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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프 복습: 최한성이 사는 그 집

김지원 |2007.09.20 14:28
조회 1,855 |추천 7

부암동 언덕배기 능금나무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낯익은 집 하나

가 눈에 띈다. 윤은혜가 우유 배달 자전거를 세워 두던 그 대문이 평

소엔 이렇게 활짝 열려 있다. 어쩌면 저렇게 훌륭한 장소를 잘도 찾

아냈을까.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재미 요소 중 하나는 등장인

물들의 캐릭터와도 잘 어울리는 특별한 ‘공간’들이다. 그 모든 장소

중 가장 궁금했던 곳, 산 풍경 예쁜 최한성(이선균)의 집을 서울 부

암동 언덕배기에서 발견했다.

 

 

1 윤은혜가 우유 배달 자전거를 세워 두던 대문
2 2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마당과 멀리 인왕산 자락.

파라솔 옆 널찍한 바위는 와인 한잔 마시며 경치 감상하기에

딱 좋은 곳.

 

큰 개 데리고 산책하기 좋은 서정적인 언덕길, 악상이 절로 떠오르

는 경치 좋은 작업실. 체감 시청률 50%라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열혈 팬이 아니라 해도, TV 화면에서 스쳐 지나가던 극중 최한성의

집을 단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궁금했을 것이다.

분명 세트장도 아닌데 저렇게 예쁜 경치를 품은 저 집은 어디일까,

과연 누구의 집일까. 나무 데크 깔린 테라스와 서정적인 초록 나무

가 보이는 침실, 자그마한 마당엔 말 모양의 큼직한 석조물까지….

과연 ‘그림 같다’는 말이 제대로 들어맞는 이 집은 서울 한가운데서

도 사람 사는 ‘동네’ 냄새 폴폴 나는 서울 부암동 언덕배기에 있었

다. 대문에 빗장 걸린 ‘남의 집’이 아니라 현재 카페로 운영되고 있

는 ‘열린 집’이라는 사실에 살짝 설레기까지 했던 곳.

북악산 자락의 ‘모퉁이’에 있는 카페 ‘산모퉁이’의 대문은 이른 아침

부터 활짝 열려 있었다.

 

우연히 ‘살고 싶은 집’을 찾다

 

3 대문 입구의 큼직한 말 석조물. 대문 쪽으로 난 뒷마당 말고도 현

관을 통해 나가는 앞마당에도 같은 말 석조물 2개가 나란히 서 있

다. 집주인인 김의광 관장의 수집품으로, 드라마에 등장한 후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4 최근 카페 산모퉁이를 찾는 이들이 많아져 집주인 김의광 관장도

인사동 목인박물관에 있는 시간보다 이곳 부암동에서 보내는 시간

이 더 많아졌다.

 

사방으로 펼쳐진 산 풍경은 그림이 따로 없다. 촬영 장비를 풀 새도

없이 주변의 육중한 석조물과 확 트인 경치에 폭 빠져 있노라면 슬

며시 집주인이 부러워진다.

산모퉁이 카페의 주인은 태평양의 설록차를 만드는 장원산업 회장

으로 지내다 은퇴 후 현재 인사동에서 목인박물관과 갤러리를 운영

하고 있는 김의광 관장이다. 목인은 사람이나 동물의 모양을 나무로

조각한 목조각상을 의미하는 말로, 그가 평생 모아온 수천 점의 목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는 목인박물관은 국내 유일한 목조각상 전문

박물관이다.

과연 사람과 집의 인연은 따로 있는가 보다. 그의 직함에서도 알 수

있듯 김의광 관장은 풍류와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었고 이렇게 특별

한 집이 그의 눈에 든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었던 듯. 우리의 전통

민예품뿐 아니라 다양한 미술 작품에 두루 관심이 있던 그는 3년 전

부암동 근처의 갤러리에 들렀다가 매물로 나와 있던 이 집을 발견했

다. 몇 개월 동안 팔리지 않고 있던 집이 김의광 관장 눈엔 ‘내 집이

다’ 싶게 들어왔고 그는 망설일 겨를도 없이 집을 구입했단다. 목인

박물관 관장이라는 직책에 이렇게 특별한 카페까지, 여러모로 그 역

시도 마당 딸린 주택에 살 것 같았지만 현재 그는 아파트에 살고 있

다. 이 집은 나중에 더 나이 들면 거주할 목적으로 구입한 후 소품

창고처럼, 별장처럼 사용해 왔다고. 인사동 목인박물관에 있는 각종

목조각상 말고도 다양한 가구와 소품들, 석조물 등 수집품들이 워낙

많았으니 일반 아파트가 아닌 옛 물건들과 잘 어우러질 집이 필요했

던 것. 방송에서 윤은혜가 타고 놀던 큼직한 말을 비롯한 다양한 석

조물이나 멋스러운 고가구들 모두 방송용 ‘세트’가 아닌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집 주인의 수집품이었던 것이다.


