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이 : 이거야?
여경 : 네? 네... 키가, 참 크시네요?
완이 : 무심하시긴. 그걸 이제 알았습니까?
여경 : 그...근데 언제 왔어요?
완이 : 읽어보게?
여경 : 손님이 부탁해놓고 간 책인데, 괜찮다길래 한번 읽어보려구요.
완이 : 읽지마. 별거 없어.
여경 : 읽어... 봤습니까?
완이 : 읽어봤을껄? 내용은 잘 기억 안나지만... 남의 이론 가져다가
자기 생각인양 떠들어대는 기술이며, 어렵고 현란한 말을 잔뜩
나열해서 독자를 주눅들게 하는 능력은 탁월했지 아마.
뭘봐. 봐봐야 잘 생겼지. 나, 내일 일본으루 가.
여경 : 그,그렇습니까? 몸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완이 : 말로만?
여경 : 마...말로는 부족합니까?
완이 : 당연하지. 너는 아무래도 수업을 좀 길게 받아야겠다.
여경 : 수업이라니요?
완이 : 그동안은 내가 니 혁명수업을 열심히 들었으니까, 이번에 니가
내 수업을 들을 차례잖아. 오늘 첫수업을 시작하자.
여경 : 저...저는 별로 배우고 싶은 생각이,
완이 : 느낀만큼 행동하고 실천하는게 혁명이라면, 사랑도
마찬가지거든. 행동하고 실천하는만큼만 사랑이다!
여경 : 그래서요?
완이 : 말로만 나불나불 떠드는 이론가들, 을마나 밥맛 없냐.
사랑도 마찬가지거든. 마음이 있다면 그...뭐랄까...행위예술로서
표현해야 되는거 아니겠어?
여경 : 당신 머릿속에는 순전히 그런 응큼한 생각밖에 없습니까?
완이 : 원래 남자들이 다 그래.
여경 : 됐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