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희] 작년 이맘때쯤 해남 땅끝마을에 간 적이 있었어요. 여자랑 헤어지고 나서 혼자 불쑥 떠났는데.... 슬리퍼를 빌려 신고 소주도 한 병 사기지고 바닷가에 나갔죠. 내 딴 엔 온갖 심각한 폼을 혼자 다 잡고 있는데, 갑자기 이만한 파도가 밀려와서 그만 슬리퍼 한 짝을 싹 물고간 거예요. 빌려온 건데 찾아 야죠. 그런데 이거 밤이라 뭐가 보여 야죠. 그래서 한참 동안 슬리퍼를 찾아 헤매 다녔어요.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황당 하더라구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자 때문에 세상이 끝난 것처럼 심각하게 있다가 갑자기 슬리퍼 한 짝을 찾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나를 보고 있으니깐, 참 한심하기도 하고... [태희] 그땐 우린 결혼을 3주일 앞두고 있었어요. 집도 보러 다니고 혼수 준비로 바빴죠.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셨어요. 큰 수술을 받으셨고 의사는 거동을 할 수 없을 거라고 그랬죠. 난 그 여자한테 결혼을 하면 아버질 모셔야 한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할 말이 있다고 하대요. 생각해보니 우린 안 맞는다며 결혼을 없었던 걸로 하자고요. 여자들은 솔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그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라고 말하지는 않죠. 우린 안 맞는다는 거.. 여자들은 그렇게 얘기해요. 우린 안 맞는다고.. 돈이 없어서 싫다는 말도 우린 안 맞는다고 하고. 부모를 모시기 싫다는 말도 우린 안 맞는다고 하죠. 집이 없어서, 번듯한 직장이 아니어서. 키가 작아서... 어떤 말이든 우린 안 맞는다고 말해요. 5년을 사귀었는데 우린 잘 안 맞는다니... [영서] 물론 첫눈에 반하면야 좋겠지요.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잖아요 첫눈에 반한다는 게 사랑에 빠지게 할 수는 있지만, 오래 지속 시켜주는 건 아닌 거 같아요 [태희] 왜 하필 선인장을 좋아해요? 예쁜 꽃이나 나무도 많은데... [영서] 오래가잖아요. 변하지도 않고... ....[연풍연가] 중에서 참 공감하기도 하지만, 난 아직아닌거 같은데. 세상에 덜 찌들어서??!!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