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데올로기의 재생산도구, 게임

조지영 |2007.08.06 19:28
조회 58 |추천 0

중에서..

 

“입대하기 전에 스타크래프트 해본 사람 손 들어봐! 게임할 때가 좋았지? 이제 클릭당하는 느낌이 어때?”

 

입대한 한 친구가 훈련소 시절, 조교에게 들은 말이랍니다.

게임 해보지않은 분들을 위해 이 이야기를 풀어보면

“게임할 때는 아무 거리낌없이 사병들을 죽이다가 이제 너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라면 움직이고, 죽으라면 죽어야하는 주식회사 국방부의 소모품이 된 기분이 어떠냐”는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실감나는 현실에 훈련병들의 등골에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 내렸답니다.

 

컴퓨터 게임은 역동적이며 현실적입니다.

따라서 컴퓨터 게임은 게임참가자들을 훨씬 능동적 참여자로 만듭니다.

게이머가 처음 게임을 시작할때에는 단지 게임의 규칙을 익힐 뿐이지만, 점차 컴퓨터의 요구에 즉각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면 이제 그 게임의 규칙이 게이머의 생각을 지배하게 됩니다. 즉, 게이머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게임의 규칙처럼 움직인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컴퓨터 게임은 기존의 전통적인 게임인 바둑이나 장기와 달리 숙고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컴퓨터 게임에서는 적극적으로 게임과 하나가 되지 않으면 절대로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점차 한 단계씩 어려워지는 게임은 게이머를 규칙에 익숙하게끔 하면서 적극적 참여자로 유도합니다.

이것이 바로 컴퓨터 게임이 다른 매체들과 구별되는 특징이자, 효과적인 이데올로기 재생산 도구로 작동하는 시점입니다.

다른 매체, 즉 전통적인 게임뿐 아니라 책, 라디오, TV, 영화, 인터넷 등 어떤 매체보다도 컴퓨터 게임은 더욱 더 이용자들을 쉽게 적극적인 참가자로 만듭니다.

다른 매체는 때때로 한 발짝 물러나 자신의 시각으로 비판할 시간을 허용하지만, 게임은 그 순간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 가상의 작은 세계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과 게임의 몰입성은 게이머를 적극적인 게임 중독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모든 게이머는 그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게 자신의 머릿속에 무슨 짓을 하는지 그 의미를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아직 이데올로기 재생산 도구로서 게임이 실감나지 않는다면 이 게임은 어떨까요?

몇 년 전에 꽤 인기를 끈 게임중에 캐피탈리즘(Capitalism)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자유방임적인 자본주의 경제제도 아래에서 기업 운영을 재현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미국 스탠퍼드대와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보조 교재로 사용했을 정도로 자본주의적 경제를 훌륭하게 재현한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1996년, 연세대와 고려대 경영학과 학생들이 이 게임으로 시합한 일이 있습니다.

이 게임을 즐기려면 제조, 물류, 기업합병, 재무회계, 주식운용 등 기업경영에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게임에는 소매업, 공장경영, 농장경영, 주식시장 등 8개 분야가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주식시장을 통한 주식의 매매, 새로운 주식 발행, 주식에 대한 배당금지불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를 적대적으로 합병,인수할 수도 있습니다.

게이머는 그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부를 축적하고, 전 세계에 초국적 독점자본을 신설해서 다른 회사를 이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게임의 배경 사회는 철저한 자유방임 자본주의사회입니다.

이 게임에서 게이머는 문어발식 확장과 무한정 독점을 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속의 노동자는 단지 자원의 하나일 뿐이므로 ‘임금을 올려주면 노동생산성이 향상된다’ 이외에는 아무런 단서가 붙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무더기 해고도 가능하고, 생산 계획에 맞춰 얼마든지 임금을 조정할 수 있는데, 그렇게해도 노동쟁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라는 이 게임은 말 그대로 자본가가 꿈꾸는 세상을 재현한 것이지요.

예전에 IMF 이후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설 때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 게임의 논리를 빌려 노동자의 투쟁을 비판하는 글을 본 일이 있습니다.

그 글을 쓴 네티즌은 게임속의 상태를 정상적인 자본주의로 생각한 것이고, 그런 자본의 논리에 충실해야만 회사가 발전할수 있다는 생각을 체화한 상태였습니다. 물론 그 회사는 자본가의 회사겠지요.

