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소설) 귀가

이재현 |2007.07.29 10:02
조회 487 |추천 0
1.

한 사람은 한 사람이 먹기엔 너무 양이 많다. 그래서 그녀를 먹다가 나는 문득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할까도 생각해 보았다. 고르지 않은 마당에서 송아지 통구이를 먹어 본 일이 있다. 밴드도 없고, 볼거리도 없는 밋밋한 모임이었고 오로지 송아지뿐이었다. 송아지는 곧 뼈만 남게되었다. 저것들이 숲에 버려지면 천년정도 지난 후에 어떤 고고학자가 발견하고는 소중히 박물관 지하실에 모셔놓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녀의 양은 너무 많아서 토막내어 냉장고에 넣기에도 너무 부피가 컸다. 게다가 손이나 발 따위를 토막내어 냉장고에 넣는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야만적이었다. 야만적이라고? 그렇다 저장을 해 넣는 것은 먹는 것보다 야만적이다. 그렇다고 큰 여행용 가방에 바리바리 넣어서 인적이 드문 길가에 묻는 것도 반문명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일단 발견되면 그건 개뼉다귀를 발견한 것과는 차원이 틀린 사회적 행위를 낳아버리니까. 사람들의 상상력은 너무 빈곤해서 금세 천국과 지옥을 떠올리며 치를 떨거니까.

나는 양이 적은 편이라 미식가 취향으로 그녀의 혀 조금과 왼쪽 가슴을 먹고나자 벌써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결국 버려야하리라. 내장은 탕으로 끓이면 맛이 있으련만...다만 재료를 사기가 번거로울 뿐이다.

가슴과 머리를 도려낸 시체와 섹스를 해 본 일이 있는가? 나는 내 물건에 로션을 잔뜩바르고 삽입했다. 죽은 여자는 다만 일회용이다. 두번은 있을 수 없다.


2.

아침에 일어나니 속이 더부룩했다. 어제 과식한 탓에 소화불량이 도진 모양이었다. 나는 침대맡에 놓는 구급상자에서 소화제를 꺼내 두 알 먹었다. 똥이 마렵진 않았다. 변비가 시작되려는 모양이었다. 그래 아직은 나에게는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여간 스트레스가 아닌 것이다. 상상으로는 뭐 어때?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익숙해지는 데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했다. 마루에 놓여있는 그녀의 시체에서 나오는 냄새는 실로 지독했다. 보통사람이라면 평생 이 냄새를 맡을 필요가 없으련만...나는 커피생각이 났다. 모닝커피를 마시고 출근할 생각으로 침대를 털고 일어났다.



3.

문을 닫고 나오면서 마루에 그녀를 놔 두어도 될까?하는 생각을 했다가 곧 지워버렸다. 누가 찾아올 사람도 없는 걸... 아마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냄새는 날지도 모른다. 나는 독한 향수를 몸에 뿌렸다.



4.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에 나는 똥이 마려운 것을 느꼈다. 부득이 중간에 내려서 역내 화장실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 변에서는 그녀냄새가 났다. 정확히 말하지만 인육냄새겠지. 하지만 누군가의 변으로 나오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는가. 동일한 로션이나 향수를 쓰는 사람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므로, 우리가 냄새로 사람을 정의할 수 있다면 나는 인육이 소화되어 똥으로 나오는 이 독특한 냄새를 그녀의 향기라고 부르고 싶다.



5.

회사에서 동료들과 중복기념으로 개고기를 먹었다. 수육과 탕을 먹으러 들어간 가게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개고기에 대한 탐식은 남자들의 몫이라는 생각은 이미 옛날 이야기에 불과했다. 우리와 동행한 경리과 미스정은 시골출신답게 개고기를 잘도 찢어먹었다. 그녀는 통째로 삶은 개고기를 찢어서 어른들이 먹는 상 위에 놓곤했다고 어린시절을 회상했다. 그 말에 얼굴을 찌푸리는 것은 오히려 일부 남자들이었다.

