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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어리기만 한 너를 내가 먼저 사랑했어. 그런데

박정연 |2007.07.30 12:59
조회 440 |추천 3

철부지 어리기만 한 너를 내가 먼저 사랑했어.

그런데 그런 어린 니가 부담스러워서 먼저 헤어지자고 했지.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어.

오늘 우연히 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다시 만났구,

넌 꽤나 멋지게 날 아는척 해줘서 놀랬어.

예전의 너같으면 오늘의 나를 만났다면 소심하게 고개 돌리며

모른척 했을텐데.

오늘의 넌 너무나 멋진 남자가 되어서 날 보며 방긋 웃더라.

그리고 주고 받은 서로의 안부인사들....

한참을 이것저것 얘기하느라 서로 정신이 없었어.

그리구 차가운 아이스티 한잔 마시고 나올때 니가 차값 계산하고,

예전 같더라면 어김없이 넌 계산서를 내게 내밀며 애교를 부렸는데

그 순간 약간 어색헀단다.(혼자서....)

너랑 헤어지고 돌아와서 사진첩을 들췄어.

아직 버리지 못한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는 니 사진이 날 보고

반기는 거 같더라.

언젠가 너랑 헤어진 뒤 앨범을 들췄을 땐 니가 날 보고 웃으면서도

마구 화내는 거 같아서 그 후로는 한번도 니 사진을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 들춰본 니 사진은 정말 다르더라...

우리가 서로의 상처를 다듬고 거쳐온 시간들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나봐!

무엇보다 오늘의 니가 날 너무 설레게 했거든.

예전의 너라면 오늘 날 보고 이것저것 따지며 그땐 왜 그런거냐고

화내고, 투정부리구, 떼쓰고 그랬을텐데 너 나한테 한마디도 묻지

않더라!

왜 내가 그런건지 설명하지 않아도 넌 이젠 다 안다는 어투로

내 말들을 감싸주고 있더라.

순수하기만 했던 어린 소년이 따뜻한 가슴을 가진 어른이 된거

같았어.

너에게 등 돌리고 돌아서서 걸어오면서 입가에 번지는 쓴웃음과

눈가에 고이는 촉촉한 그 무언가가 그저 서럽더라.

왜 사랑은 영원이 없는거며, 왜 사랑은 가지고 있던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할 것에 욕심을 부리는 걸까?

버스안에서 잠깐 생각했어.

그때 내가 끝까지 너의 투정들을 다 받아주며 처음느낌 그대로 널

사랑해주고 노력했다면 넌 그저 시간만 가지고 성장해서 날 감싸주던 오늘의 너처럼 컸을까?

아님 그냥 열정은 식을 수 있는거라며 자신에게 타이르고, 인내라는

걸 하고 널 지켜봐주기만 했더라면 오늘의 넌 존재했을까?

그런데 너 아니?

생각만큼 세상사는 마음먹은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거란다.

그때 내가 너에게 실연이라는 걸 안겨주지 않았다면 넌 내 그늘아래서 절대 크지 않는 화초가 되었을지 몰라!

그리고 난 그런 너에게 점점 지쳐가서 서로에게 마구 생채기하며

너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줬을지도....

그럼 그땐 정말 니가 날 원망했겠지?

크지 않은 어린 왕자로 만들어 놓고, 바뀔 수 없는 순간에 널 던지고

있다고...

아직 버리지 못한 니 사진 한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해 볼까해!

널 아직도 사랑해서도 아니구, 잊지 못해서도 아니야!

사진속의 순수한 너는 내게서 버려질 이유가 없으니까.

그저 웃는 얼굴 하나로 내 행복했던 추억이 되어줄테니까.

니가 내 사진을 어떡했는지는 관심없어.

그건 니가 간직하고 싶은 추억의 흔적들일테니까.

헤어지고 난뒤 깨달은 또하나가 오늘 생겼어.

같이 공유했던 추억들의 값어치는 이제 각자 스스로 간직하고 싶은

추억으로 기억해야 한다는거.

너한텐 모질어서 잊고 싶은 추억이 내게는 행복했던 시간들로

기억해도 그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다는 거.

그래서 난 오늘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내 가슴속 어두은 방에 있던 널 내보낼 수 있었어.

그동안 세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나가라고 해도 버티던 니가 은근히

얄미웠는데 오늘은 스스로 훌훌 털어주고 나가줘서 고마워.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이 오면 그때 니 사진 한번 더 봐야겠다.

그래서 참을 건 참고, 기다려줄 건 기다려주면서 사랑해야겠다.

그럼 아차하며 씁쓸해 할 일도 없고, 그 사람도 편하고 나도

편해지겠지!

오늘 고마웠어.

해맑은 니 웃음 보여줘서..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 받진 않았는데 그거조차 고마웠어.

언제든 다시 이렇게 우연히 만나면 다시 반겨줄꺼라는 기대를

남겨주었잖아.

넌 정말 멋진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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