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종가 영국이 2007-2008 프리미어리그 개막과 함께 들썩이고 있다. 작년 시즌 박지성 선수가 뛰고 있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한국 선수들이 축구종가 영국에서 활약하는 모습에 한국 축구팬들이 열광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축구팬들이 K리그보다 유럽리그에 집착하는 모습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유럽축구에는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실제로 영국에서 축구는 문화생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축구를 즐기는 사람부터 연고팀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축구팬들이 흔하다. 축구없이는 영국이란 나라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영국인에게 축구는 무엇일까? 이들만의 축구문화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국의 대기업들은 왜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의 스폰서 십 마케팅에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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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2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홈구장인 올드트래포드를 찾았다. 맨유의 개막전이라 많은 언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은 경기였다. 맨체스터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올드트래포드는 웅장함 그 자체였다. 경기장 주변은 맨유 서포터즈와 레딩의 원정 팬들로 복잡했다. 무엇보다 시즌 첫 경기라 경찰의 삼엄한 경비가 눈에 띄었다.
수많은 축구팬들은 시즌 첫 경기를 앞두고 무척 설레는 표정들이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에 경기장에 도착한 나는 경기장 주변의 모습들을 사진 속에 담았다. 우선 경기장 주변에 있는 펍(영국식 선술집)을 찾았다. 수많은 팬들이 경기를 앞두고 펍을 찾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장 영국적인 모습이다.
영국에만 2만개 이상의 펍이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펍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다. 영국에는 축구와 펍을 빼고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영국에는 직접 경기장에 가지 않고도 많은 사람들이 펍에 모여 축구를 관전하는 문화가 오래 전부터 형성되어 있다.
올드트래포트 주변에는 정품이 아닌 선수들의 유니폼이나 구단 관련 제품들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다. 이것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축구장에서는 흔한 광경이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상대팀인 레딩 원정 팬들이 많았다는 것. 요즘 K리그에서도 원정 팬들이 홈팀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교통의 발달과 함께 이미 예전부터 원정 팬들의 대이동이 흔했다고 한다. 이 날도 파란 유니폼의 레딩 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렇게 지역연고팀을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아끼는 모습이 가장 영국적인 축구문화다. 실제로 영국 축구팬 대다수는 지역연고팀을 응원한다. 설령 지역연고팀이 프리미어리그 팀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영국 미디어는 프리미어리그 중심으로 축구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챔피언십, 디비전1, 디비전2까지 모든 구단의 소식도 빠짐없이 전한다. 레딩FC도 작년 챔피언십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팀이 아니던가.
런던시내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에드워드 씨는 챔피언십 크리스탈 팰리스의 광 팬이다. 유명한 선수도 없고 프리미어리그 팀도 아니지만 자신이 크리스탈 팰리스를 지지하는 이유를 한 마디로 말한다.
“어릴 때 처음으로 경기장에서 봤던 경기가 크리스탈 팰리스의 홈경기였어요. 집에서 가까운 곳이 홈구장이었고요. 크리스탈 팰리스는 제 고향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제 정체성은 바로 크리스탈 팰리스를 통해 나타납니다.”
지연연고팀을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영국인들은 축구를 정체성을 찾고 고향의 향수를 느끼는 매개체로 삼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부 팀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고향 팀을 언제나 응원하는 모습이 영국 축구문화의 중심이다. 축구를 빼고는 대화조차 되지 않을 것만 같은 영국에서 어느새 축구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박지성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한 것은 가장 큰 아쉬움이 없다.
지난 달 18일.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 경기장에서 풀럼과 미들스브러의 경기가 있었다. 전형적인 영국의 흐린 날씨 속에서도 경기장은 만원이었다. 이번 시즌부터 풀럼을 후원하는 한국기업 덕분에 풀럼은 한국인들을 위한 특별행사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날 경기장에서 많은 한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경기장 입장이 마치 공항 보안대를 통과하는 것 같았다. 경비 요원들은 가방 내용물을 일일이 확인하고 경기 중 방해가 될 것들은 압수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극성스런 축구팬들이 많기로 유명한 영국인지라 경기 중 불상사를 대비하는 치밀함이 있었다.
