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필인지 수첩인지 혹은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써둔 쪽지인지,
그런 걸 찾으려고 했다.
오래된 서랍을 열었을때, 뒤죽박죽된 나의 추억들이 무작위로,
갑자기 예고도 없이 쏟아졌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던 나는,
방 안 가득 흘러 넘치는 추억 속에 방치되었다.
추억들은 대체로 무해하고 나에 대해 관대했지만,
끝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언젠가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그리고 곧, 날카로운 칼날과 같은 모서리를 지닌
한 장의 엽서가 나의 마음에 예리한 자국을 냈다.
그 엽서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역류하는 추억속에서 나는,
내가 찾으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잃어버린다.
이유 없이 뺨을 적시는 눈물이 정말 나의 것일까.
한 번 열어버린 서랍은 닫히지 않는다.
- 황경신 < 서랍속의 풍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