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소녀 _
Girl in the Cafe (2005)
평생 혼자라는 말에 인숙해진 로런스는 그러한 솔리튜드 속에서 나름대로의 만족을 하려 노력한다. 소극적이지만 감성적이고, 속마음의 티끌 만큼도 제대로 표현할줄 모르는 그는- 놀지 못하게 묶어둔 아이 처럼 눈은 반짝이나 몸은 지쳤다. 자신 나름대로 살아 오면서 지키게된 규칙과 원하더라도 참아야한다는 깨달음. 일 밖에 없다 생각하며 일에 파묻혀 사는 그는 인생에 익숙해지며 놓게되는 행복들을 잊은채 살고 있다. 어떻게보면 어떤 직장인과도 같은 모습, 단 그에겐 작은 빛이 있다...
비오는 날이면 혼자 우산을 쓰고, 혼자 걷고, 복도에서도 회의실에서도 그는 언제나 홀로 있고, 식사할때도 언제나 혼자 앉아 한손에는 서류를 들고 있다. 그는 Chancellor of the Exchequer (영국 재무장관) 아래에서 일을 하는데, 어쩌면 자신이 세상에게 바라는 희망들을 그 서류속에 두고 손에 잡은채 놓지 않는걸 수도 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표현하지 못하지만, 하루하루 그것만을 바라보며 그는 소망한다.
어느 비 주룩주룩 내리는 날, 회사에서 혼자 있는 그는 떠돌이가 아닌척을 하기 위해 인근 카페로 몸을 피해온다. 그 곳엔 사람이 북적거리고 카운터 뒤에 있는 이테리 사람들이 과연 차를 제대로 탈지 걱정이다. 앉을 자리를 모색하다 한 아름다운 여성이 혼자 앉은걸 발견한다. 잠시 머뭇거리다 그곳에 앉어도 되냐고 묻는다. 상의 끝 모서리에 앉아 떨어질듯 말듯 차를 마시는 남자. 구석에 앉아 커피를 별로 마시지 않는 여자. 그들이 그 상에 앉아 나누는 대화는 하나하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일상적이지 못하고 어색하다. 때론, 민망하기 까지 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천천히 인연의 실을 묶는다.
지나는 첫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다. 로런스와는 달리 흔히 보이는 사람이 아니다. 언제나 불만 가득한듯 무표정은 찡그리고 있고, 웃을때 조차 울기 직전의 아이 같다. 그러한 어색한 표정 속 그녀는 자신의 생각들 만큼은 쉽게 표현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도 자신의 말에도 목소리를 주는 묘한 분위기의 여자 지나. 그녀의 과거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추측만 가능하고, 마치 로런스의 인생의 미라지 처럼 희미하고도 강한 행복이 되어버린다.
만난지 몇일 되지 못한 두 사람은, 사랑과는 가까워질듯 하지만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감정을 안은채- 남자는 G8 Summit을 위해 출장을 가야한다 말한다. 그리곤 2시간 동안 저녁 식사를 하곤 집에와서 남자는 여자에게 전화를 건다. 자신과 같이 회의에 가달라는 부탁을 한다. 여자는 머뭇거리고.. 남자는 그녀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사랑에 관한 영화라 생각하겠지만 끝까지 본다면 두 남녀의 사랑이란 어디까지나 상징적이며 가장 직접적인 표헌법이었다.
세상에서 정의 내리기 가장 어려운게 사랑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사랑의 섬세하고 복잡함을 가장 단순화시켜, 진정한 사랑과 그렇지 않은 무의 공간을 비교해 그려낸다. 한번 채워지면 그 누군가가 없었을때 느끼던 외로움을 잊기가 쉽다. 우리는 서서히 변해가는 로런스의 모습을 보듯, 서서히 변해가는 세상의 모습도 볼것이고- 지나는 계속해 그의 곁을 지키듯, 우리도 세상의 곁에 붙어 믿고 밀고 소리치고 사랑하듯 열정적일 수 밖에 없다.
시작과 끝을 알기 어려운 두 남녀가 운명이라 하기엔 너무 평범한 일상 속에 억지 처럼 불편한 분위기를 갖고,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관점 조차 완전히 다른 상황에서 어쩌다 보니 나란히 걷고 있다. 우리의 현실속- 사람들이 만들어낸 수 많은 민족 속에 우리는 비오는 날 작은 카페에 우연히 만나듯 당연히 만나고, 별 속이 없으나 가슴에 담긴 말을 하고, 때론 아무것도 없는것 같지만 때론 가장 중요한것 같은 관계를 갖으며 타협하고, 울고 웃는다. 그러한 불투명한 세상에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로런스와 지나다.
로런스가 속에 담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대신 표현해주는 지나의 모습은 어리고 철없으며 답답하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로런스 속에 있는 이야기다. 소망하고 소망하다 로런스는 새로운 한 칸을 밟고 올라간것이다. 그러한 유치함 속에서 오히려 성숙함을 찾고 뜻을 알 수 있음을 그는 서서히 알게되며- 평생 한 방법 밖에 모르던 그는 그녀를 만나 평생 믿고 있던 걸 조금씩 갈아 넣어 새로운 그녀의 모습에 넣어야만 한다. 그리고 믿어야 한다, 불가능하다해도 불가능한건 아니라고. 그래서 는 걸음마를 시작한듯 지나의 모습으로 부족하지만 조금씩 목소리를 높힌다. 그리하여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너무나도 안어울리고, 서로에게 잘 맞지 않는 커플.
서로 같은건 사람이란것 밖에 없는 이 세상의 나라들.
두 경우가 너무 닮았기에 가능한 영화다.
Summit에 참석한 남녀 주인공은 어느 순간 회의와 비교되듯 한 부분이 되어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버리고, 영화의 결말에 다가서며 남녀가 서로에게서 떨어지자 영화의 뜻은 더욱 명확해진다.
"Sometimes it falls upon a generation to be great.
You can be that great generation."
Nelson Mandela, 2005
끝나는 순간, 가슴 벅차 눈물나는 감동을 주는 영화.
확실한것이 없기에 확신이 가능한 세상. 가끔은, 이런 망가진 세상에 한 부분이다는게 자랑스럽고 행복할때가 있다. 그런 느낌을 갖게끔 하는 것들이 있다. 이 영화는 그러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Kelly MacDonald를 보기 위해 택한 영화지만 Bill Nighy의 연기에 감동했다.
.desdemona's
http://www.cyworld.com/l2:34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