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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지하철 사고

김종근 |2007.08.14 03:54
조회 129 |추천 0

  오늘 대한민국에서는 공사중이던 크레인에 깔려 지하철을 기다리던 두 명이 사망하게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스를 들었을 때는 또 이런 사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러한 사고들도 우리 주변에 항상 있는 일상이니깐...

  하지만 더욱 새로운 뉴스는 사건 후 다섯 여섯 시간이 지나서 친구에게 다시 전화가 왔을 때 알게 되었다. 그 두명 중에 한명이 다름 아닌 옛 친구의 친동생이었다는 걸...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멍해있을 따름이었다.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고 생갈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생각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기만 했을 뿐 실은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김씨가 말을 걸었을 때 나는 시간과 단절된 공간에서 막 탈출한 기분이어서 얼떨떨했다.

  "조사장~ 정신놨어? 뭘 그리 멍하고 있어?"

  "아... 봉구형..."

  "사실은 오늘 청량리에 사고로 죽은 두 명 중에 한명이 제 친구 동생이랍니다."

  "허- 그런 일이... 그랬구만. 장례식은 다녀왔나?

  "아니... 아직, 내일 친구들과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그 친구에게는 말이 필요하지 않네.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지. 하지만 그것은 자네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래도... 왠지 그 죽은 친구의 동생보다 남겨진 사람의 슬픔이 더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래, 어떻게 보면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니깐. 슬픔은 남겨진 자들의 몫이지. 하지만 다시 말하면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일 뿐이야.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도 자네가 장례식장을 다녀와서 잠깐 상념에 잠겼다 깨어나는 것처럼 조금 지나면 죽은 사람은 그저 기억 속에 존재할 뿐이지. 그들은 산 사람이므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랑을 하고 다시 살아갈테니깐..."

  "그냥 죽은 것도 아니고 그 무지막지한 크레인에 깔려서 죽은 사람이 제가 아는 사람이라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마치 UFO를 본 것 같은 기분이에요. 그냥 정신이 멍하네요."

  김씨는 그 순간 잠시 입가에 조소를 머금다 표정을 고치고 다시 말을 했다.

  "UFO를 보지 못한 사람이 UFO를 본 기분은 알 수 없지. 어떻게 죽어도 마찬가지일 뿐이야. 그저 두 사람이 죽었어. 그건 감상적으로 생각해볼 문제가 아니야. 그렇다고 특별하게 여길 필요도 없지. 만약 자네 친구의 동생이 아니라, 자네 친구나 자네의 어머니가 죽었어도 마찬가지야. 두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고, 그 두 사람은 하루에 세계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통계수치에 포함되어 있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게 되지. 15만명 중에 한 명씩으로 말이야."

  나는 그런 김씨의 말을 듣게 되자 가슴에 반감이 거칠게 휘몰아쳤다. 내가 무어라 말을 하려 하자 김씨는 헛기침을 두번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떻게 보면 참 그렇지 않은가? 하루에 15만명씩 죽는다는 말이야. 그리고 또 태어나지. 오늘 그 사고로 두 명이 죽었으니 두 명이 또 태어날 수 있는거야. 친구가 죽었을 때는 어머니가 죽었을 때는 매우 슬픈일이 아닐 수가 없지만 그냥 15만이라는 숫자를 생각해보게. 하루에 15만명이 죽는다라... 15만명이 지구의 환경 정리를 위해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나는 김씨에 대한 반감이 더욱 강해져서 모멸감이 느껴지는 말투로 쏘아부쳤다.

  "형은 참 비인간적이군요."

  "하하... 그런 건 또 아니야. 물론 기쁜 일에 기뻐하지 않고 슬픈 일에 슬퍼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고 비인간적이라고 말을 하기도 하지.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해당이 안되네. 인간에게 제일 중요한 게 무엇일까? 국가, 사회, 가치, 도덕, 윤리, 좋은 말들이 많이 있지. 이러한 것들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 위한 것들이야. 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건 개인의 번영도, 국가의 번영도 아닌 인류의 번영이지. 사실 앞서 말한 모든 것들은 이 하나의 제 1 원칙을 위한 부산물에 불과해. 그런데 지구라는 행성에서, 더구나 현재 인류가 살아갈 공간안에서는 말이야. 누군가 죽어야 누군가가 태어나는 것이거든.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죽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감상적이 될 이유가 없다는 말이지. 그건 서쪽으로 해가 졌다가 다시 뜨는 것과도 같아. 그리고 어제가 있어서 오늘이 있는 것과도 같지. 누가 죽어도 마찬가지일 뿐이야."

  "그게 당신이었으면 좋겠군요. 당신은 당신 어머니가 죽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하하... 자네 약간 화가 난 것 같군. 물론 나는 죽는 걸 원하지는 않아. 내가 죽어도 인류가 손해볼 이유는 전혀 없지만. 나보다도 뛰어난 사람이 확실히 많지. 만약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언제까지나 제일 잘난 사람은 아닐테니 마찬가지일 걸세. 커피에 설탕 두스푼, 프림 두스푼을 넣어먹는 사람이 한 명 죽었을 뿐이지. 그래 꼭 내가 살아야 할 이유는 없어. 하지만 니가 그렇듯 나도 살기를 원하지. 우리는 모두 부질없는 존재에 불과하지만 모두가 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인류가 존재하는 거야."

  "내가 꼭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라..."

  김씨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 세상에는 이미 나와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내가 특별한 길을 걷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 뒤에 누군가는 꼭 그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있을테니깐. 이미 많은 발자국들이 있어. 어떤 발자국은 깊어져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발을 디디지 않은 발자국들도 있지. 하지만은 상관은 없어. 그 길을 걷는 사람은 항상 존재하니깐."

  김씨는 목소리를 확 줄여 귓속말하듯 야비하게 말했다.

  "꼭 세상이 너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거야."

  "잘 생각해보게. 이미 세상에는 자네나 나보다 더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나는 머리가 아팠다. 김씨의 이런 궤변은 많이 들어왔던 터지만 지금 것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사람의 개성이 아무런 필요도 없다는 말인가요? 그러면 그냥 우리는 섹스로 알만 까면 되겠네요. 바퀴벌레처럼..."

  "하하- 바로 보았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너무 지능적이게 되어버렸거든. 인간이 종을 유지하기에는, 번식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국가, 그리고 문화와 종교가 필요하게 되었고, 기쁨과 슬픔 또한 있어야 가능하게 되어버렸다는 거지. 자네 나와 같이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보지 않았나? 그렇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텐데. 그저 우리는 행렬의 일부일 뿐이야."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한다면 이런 일에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비인간적은 아니라는 말이야. 이해가 안된다면 어떤것이 상위개념이고 어떤것이 하위개념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나는 거의 소리치다시피 말했다.

  "그렇다면 인류가 꼭 세상에 계속해서 있어야할 이유가 있어? 형이 말하는 게 모두 맞다고 해. 하지만 형은 아마도 세상에 이로운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인류가 계속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라... 어쩌면 그건 맞는 말일지도 몰라. 하지만 내가 듣기엔 가장 비인간적인 말이로군!"

  김씨의 낮고 듣기싫은 저음을 등뒤로 하고 나는 방문을 닫고 내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하지만 오래도록 잠이 들지 않아, 해가 뜰 때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written by F.LA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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