"그러다 사람도 먹겠어." 누군가가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어린 적엔 절대로 먹지 않겠다던 음식이 몇 개가 있잖아. 홍어라든가 개고기라든가. 생각만해도 구역질나던 음식들인데 이렇게 먹고 있는 걸 보면 말야, 사람이라고 못먹겠냐고..." 그가 내 옆구리를 툭 쳤다. "안 그래?"

글쎄....그러나 그 집의 개고기는 그다지 맛이 없었다. 집에 두고온 그녀가 생각났다. 팔뚝이라도 냉장고에 넣어놓을 걸, 이렇게 더운 날에 그녀는 홍어처럼 삭고 있을 것이었다.

"맛이 없어요?" 이번엔 미스 정이 내게 말을 건넨다.

나는 그녀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예뻤다. 나는 여자와 섹스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자가 스스로 다리를 벌려 나를 허락하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었다. 오르가즘이란 그에 비하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아니..." 미스 정에게 웃어주었다. 그녀는 예뻤다.



6.

"무슨 남자가 향수를 그렇게 뿌려?"

코 알레르기가 있는 옆자리의 김대리가 연신 재채기를 해 댄다.

"미안..." 나는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차대리!"

부장님이 나를 불렀다.

"지난 번 건 있잖아..." 부장님이 말꼬리를 흐렸다. 지난 번 건이라 함은 M물산과의 거래를 말하는 것이었다. 부장님은 내게 계약작업을 맡기면서 와이루를 챙기라고 말해두었다. 부장님은 사실 M물산쪽에서 부단히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었고 최근에 그 쪽으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회사의 많은 기밀들이 계약을 핑계로 알게 모르게 M쪽으로 넘어갔는데, 우리 회사쪽에서는 M물산과의 계약실적이 늘어나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다. 바야흐로 부장이 저쪽 회사로 옮기게 된다면 그 계약들 중 태반은 취소될 것이었다. 부장은 계약하면서 떨어지는 것들을 거의 독점했다. 그 중에 일부는 내게 떨어졌다. 나는 부장과 함께 회사를 옮길 것이었다.

"제가 잘 처리하겠습니다."

부장은 씽긋 웃더니 밖으로 나갔다. 사우나에 가는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야?" 김대리가 물었다.

"아냐...." 나는 고개를 숙이고 서류에 집중했다.


7.

나는 미스정과 회사에서 섹스를 한 적이 있다. 야근하고 있는 데 미스정이 술에 취해 회사에 왔다. 나는 텅빈 여자화장실 한 칸에서 오럴로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빨아 오르가즘을 넘겨주었다. 다하고 나니 턱이 얼얼했다. 순서를 바꿔 그녀가 내 것을 빨아 사정시켜 주었다. 정액은 그녀가 반쯤 먹고 반쯤은 뱉었다. 다 하고 나서 서로 키스했다. 미끄러웠다.



8.

퇴근 무렵 점심에 먹은 개고기때문인지 똥이 마려워 화장실을 찾았다. 설사였다. 맛이없더라니...혹시 상했나? 반은 물, 반은 바람빠지는 소리가 어지럽게 흩어졌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으면 누군가 다가와서 내 물건을 빨아주었으면하는 상상을 한다. 그게 여자여도 좋고, 남자여도 좋다. 그럴 땐 자위를 한다. 내가 싸 놓은 똥 위에 정액을 뿌리면 느낌이 묘하다. 그래도 그게 뒤처리가 깔끔하다. 휴지로 한 번 쓱 닦으면 된다.


9.

회식은 없었다. 미스 정도 친구와 약속때문에 갔다.



10.

나는 귀가길에 포장마차에 들러 잔치국수 한 사발에 소주 한 병을 비웠다.
그녀가 마루에 누워있을 생각을 하니 귀가길이 심난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