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춤이 뭐길래'·'학교를 안 갔어'로 화제를 모았던 쌍둥이 가수 량현·량하(20·본명 김량현·량하)의 이미지는 어린아이로 각인돼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데뷔한 모습이 너무 강렬해 벌써 군인이 되어 일등병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진짜? 설마~" 하면서도 이들이 얼마나 씩씩하게 자랐는지 궁금했다. 경기도 연천에 있는 제5보병사단(열쇠부대)을 찾았다.
■구릿빛 피부: 사나이가 되다
쌍둥이 김 일병은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은 각개전투 교정 보수 작업에 한창이었다. 삽으로 흙을 떠 들것에 옮긴 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햇빛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가 건강해 보인다. 잠깐 쉬는 시간엔 서로 물을 건네며 다정한 모습이다."동반 입대 지원을 했습니다. 둘이 함께하니 서로 힘이 돼 좋습니다."
그래도 군대에서는 똑같은 일을 하다 보니 둘 사이에 자꾸 비교가 될 듯 싶었다. "'동생은 저 정도 하는데 넌 왜 그러냐'라며 농담투의 말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분 나쁘기보다는 오히려 서로 격려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쌍둥이 형제를 어떻게 구별할지 …. "형은 차분하고, 동생은 붙임성이 많습니다. 자세히 보면 생김새도 좀 다릅니다." 분대장은 전혀 헷갈려 하지 않는다.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래도 몇 개월 함께 한 시간 덕분인 듯하다.
■뜨거운 전우애: 군인이 되다
김 일병 형제는 지난 6월 육군과학화전투훈련(KCTC)이라는 큰 훈련을 받았다. 전투 식량만을 짊어진 채 산속에서 잠을 자고 계곡 물을 마시면서 실제 전투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이다. 공포탄에 맞으면 사망을 알리는 불이 들어오고 훈련장에서 제외되는 등 현실감이 가득하다.
"선임병이 '잠을 자되 정신은 깨어 있으라'고 충고했는데 그 말이 뭘 뜻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훈련을 하면서 졸다가도 조그만 소리에 긴장하는 저를 보면서 비로소 그 뜻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 훈련에선 같은 소대 병사가 '전투 영웅'으로 탄생했다. "혼자서 화력을 유도해 1개 중대를 휩쓸었습니다. 같은 소대원이라는 것이 뿌듯했습니다"라며 무척 부러워했다. "머지않아 전투 영웅이 될 수 있도록 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김종익 대대장도 "춤을 춰서 그런지 체력이 좋아 행군·구보 등을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넘치는 끼: 어른이 되다
쌍둥이 김 일병은 간간히 무대에 설 일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민·군 화합 길거리 작은 음악회'라는 대민 봉사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무대에 서는 이유를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힘을 얻고, 춤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모습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보람이라는 것의 의미도 함께." 아직 활성화하진 않았지만 부대 내 댄스 동아리를 활용해 부대원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만들 계획이다.
이 같이 춤을 통한 부대원들과의 친목 도모가 그들을 성숙하게 만든 것이다. "전우로서 서로 힘을 주고받는 것이 군 생활인 것 같습니다. 사회에선 '내가 먼저'라고 생각했는데 서로 챙겨 주고 양보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더 재미있고 더 열심히 군 생활을 해 나갈 겁니다."
7만원대의 월급을 쪼개 부모에게 용돈을 보낸다는 두 형제에게선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의 모습은 비쳐지지 않았다. "영화 'YMCA야구단'을 찍으면서 친해진 김혜수 누나에게 약속했듯이 늠름한 모습으로 여러분 앞에 나타날 것을 다짐합니다."
■제5보병사단은?
상승 열쇠부대 제5보병사단은 1948년 4월 29일에 창설되어 6·25전쟁 시 가평·춘천 탈환전, 피의 능선 전투, 가칠봉 전투 등 주요 전투에 참가하여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전투 유공으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天下無敵 師團(천하무적 사단)',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常勝五師團(상승 5사단)'이라는 휘호를 받았다.
지금은 중서부 전선의 GOP 경계 작전을 수행하면서,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사단의 전통과 역사를 계승하여 '천년 전우 명품 사단'으로 발돋움해 나가기 위해 전 장병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부대 마크의 열쇠는 5사단의 숫자 5를 통일의 문을 열겠다는 열쇠로 형상화한 것이다. 적색 바탕은 정열과 명예를, 외부 원형은 단결과 완전 무결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