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3일 날씨 화창한듯 흐린듯
그 유명한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교대식을 보러 갔다...
궁전앞의 광장에서 분수와 조각상, 공원의 사진을 찍으며 12시가 되길 기다렸다. 어느 순간부터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메우기 시작하더니 우리는 잘 보이는 자리를 잃을까 뒤로 돌아서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서있었다. 결국 앞자리를 미련없이 버리고 나는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다시한번 느끼지만 영국의 파란 하늘은 우리의 청명한 가을하늘과 비슷하면서도 더 가까이 있는듯하다.
역시 난 행사보다는 사람들을 바라보는게 더 좋다.. 물론 처음보는 근위병교대식이므로 열심히 보기도 했지만 한발짝 뒤에서 사람들을 보니 어쩐지 더 정겹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속에 깃들어 있는 미소는 나의 마음도 부유하게 해준다....
오후 내셔널 갤러리와 트라팔가광장...
유난히 시차적응이 안되고 식사가 입에 맞지 않음을 느낀다.. 덕분에 오후만 되면 거의 초죽음이 된다. 우리시간으로 새벽1시에서 2시사이에 점심을 먹으니 입맛도 없고, 머리는 땅을 향하고 싶어한다... 사실 음식들이 너무 느끼하다... 이곳 사람들을 사랑할수 밖에 없을것 같다.. 비위도 좋고 성격도 너무 좋은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해바라기를 찾았다... 한 30여분은 그 앞에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다른 것도 많이 봐야하지만 웬지 떠날수가 없었다...
눈을 감고 보고, 상상하고, 사람들 사이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보기도 하고, 웬지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좋은 이유를 말하라면 솔직히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싶지만..... 그냥 좋아서 좋다...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그냥 해바라기가 좋아서 여러작품을 그린 고흐가 나도 그냥 좋다.... 그리고 해바라기가 좋다... 하늘의 태양을 따라 얼굴을 돌리며 해만 바라보는 꽃, 그래서 이름도 해바라기... 기념품으로 해바라기 엽서와 자석을 샀다. 행복하다...
저녁에 오페라를 보기위해 '오페라의 유령' 만을 상영하는 'HER MAJESTY'S THEATRE'로 갔다. 보기전에 난 언어의 장벽과 혹시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에 큰 기대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주변의 사람들도 황인종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백인들 사이에 있어야 하니 약간 긴장하고 어색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되고 난 감동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훌륭했다....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함이 온 몸과 마음에 꽉 차올랐다.... 아름다운 노래에 전율을 느끼며, 눈물이 흘러나왔다... 내가 이렇게 느낄수 있을줄 몰랐다...
사람의 마음을 깊은 내면에서부터 뒤흔들어 놓은 그 소리들은 나의 피곤함과 기둥에 가려 제대로 볼수없는 상황도 느끼지 못하게 했다... 오히려 잘 볼수 없음이 노래를 더 잘 듣게 해준 것 같은 감사함도 느끼게 되었다.... ^^...
나의 뒤 좌석에서 보던 이태리인인듯.. 연신 노래를 따라 부르며, 옆사람에게 설명해주고, 브라보를 외치며,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가 너무 부러웠다... 난 눈물이 나면서도,,, 브라보를 외치고 싶은 나의 감정을 억누르고, 쑥쓰러움에 멋진 공연을 보고도 찬사를 보낼줄 모른 나 자신이 너무 아쉬웠다..
한국식당을 찾기위해 차이나타운을 헤매고, 공중전화도 걸고 결국은 차이나수퍼마겟에서 복숭아와 자두를 사고는 행복함을 또 느낀다... 이곳에서 난 아주 작은 일상 마저도 행복이 될수 있음을 다시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