당연히 게이머는 게임을 하면서 자본가의 역할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학습한 것입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자본가라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자본가가 준 역할을 충실히하라고 충고한 것입니다.

이 게임을 대학 경영학과에서 교과서로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 끔찍하지 않습니까?

 

캐피탈리즘보다 훨씬 대중적이고 인기있는 게임중에 심시티(Simcity)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이 게임은 도시를 건설하고 경영하는 건설운영 시뮬레이션인데, 미국에서는 400여개의 초등학교에서 사회과목의 보조교과서로 채택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 대학 도시공학과의 참고교재로 사용한 일이 있습니다.

이 게임의 목표는 도시를 잘 운영하여 발달시키는 것입니다. 게이머가 시장이 되어 신도시를 건설하고 운영하며 인구를 불리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시장으로서 고려해야할 거의 모든 것들을 망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시를 발달시키기 위해 교통, 산업, 상업, 주택 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며 화재, 전력, 상수도, 범죄, 교육, 세금문제를 예산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처리하면서 도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역시 게임을 하는 게이머는 차츰 도시운영자로서의 마인드를 갖춰가게 됩니다.

게이머는 비용에 비해 많은 전력을 제공하는 핵발전소를 일부 주민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설치하고, 세금 소득에 도움이 되는 상류층을 도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빈민가를 철거하기도 합니다.

게이머들은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한 전술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주고받습니다. 어떻게 상류층을 끌어들여 도시를 화려하게 발전시킬것인가가 게이머들의 주요한 관심사입니다.

이 게임에서 도시의 서민들은 세금 정책에 도움이 안되고 도시를 지저분하게 하므로 단지 내 도시에서 철거해야 할 대상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상류층을 끌어오기 위해 도시의 땅값을 올려 서민들을 도시 외곽으로 밀어내고, 하이테크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서민들이 일하는 중공업 시설을 철거하기도 합니다.

그나마 예전 버전에서는 시위가 일어나면 경찰력을 투입해 진압하는 형태로 마무리했는데, 요즘에 요구사항에 대한 예산을 추가해 요구를 들어주면 시위를 마무리하는 형태로 바뀐 점은 나아진 것으로 볼수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는 삼국지라는 게임에서도 비슷합니다.

삼국지는 예전 286시대부터 지금까지 10여편의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인기 최고의 컴퓨터 게임입니다.

사실 삼국지라는 소설 자체가 영웅 중심의 서술 형태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이는 게임에서 더욱 분명하게 자기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게임에서 일반 민중이란 철저히 드넓은 중국 땅덩어리를 차지하기위한 군주들의 도구일 뿐입니다. 그들의 불만은 다만 수치로 드러날 뿐이며, 충성심이 높은 민중은 높은 세금과 막대한 병사 동원을 통해 군주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민중의 불만을 잠재우고, 충성심을 높이는 것은 몇 번의 스위치 조작만으로 쉽게 가능합니다. 게임에 익숙해지면 그 스위치 조작조차 참 반복적이고 귀찮은 일이 되고 말지요.

게이머는 오로지 다른 군주들과 몇몇 뛰어난 장수들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시킬 뿐 게임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않는 일반 민중들에 대해 신경쓸 겨를이 없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천하통일’이지 민중들을 위한 세상의 건설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게이머들은 그 삼국지 안에서 도구로 쓰이는 민중들의 모습이 곧 현실 속의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채 군주들의 이데올로기를 배워갑니다. 게이머는 이제 만족스러운 미소로 게임을 마친뒤 11번째 삼국지 게임을 또 기다릴 것입니다.

 

이렇듯 현재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많은 게임들은 이 사회의 반영물이면서 또한 이 사회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떤 매체보다 사람의 사고를 크게 지배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게임은 다른 어떤 매체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게이머들을 참여시키며 그들을 게임의 주체로 만들어 나갑니다. 그리고 그 어떤 매체보다 더욱 더 반복적으로 게임의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즐겨왔던 게임을 한번 되돌아보며 곰곰이 되새겨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옆에서 한창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이 지금 어떤 게임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지 지금부터라도 관심있게 지켜보기 바랍니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