열광적으로 응원 중인 팬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풀럼의 크레이븐 코티지는 한국과 그리스의 평가전이 열렸던 곳으로 조금은 익숙했다. 맨유의 올드 트래포트와 비교하면 작고 아담했다. 그러나 서포터즈들의 열기로 구장이 하나가 되는 모습은 매우 인상 깊었다. 경기장이 지진으로 울리는 듯한 느낌은 잊을 수 없다.
한국 축구장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다양한 연령의 관중들이 있었다는 것. 최근 한국도 가족단위 팬이 증가하고 있지만 영국의 팬들은 가족중심으로 남녀노소를 구별치 않고 모두가 축구와 하나가 됐다. 특히 중장년층 이상의 팬들이 많았는데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국에는 축구장을 찾는 20-30대 여성들이 최근 증가하고 있는 반면, 영국 축구장에는 여성 팬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이 날 경기는 비록 홈팀 풀럼이 1-2로 역전패 했지만 나는 상대팀인 미들스보로의 이동국 선수를 볼 수 있어 좋았다. 교체선수로 출전한 이동국 선수는 이날 경기장을 찾은 많은 한국인들의 응원을 받으며 플레이 했다.
한국에서 프리미어리그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한국 선수들이 하나 둘씩 진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현지 유학생이나 교민들에게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큰 기쁨이자 활력이다.
경기장에서 만난 유학생 조성우(27.대학생)씨는 “영국에서 축구는 생활의 일부에요. 처음 만난 영국인과 대화를 할 때 축구를 소재로 하면 대화가 더 쉽게 풀리는 기분입니다. 또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자랑스러울 따름이죠. 한 번은 펍에 가서 영국 아저씨와 자연스럽게 축구 얘기를 하게 됐는데 박지성 선수를 잘 알더라고요. 한국은 잘 모르더라고요. 한국은 몰라도 박지성은 안다. 이거 정말 신기하지 않습니까?”라며 한국 선수들의 활약에 만족해했다.
비록 홈팀 풀럼이 졌지만 팬들의 응원만큼은 원정팀을 압도했다. 경기장이 흔들리는 듯한 열광적인 응원은 최고점수를 줘도 모자랄 정도였다.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축구. 축구종가 영국에는 세계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유럽여행을 온 한국의 배낭여행객들도 프리미어리그를 관전하는 것을 여행코스로 하는 것이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개막에 맞춰 유럽여행을 왔다는 최계용(24.대학생)씨는 “TV로만 보던 경기를 직접 보고 싶었어요. 8월 중순에 개막해서 이 때 맞춰서 여행계획을 짰습니다. 오늘 이동국 선수도 보고 정말 좋았어요.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직접 관전한 것이 이번 유럽여행의 최대 성과가 아닐까 생각해요. K리그도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바람이 있다면 여기처럼 다양한 관객층을 흡수할 수 있는 구단의 행정을 기대하고 싶어요. K리그도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서 나중에는 여기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최고의 리그가 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하며 경기장을 떠났다.
홈팀의 역전패를 아쉬워하는 팬들을 뒤로 하고 경기장을 나왔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경기장에서의 2시간을 적극적으로 즐기던 그들에게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체육전공자로서 축구를 사랑하고 생활의 일부로 축구를 인식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체험이었다.
우리나라도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가시간에 스포츠를 직접 즐기고, 또 관전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오랜 기간 한 팀을 열성적으로 응원하고 지속적으로 아낄 수 있는 축구 팬들이 있다면 우리의 K리그 더 나아가서는 한국 스포츠도 큰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K리그는 물론, 하부리그와 아마추어리그도 영국처럼 발전하는 모습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하며 프리미어체험기를 마친다.
문화관광부 대학생기자단
글 : 박희진(고려대 체육교육)
동영상 : 한승린(동국대 광고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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