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라리가 2007시즌 포뮬러원(F1) 월드챔피언십 팀 타이틀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팀 챔피언십 선두였던 맥라렌-메르세데스가 페라리의 비밀정보를 유용한 혐의로 올시즌 쌓았던 모든 점수를 박탈당한 가운데 페라리가 2위 BMW-자우버와의 점수차이를 71점으로 벌리며 남은 경기와 상관없이 올시즌 컨스트럭터즈 챔피언 타이틀을 확정지었다.
페라리는 16일 밤(이하 한국시간) 벨기에 스파 프랑코샹 서킷에서 열린 시즌 14라운드에서 소속 드라이버 키미 라이쾨넨(핀란드)과 펠리페 마사(브라질)가 원투피니시(결승 1위, 2위)를 거뒀다. 페라리는 새로 개장된 7.004km의 스파-프랑코샹 서킷에서 날개가 꺽인 맥라렌을 압도했다. 맥라렌의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와 루이스 해밀턴(영국)은 각각 3위, 4위로 밀렸다.
라이쾨넨은 지난 2004년과 2005년에 이어 올해도 우승을 기록, 경기가 없었던 2006년을 제외하고는 3년 연속 벨기에 그랑프리 승자가 됐다.
스파는 예전의 스파가 아니었다?
가을이면 찾아오는 북유럽의 음습한 날씨와 안개가 많은 온천지대, 그리고 변화가 많은 산지의 기후까지 겹쳐 스파-프랑코샹 서킷은 수중전이 자주 열리는 곳이다. 최근 8경기 중 4번이나 수중전이 펼쳐졌다. 더구나 클래식하고 좁은 레이아웃 덕분에 컨트롤이 힘들고 사고가 많은 경기장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이번 경기에는 예상과 달리 비가 내리지 않았다. 게다가 넓게 깔린 안전지대 덕분에 첫번째 커브인 라소스에서는 별다른 사고가 나지 않았고, 버스 스톱 시케인도 예전의 날카로운 맛을 잃었다. 덕분에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료했다. 서킷 한 바퀴가 무려 7km가 넘는 지루한 스파 트랙에서 라이쾨넨은 순항을 하듯 여유있게 우승을 낚았다.

물론 스타트에서도 이변이 없었던 건 아니다. 4위로 출발한 해밀턴은 첫번째 커브까지 팀 동료 알론소를 압박하며 3위 자리를 노렸지만 첫번째 커브의 끝지점에서 알론소에 다시 밀려 코스 아웃 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1커브에서 맥라렌의 팀 동료들 끼리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몇몇 팬들은 작년 미국 그랑프리 1코너에서 접전 끝에 동반 탈락했던 맥라렌의 모습을 연상했을 지도 모른다.
스타트 이후의 경기는 무료했다. 라이쾨넨-마사-알론소-해밀턴으로 이어지는 선두권은 별다른 접전 없이 거리를 두고 나홀로 주행을 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피트스톱에서도 별다른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라이코넨, 벨기에 그랑프리 3연승
경기 후반 마사가 팀 동료에 라이쾨넨에 1초 이내로 접근한 것이 가장 주목을 끌었을 뿐이다. 그러나 팀 동료간의 순위경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해밀턴이 알론소를 쫓기 위해 무리를 하다가 2랩을 남겨 두고 코스 아웃 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선두권 후미로는 다소의 순위 변동이 눈에 띄었다. 첫번째 핏스톱을 길게 가져가는 전략으로 닉 하이드펠트는 니코 로스버그를 제치고 5위에 올랐으며 로스버그 역시 실수 없는 완벽한 주행으로 6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7위 마크 웨버에 이어 경기 종료 직전까지 로버트 쿠비차의 거센 추격을 뿌리친 르노의 헤이키 코발라이넨이 8위에 올라 귀중한 1점을 챙겼다. 엔진 교체 페널티로 15위에서 출발한 쿠비차는 경기 내내 역주를 거듭했지만 아쉽게도 득점권 내에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금요일 연습 세션만 해도 득점권의 가능성을 보였던 랄프 슈마허는 무기력한 주행으로 10위에 머무는 데 그쳤다. 이날 하위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스파이커의 아드리안 주틸이었다. 한 때 12위까지 순위를 올렸던 주틸은 데이빗 쿨사드를 압박하는 장면까지 연출하며 시즌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BMW, 팀 챔피언십 2위 굳혀
벨기에 그랑프리 결과, 팀 챔피언십 타이틀은 페라리의 손에 들어왔지만 드라이버 타이틀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이날 경기에서 4위를 차지한 해밀턴이 알론소에 2점 앞선 채 선두를 지키고 있으며 라이쾨넨(13점 차이)과 마사(20점 차이)가 그 뒤를 쫓고 있다. 앞으로 남은 경기는 세 차례. 해밀턴과 알론소의 동반 리타이어가 없는 한 드라이버 챔피언십 타이틀을 페라리가 가져가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이승우(모터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앤아이에스 대표) fomi@f1al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