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내가 교사가 된 이유.

이미림 |2007.08.01 21:07
조회 112 |추천 1

10년 전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7시 20분까지 등교를 해야 했고,

0교시가 있었고, 7교시와 8교시도 있었고, 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해야 했다.

 

머리는 단발도 아닌 커트였고, 교복은 치마가 아닌 바지였다.

 

 

그렇지만 실내화나 신발은 자유였고, 교복 안에 사복을 입는다고 혼나지 않았다.

책상 위에 책을 많이 올려놓거나 청소를 깔끔하게 하지 않았다고 엄하게 혼났던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학교 문화에 반항적인 질문을 하더라도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선생님이 계셨다.

 

고등학교 문화 자체가 경직되고, 강압적이기에 학교에선 나름대로 숨통을 틔워주었던 거겠지만,

 

학교의 배려와 상관 없이 고등학생이라는 신분만으로

교문을 들어설 때마다 압박감이 시작되었고,

늘 성적 때문에 노심초사 초긴장상태였다.

 

자퇴를 결심한 적이 있었고,

전학을 가겠다고 쇼를 한 적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얼굴을 맞대는 게 힘들어 결석을 한 적도 있었다.

 

 

 

 

.......

 

선생님이 되었다.

 

1년 넘게 임고를 준비하여 좋은 성적을 얻었다.

내가 얻은 점수만큼 훌륭한 선생님이 되자고 결심했다.

내가 만났던 훌륭한 스승님들처럼 이 아이들에게 존재만으로 질식할 것 같은 문화에서 숨통을 틔워주고 싶었다.

 

자신도 있었다.

신규로서 자만감이었을지 몰라도, 아이들과 함께 할 참교육의 모습을 그리며 마냥 행복했었다.

 

 

1년...2년...

 

나는 점점 힘이 든다...

 

나는 머리가 긴 아이들에게 매를 들고 있다.

책상에 책을 높이 쌓아논 아이들을 혼내고 있다.

교복 안에 사복을 입은 아이를 보며 분노하고 있고,

자율학습 시간에 졸고 있는 아이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그런데...이게 전부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 아이가 내게 물었다.

 

왜 예비종이 쳤을 때 교실에 있지 않으면 혼나야 하죠? 예비종의 정의가 뭔가요?

예비종을 듣고 교실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아팠다. 마음이. 부끄러웠다.

 

나는 잊고 있었다.

내가 교사가 된 이유를.

 

나는 진짜 분노해야 할 것들에 대한 분노를 잊고 있었다.

 

아이들이 꿈을 잃어 가는 것, 가장 행복할 시기에 불행을 경험하는 현실에 분노해야 할 나는 고작 아이들의 교복과 머리에 분노하고 있었다.

 

아직도 방학 보충이 완전하게 자율화가 되지 않은 현실에 맞서 방패막이 되주어야 할 교사인 나는...방학 보충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나는...아이들의 꿈과 행복을 찾아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사람임에도...

교권이 무너진 현실에 한탄만 하며 본질을 놓치고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너희와 내가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우리에게 있지 않다는 것, 외부의 강요에 있다는 것에 맞서야 할 나는...적이 된 너희를 미워하고 있었다.

 

 

미안했다.

그리고 그 녀석에게 고마웠다.

 

내가 교사가 된 이유...

다시 기억하고 기억할게...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