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당신들이 진료실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수십 장의
진료 챠트와 초록색 메디케이드
(65세 미만의 저소득자, 신체 장애자를 위한 의료 보장 제도)
카드를 훑어보면서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바랍니다.
나는 어제 당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이 병원에 왔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게 될지,
무엇을 하게 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당신들의 진료가 필요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지요.
‘저소득층 의료 보장 수혜자’ 라는 딱지가
우리에게 붙었던 적도 없었습니다.
어제 나는 나의 아버지라는 인격체가
당신들에 의해서 하나의 진료번호,
하나의 챠트, 병명번호, ‘보증인 없음’ 딱지가
붙은 의료 보장 수혜자 번호로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의료보험이 없으셨기 때문입니다.
나는 한 허약한 남자가 다섯 시간이나 줄을 서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걸 보았습니다.
원무과 직원들은 전혀 참을성이 없었고,
간호사들은 지쳐 있었으며
시설은 예산부족으로 형편없기 짝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모든 위엄과 자존심을 박탈 당한 채
그곳들을 통과해야만 했지요.
당신들 의료진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환자가 신청서를 제대로 써오지 않는다고
호통을 치고 화를 냈습니다.
당신들 같으면 처음으로 병원에 와서
그것을 정확히 써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마치
‘가난뱅이들의 지옥’ 에서 해방이라도 된 듯이
옆에 사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진료한 환자에 대해
조심성 없이 떠드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진료 지정일에 당신들의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하나의 초록색카드, 하나의 파일번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기계적으로 말해주는 방향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또다시 물어대는
귀찮은 환자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그것은 나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단지 당신들이 그렇게 취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들이 알지 못하는 것이 있지요.
그는 14세 때부터 캐비닛을 만들어 온 자영업자이고,
훌륭한 아내를 가진 남자입니다.
그에게는 네 명의 성장한 자녀들과 다섯 명의 손주들이 있고,
이들 모두는 그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최고의 존재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는 아버지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습니다.
도덕적이고 강인하며, 또한 부드럽지요.
그분은 나의 아버지이십니다.
온갖 힘든 과정 속에서도 나를 키우셨고,
나를 신랑에게 인도했으며,
내 아이들이 태어날 때 받아주셨고,
내가 어려울 때는 얼마의 종이돈을 내 손에 쥐어 주셨으며,
내가 울 때면 나를 달래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제 얼마 안 가서
암이 그를 우리로부터 영원히 데려 가리란 걸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이 편지가
사랑하는 이를 곧 잃게 된 슬픔에 젖은 딸이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서
퍼붓는 비난이라고 행각할 지도 모릅니다.
난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말하는 것을
절대로 가볍게 여기지 말아 달라고 촉구하는 바입니다.
각각의 진료 챠트는 한 사람의 인격체를 대면합니다.
그 인격체에게는 감정이 있고,
살아온 내력이 있으며, 인생이 있습니다.
당신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그에게 영향을 줍니다.
내일이면 당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그 위치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들의 가족이나 친척이
하나의 챠트번호, 초록색 진료 카드, 노란색 싸인펜으로
체크된 하나의 이름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 편지을 읽은 뒤에
당신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다음 사람에게
친절하고 부드럽게 응답해 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남편이고 아내이며
아들 딸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렇지 않더라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신이 창조한,
그리고 신이 사랑하는
한 사람의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출저 : http://solomoon.com
불펌하지말고 스크랩을 이용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