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를 참 잘 부르는 사람이었거든..
별것 아닌 음들도.. 그 친구가 소리내면 모두 노래처럼 들려고,
시시하던 가요도.. 그 친구가 부르면 너무도 쓸쓸해졌지.
그 때도 여름이었는데..
여러사람이 모여서 술마시는 자리였어.
한참 흥이 오를 쯤 고개를 돌려보니까..
그 친구가 없더라구.
괜히 화장실 가는척 밖으로 나와 봤더니..
그 친구는 포장마차 앞에서 쪼그려 앉아서
노래를 흥얼대고 있더라.
무슨 노래였는진 기억이 안나.
그냥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노래였던거 같아.
어쩌면 세상에 없던 노래였을수도 있구.
근데, 내 귀에는 그 노래가 꼭 나를 부르는 소리처럼 들렸어.
그래서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한참 그 흥얼거림을 듣다가..
그만 좋아한다고 말해버렸지.
"좋아해.. 너도.. 니 노래도.. 좋아해."
그렇게 무식하게 말해버릴 계획은 아니었는데..
운이 좋아서 그 후로 난 그 친구의 노래를 더 가까이,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남자친구가 됐지만..
이상하게도 그 때부터 그녀의 노래가 듣기 싫어지기 시작했어.
왜 니가 부르는 사랑노래들은 한결같이 그렇게 슬픈가..?
니 가슴에 무슨 맺힌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가..?
난 가끔씩 따져 물었지.
따지는 것처럼 들리지 않도록..
일부러 먼산을 보거나, 아니면 비겁하게 웃는 척 하면서
묻기도 했지만.. 그 친구는 내 속내를 알았는지..
한 번도 대답해주지 않았어.
그래서 한번은 화를 냈어.
"왜 넌 니 옛날 얘기 나한테 안 해줘?"
그 친군 그러대.
"그런 이야긴 안 하고 싶어."
그리고는 입을 꾹 다물었어.
그날은 더이상 노래도 부르지 않았지.
그녀가 떠나간 뒤에 슬픔과 미련..
모든게 다 지나간 다음에..
그녀에게 오래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남들에게 들었어.
'나를 만나기전 그렇게 힘든 사랑을 했었구나..
내가 그렇게 물어본 것 자체에.. 그녀는 이미 상처를 받았겠구나..'
그리고 난 생각했지.
그때 내가 알았어도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거라구..
더 못난 질투나 하던가..
끝끝내 쓸쓸한 그녀의 노래에 귀를 틀어막거나..
그후로 나는 슬픔이 많은 사람은 사랑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어.
잘 될진 모르겠지만..
다시 누굴 사랑하게 된다면..
내가 감싸줄 수 있을만큼의 슬픔만 가진 사람..
이젠 행복한 노랠 부르는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어.
잘 될진 모르겠어.
아직도 가끔 비가 오면 그 노래가 듣고 싶구..
그 얼굴이 보고 싶어지니까..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