 5 담장은 낮지만 담너머는 온통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집.

마당 곳곳에 고풍스런 석조물과 돌확들이 있다.

비 내리던 날 차 마시러 한 번, 사진 촬영을 위해 두 번. 카페 산모퉁

이에는 며칠 간격으로 총 3번을 들렀다. 가까이는 북악산과 인왕산

자락이 앞산, 뒷산처럼 펼쳐져 있고 멀리 한강 너머의 관악산과 63

빌딩까지 훤히 보이는 경치는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전해

졌다. 숲으로 둘러싸인 앞마당은 탁 트인 풍광과 어우려져 시원스럽

고, 오솔길에서 들어서는 대문 입구의 뒷마당은 운치 가득하다. 극

중 이선균의 거실과 침실, 주방으로 나오는 1층은 촬영이 없을 땐

고재 테이블 몇 개 놓인 카페의 메인 공간이 된다. 음악 작업실로 나

오는 2층은 김의광 관장이 그간 모아 온 앤티크 가구에 커피프린스

팀의 소품인 드럼, 오래된 LP음반, 음악을 연주하는 뮤직 피규어 등

이 촬영 상황 그대로 세팅되어 있다. 2층 음악 작업실의 나무 데크

깔린 테라스에는 이선균이 누워서 노래를 부르던 원목 선 베드와 파

라솔이 인왕산 자락을 배경으로 놓여 있어 TV 볼 때의 감동을 그대

로 재연한다. 지하는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는데, 현재 극중 한유주

의 그림으로 나오는 김유선 작가의 자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상

태다.

 

 

 6 최한성이 인왕산 자락을 배경으로 원목 선 베드에 누워 노래를

부르던 모습은 드라마 속 명장면 중 하나였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풍경이 감탄을 자아내는 2층의 테라스다.
7 나무 문짝을 활용해 사진과 그림을 세팅한 손쉬운 인테리어는 드

라마 촬영팀의 아이디어라고.


 

 8 극중 최한성의 작업실로 나오는 2층 공간.

김 관장이 수집한 가구들에 드라마 촬영 소품으로 쓰이는

 드럼과 오르간, 뮤직 피규어들이 세팅되었다.

 

9 최한성의 작업실에 세팅되어 있는 뮤직 피규어.
10 2층에는 드라마 촬영을 위한 세트와 함께 김의광 관장이 수집해

온 고가구들이 놓여 있어 드라마 촬영 때도 그대로 등장한다.

드라마의 인기 몰이 덕분에 테이블도 몇 개 없는 카페 내부는 갈 때

마다 손님들로 북적였다. 어떻게 알고들 찾아왔는지 멀리 대구, 부

산서 길 물어 가며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할머니, 아들, 손주 3대

가 같이 온 가족, 젊은 연인 등 손님들도 다양했다. 사람들 모두 곳

곳에서 셔터를 누르며 TV에서의 장면들을 떠올리느라 분주하다. 마

음 넉넉한 카페 주인은 지하와 1, 2층을 오가며 마음 들뜬 손님들에

게 카페 곳곳을 소개해 준다. 일일이 응대하는 것도 보통 성가신 일

이 아니겠구나 싶어 물으니, 웬걸 젊은이들의 얘기를 듣고 그들의

정서를 접할 수 있어 오히려 즐겁다나. 드라마 촬영 소품과 아끼던

가구가 사람들 손이 타는 것도 신경 쓰일 것 같지만 김의광 관장은

개의치 않는다. 원래 카페를 만든 목적이 ‘여러 사람들과 이 경치를

나누자’는 것이었으니,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어 흐뭇하다는

것.

11 최한성의 침실엔 따로 테라스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촬영이 없

을 땐 침실 공간과 테라스 공간에 각각 커피 테이블이 놓여 카페로

이용되는 곳.
12 촬영 때는 소파가 놓여 최한성의 집으로 등장하는 곳. 평소엔 이

렇게 고재 테이블 몇 개가 세팅, 카페의 메인 공간이 된다.

 

13 앞마당에서 1층 카페로 들어오는 입구. 마당 끝자락에서 곧바로

산 아래의 숲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따로 담장도 필요 없다.

“지인들이 놀러 와서 차를 마시거나 와인을 마실 때마다 카페를 하

기에 딱 좋은 곳이라고 얘기를 하더군요. 나 역시 나중에 살기 위해

아껴 두던 집이지만 좋은 장소와 경치를 여러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

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덕분에 해발 160m, 부암동 언덕배기에 조용히 숨어 있던 이 집의 경

치는 여러 사람의 것이 될 수 있었다. 당분간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열혈 팬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겠지만 드라마와 상관없이도 카페 산

모퉁이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이 생겨날 것 같다. 한 번 특별한 경치

를 본 사람이라면, 아끼는 이를 위해 분명 산모퉁이를 소개하고 싶

어질 테니 말이다.

 

추천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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