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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비켜준 노약자석....앉아도 되나 ?

안여희 |2007.09.06 21:35
조회 23,697 |추천 339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동네는 멀리서 보면

산속에 '들어있는' 동네입니다.

가파른 경사로 이루어진 동네에 아파트 단지가 있는거죠.

그래서 아파트에 살고계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동수단으로 주로 마을버스를 이용합니다.

 

아파트 단지와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도 조금 험하고

전철역도 꽤나 떨어져 있는 동네다 보니

마을버스는 저희 동네 사람들에게는

자가용과 같은 아주 소중한 교통수단이죠.

 

아시다시피 마을버스의 크기는 대부분 비슷비슷합니다.

일반 버스보다는 조금 작은 사이즈죠.

그리고 운행시간도 들쭉날쭉에 배차간격도 조금 깁니다.

모든 마을버스가 그렇다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 동네의 경우엔 이용객의 수도 많고 고정되어있는데다가

마을버스 없이는 집을 오르내리기 힘든 노약자분들도 상당수 계십니다.

그래서 마을버스를 타면 가장 눈에 띄는 자리가 최소 5석에서 7석에 이르는

노약자석이지요.

 

어느날, 저는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퇴근시간이다보니 전철역에서 집으로 가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가끔 노약자석에서 앉아가는 젊은분들도 있습니다만,

양보의 미덕정도는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그날은 유난히도 사람이 많은 날이었습니다.

저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마을버스를 올라탔죠.

어차피 사람이 많아서 앉아서 갈 생각은 없었기에

노약자석 옆에 있는 기둥을 붙잡고 가기 위해 그 자리로 갔습니다.

제 앞의 노약자석 두 자리에는 아들과 어머니가 앉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어딘가가 조금 어눌해 보이셨어요.

그리고 바로 이어진 모자의 대화에서 저는 그 두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바로 눈치챘습니다.

그 대화를 들은 주변분들또한 바로 눈치를 채셨구요.

 

그순간 다음 정류장에 버스가 멈춰섰고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어느 부부가 탑승을 하여 제 옆에 섰습니다.

아내의 손에는 식빵이 담긴 봉지 하나가 들려있었구요.

 

제 앞의 모자는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나마 말을 조금 어눌하게 하는정도였지만

그분의 아들은 흔들리는 급경사에서는 두발딛고 서있기도 힘든 상태였습니다.

(손발이 꺾여있다고 하죠, 어떤병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문제는 그때 발생했습니다.

버스에 올라탄 부부중에 남편이 아내를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 봉지를 손에 들고가려니 힘들지 않아 ?

요즘 애들은 어른이 서있어도 양보할줄을 몰라" 라고 말하면서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장애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겁니다.

 

하지만 이 친구,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인데다가

언변이 솔직해서 생각을 바로바로 말로 표현하는 성격이었나봅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엄마한테 그러는겁니다.

 

"엄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면 내가 비켜줘야되는거지?

여긴 노약자석이잖아 근데 난 그냥 장애인이고

그러니까 난 여기 앉아있으면 안되는거지?"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겁니다.

어머니도 약간 장애가 있으신 분이라서 그랬는지

"그래, 거긴 장애인용이 아니니까 넌 앉으면 안되" 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같으면 어느정도 낌새를 눈치채고

괜찮아요, 앉아서 가세요 라고 말했을 텐데

그 부부의 남편은 눈치없이 또 이러는겁니다

"여보야, 자리났다 여기 앉아서 가면 되겠네, 힘들지?"

 

순간 버스의 모든 시선은 그 부부에게 향했습니다.

일반상식으로 생각해보아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거든요.

심지어 그 아내라는 사람은 누가봐도 지극히 정상이었습니다

외모도 어느정도 예뻤고요 (아줌마치고는 말이죠..)

잠깐이지만 그 둘의 대화에서 장애가 있다는건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장애우는 자리에서 비켜 일어났고

그 여자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쌩하니 자리에 앉는겁니다.

 

버스는 급한 커브로 이루어진 오르막길을 힘겹게 덜컹거리면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 장애우는 서있기도 힘든 몸으로

앞에 앉아있던 엄마 앞으로 가더니 "나 잘했지" 라고 말하는겁니다..

버스가 언덕을 올라가는 내내 그 장애우는 넘어질뻔한 고비를 몇번을 넘겼고

부부는 유유히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올라갔죠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었는지라 이곳에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물론 자리 이름이 노약자석이긴 하지만 노약자라는 단어에는

어르신(老)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 몸이 불편한 약자라는 단어도 들어갑니다.

하지만 단지 나이가 몇살이 더 많다는 이유만으로

힘겹에 앉아있는 장애우가 비켜준 자리에 냉큼 앉아버린 그 여자가

도저히 이해가 안되서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리긴 했지만 딱히 어떤 말을 꺼낸 사람은 없었습니다.

힘들게 올라가는 그 장애우를 보며 얼마나 힘들고 위태로울까 생각했구요...

 

누구의 잘못이라고 딱 꼬집기엔 애매했지만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과 질책을 자아내기엔 충분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며

꼭 어르신이 아니더래도 몸이 불편하신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할때는

자리를 미켜주는 미덕이 더 많이 지켜졌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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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글이 갑자기 조회수가 올라갈줄은 몰랐는데요..

제 가 좀 부족한것도 있었지만..

그 친구옆에 서서가면서 팔을 함께 잡아주기도 했습니다..ㅜㅜ..

마을버스에서 몇번 봤던 분이셨거든요..

이런말까지는 생색내는것 같아서 적지는 않았었어요...;ㅁ;

뭐라 꼬집는 말을 못했던것 시민의식이 좀 부족해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뭔가 그 부부들에게 "울컥"했던 당시의 심정으로는

부축해주는것말고는 생각나는게 없더라고여..

 

뱀다리 :

*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 만원버스라고 불릴만큼 사람이 옥수수알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으면 좀 뒤쪽의 분들은 잘 안보입니다...게다가 동네 특성상

다른 노약자석을 비롯한 일반 자리에 앉아계신 분들도 대부분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었구요 그분들께 감히 어린 제가(전 22살입니다만..;;)

"자리좀 비켜주시죠"라고 하는것도 100% 옳은 방법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추천수339
반대수0
베플이선영|2007.09.07 11:05
식빵봉지 들구 있다고 힘들면 숟가락 놔야지 머.. ㅡ.ㅡ;;;;
베플서효성|2007.09.07 12:31
식빵을 무슨 1년 먹을만큼 샀나봐.
베플최규창|2007.09.07 11:03
그 부부들은 개념장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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