연설로 돌아가보자. 높은 톤에 갈라지는 목소리는 그가 연설 잘하는 정치가나 배우가 아님을 확인하게 했지만, 오프닝 '후크'에 빠져든 청중은 점점 그의 연설에 몰입했다.


"이 세상에 수백만의 사람들을 절망으로 떨어뜨린 건강과 부, 기회의 끔찍한 불평등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하버드를 떠났다. 인간애의 위대한 진보는 어떻게 불평등을 없애느냐에 달려 있다. 여러분(하버드대 학생들)처럼 세상에서 가장 큰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아무 특권 없는 이들의 삶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그는 이날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로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우리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쓸 수 있는 시장의 힘(market forces)을 확장한다면 심각한 불평등에 시달리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두 기둥인 시장과 기술 혁신을 잘 활용하면 가난과 불평등, 질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25분간의 연설은 좌중을 휘어잡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잡스 회장이 있었다면 게이츠 회장의 입가엔 회심의 미소가 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 게이츠 회장이 그토록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잡스 회장의 스탠퍼드대학 연설은 어땠을까.


잡스 회장 역시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태어나서 이렇게 대학 졸업식을 가까이 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오늘 나는 내 인생의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그게 전부다"라고 강조했다. 즉 겸손함을 통해 이야기의 전달 효과를 배가하려 했다. 그가 전하는 세 가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야기는 점을 잇는 것에 관한 것이다. 나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노동자 가정에 입양됐고, 리드대학에 입학했지만 학비가 너무 비싸 6개월 만에 그만뒀다. 빈병을 팔아, 먹을 것을 사고, 친구 집 마룻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러면서 비정규 청강생으로 서체 관련 과목을 듣기 시작했다. 당시는 그런 것이 실제 응용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10년 뒤 최초의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 때 그것을 다 이용할 수 있었다. 즉 학창시절에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점을 이을 수 없었지만 돌이켜보면서 점을 이을 수 있었다. 지금 잇고 있는 점이 미래 어떤 시점에 서로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둘째 이야기는 사랑과 상실이다.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우즈니액과 나는 차고에서 회사를 시작해 10년 뒤 20억 달러 매출에 직원 4000명을 거느리게 됐다. 그러나 우즈니액과의 견해 차이로 나는 창업자이면서도 해고되고 말았다. 참담한 심정이었지만 그때 어떤 것이 떠올랐다. 나는 아직도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새롭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 인생에 가장 창조적인 시기였다. 5년 뒤 나는 픽사(Pixar)를 차려 세계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애플로 복귀했다. 어려운 시기에 나를 이끌어간 것은 내 일을 사랑한 점이다.


 

잡스, 스탠퍼드대서 개인의 희망과 미래 위한 충고

셋째 이야기는 죽음에 관한 것이다. 열일곱 살 때 나는 '만일 당신이 매일의 삶을 마지막 날처럼 산다면 언젠가 당신이 제대로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구절을 읽었고, 이후 33년 동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내가 하려는 일을 하게 될까?'라고 물었다. '아니오'라는 대답이 여러 날 연속해서 나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년 전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과 회복 과정을 거치며 아주 가까이서 죽음을 경험했다. 죽음 앞에서는 외부의 기대들, 자부심, 좌절과 실패의 두려움 같은 것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게 된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자 말라.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가는 용기를 가져라. 늘 갈망하고, 우직해라(Stay Hungry, Stay Foolish).'


빠르고 또렷한 발음에 강력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잡스 회장의 연설은 흡인력이 강하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교육기관 C&A Expert 김경태 사장은 "원고 전달력과 청중 이해도, 연설 기법 등에서는 잡스가 게이츠보다 10배는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잡스가 연설에서 개인의 희망과 미래를 발견하기 위한 충고를 중심에 뒀다면, 게이츠는 인류가 안고 있는 영원한 숙제인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을 내놓았다. 그래서 두 연설을 비교해보건대 흡인력에서는 잡스가 승리했지만, 메시지의 중요성에선 게이츠가 더 높은 점수를 따 결국은 ‘멋진 무승부’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동아닷컴]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 빌 게이츠 하버드 강연 자료

(http://www.news.harvard.edu/gazette/2007/06.14/99-gates.html)

 

- 스티브 잡스 스탠퍼드 강연 자료

(http://video.google.ca/videoplay?docid=20460902622250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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