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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최기철 |2007.09.12 00:24
조회 24 |추천 0


「운수 좋은 날」

- 최 기 철 -


3년 만에 들렀지.

인사동 전봇대집.


꼭 올 일은 없었어.

그냥 누가 있을 것 같아서.


낮은 베니어 천장, 메케한 소란함

고갈비 굽는 냄새, 찌그러진 막걸리 양푼.


이 눔의 막걸리 집은 맨날 자리가 없어

갈데도 없는데.


앗, 구석 저 빈자리!

오늘은 운수 좋은 날.


앞자리에 가방 던져 놓고

갓난애가 젖 찾듯

걸쭉한 막걸리를 빈속에 쏟아 넣는다.


몇 해 전 오늘.


그날도 운이 좋았지.


막걸리 한동이에

똑같이 얼굴이 벌겋게 달떠서

‘네가 예뻐’

‘네가 더 예뻐’


비오는 인사동 밤거리를

까르르 손잡고 뛰어다니던 그애는...


잘 있겠지 뭐.


우이 심란하여

혼자 세동이를 거푸 마셨지만

당췌 취하지를 않는구나.


어허, 저기 한 팀

자리 없어 또 나가네.


아까부터 맞은편 의자에

대충 걸려있는 내 가방.


마시던 사기사발 손으로 슥 문대고

‘너도 한잔 해’

‘나도 한잔 줘’.


오늘은 네가 나랑 손잡고

인사동 밤거리로 뛰어 나가자

야, 뭐이 마침 비도 온다.


이눔의 막걸리 집은 맨날 자리가 없어.


가방이랑 둘이 앉아 네동이를 비우는

오늘은 참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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