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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신드롬과 이명박 신드롬

김영환 |2007.08.16 13:44
조회 84 |추천 1

한나라당 경선이 막바지로 가면서, 한국형 파쇼의 대부 다까끼마사오상의 후계자들인 두 후보의 아귀다툼이 치열하다. 연일 서로 물고 뜯고 아주 가관이다. 경선에서만 이기면 당선은 따논 당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2002년의 노무현같은 혜성이 나타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압도적인 지지율 격차를 뒤집기 위해 처절하게-_- 계속되고 있는, 박근혜의 이명박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는 거의 '부정축재'에 집중되고 있다.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걸 보면 확실히 어느 정도는 효과도 본 듯 하다.

그러나 분명한 한계가 보인다. 이제는 그런 거 잘 안먹히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도 표를 줄 유권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거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고? 세상이 변했다는 거다. 5년 동안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제길.

 

그건 또 뭔 소리냐고? 간단하고 명확한 거다.

TV에 다단계 회사와 사채회사가 버젓이 광고내는 거, 내 기억으론 5년 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TV쇼프로에 사채로 돈 번 사람이 나와서 '니들도 나처럼 돈벌어라'고 하는거 5년 전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근데 지금은 자연스럽다. 이게 안 변한건가?

 

2002년의 노무현 신드롬과 지금의 이명박 신드롬을 비교해보면 이게 명확해진다. 방법은 간단하다. 당시와 지금 내세워지고 있는 두 사람의 캐릭터를 비교해보면 된다.

미리 말하는데, 여기서 캐릭터란 매스컴을 통해 내세워지고 있는 이미지다. 난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란 사람의 속내에 대해 전혀 모른다. 이건 실제로 그사람의 속내가 어떻다의 문제는 아니다. 오해는 없길 바란다.

 

노무현 캐릭터와 이명박 캐릭터의 공통점은 '개천에서 난 용'이라는 거다. 노무현의 최종 학력은 고졸이다. 그런데 독학으로 고시를 패스해서 변호사가 됐다. 이명박은 평사원으로 시작해서 재벌 관료제의 정상까지 올라갔다. 여기까지는 비슷한 듯 하다. 하지만 두 용은 색깔이 전혀 다르다.

 

노무현의 캐릭터는 대쪽같은 반골이다.

(그때 노무현의 상대인 이회창이 내세운 이미지가 '대쪽'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건 그의 결정적인 삑사리요 패착이었다. 왜냐하면 노무현 캐릭터야말로 진짜 오리지날 '대쪽'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약자를 위해 헌신하며 신념을 위해서는 풍차에 돌진도 마다하지 않는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다. 노무현의 수식어 '바보'는 바로 돈키호테의 동의어다.

인터넷에서의 노사모 열풍에 결정적으로 불붙인 한 장의 사진을 기억하는가? 김영삼이 3당합당 성명을 낼때 객석에서 외롭게 일어서서 홀로(적어도 그 사진에선 혼자다) 눈물겹게 반대를 외치는 젊은 민주당원 노무현! 비열한 변절의 대명사 3당합당의 현장에 외롭게 홀로 선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정의와 반골의 화신이다. 따뜻한 가슴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그거 보고 뿅가는 건 자연스럽다. 그 사진 한장은 백마디 말보다 강력했다.

그런 캐릭터와 함께 노무현은 '대화' '참여' 그리고 '희망'이란 단어를 내걸었다. 한마디로 자신과 함께 세상 한번 바꿔보자는 거였다. 그리고 유권자의 다수가 그를 지지했다.

돈키호테가 로시난테를 몰아 적진으로 돌격하며 '나를 따르라!'고 외치자 많은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따라나섰다. 그때는 그런 세상이었다.

 

그렇다면 이명박의 캐릭터는 뭘까?

노무현과는 정 반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 그것은 세상의 질서에 순응하고 또 그로부터 인정받으며 그 시스템의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이다. 밑바닥에서부터 꼭대기까지. 단지 그거다. 그 시스템이 과연 옳은가 순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은 없다. 한마디로 '능력있고 잘났다'는 거다.

노무현의 3당합당 반대 사진에 비교할 수 있는 이명박의 그것은 무슨시대라는 이상한 TV드라마다. 그 드라마의 스토리는 한마디로 평사원에서 재벌의 간부가 된 어떤 사람의 '나의 성공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명박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를 내세운다. 국민소득 2만불 3만불 만들겠단다. 지금 살기 힘든건 파이를 몇 놈이 다 해처먹어서가 아니라 파이가 작기 때문이라는 거다. 큰 파이 만들어서 부스러기와 찌꺼기를 나눠주겠다는 거다. 파이가 커지면 부스러기 찌꺼기도 자연스럽게 많아질거라는 거다. 글쎄, 그건 두고 볼 일인데 어쨌든 이게 먹혀들고 있다.

병사들은 더 이상 시석을 무릅쓰고 돌진하는 용맹한 선봉장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지쳤다. 잘난 장군 하나가 적진에 가서 협상해서 대충 전투 끝내고 밥이나 배불리 먹여줬으면 할 뿐이다. 장군이 정말 밥을 먹여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세상이다.

 

소위 '좌파정권' 10년째. 이젠 다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크다. 도로 '우파정권'이 필요하단다. 하긴 프랑스 대혁명 후 빈체제의 반동에 따라 파리 코뮌이 있었듯 역사는 변증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10년 동안 바뀐 거 정말 많았다. 바뀌다 만 것은 더 많았다. 어쩌면 이제 필요한 건 그 바뀐 것들의 가치와 바뀌다 만 것들을 바꿔야 할 필요를 느낄 뼈저린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근데 두렵다. 그 시간이. 이 두려움이 어리석은 기우였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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