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28일) 오랜만에 벗님과 영화를 보았습니다.
추석연휴 전에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 찾은 영화는 이었습니다. 감독이 누구고 어떤 이들이 출연하는지는 상관없이 영화 제목에 끌려 버렸습니다. 요사이 자신의 삶이 너무나 무미건조하고 활력이 없어 몸 상태도 좋지 않은 관계로 사기충전을 위해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될 듯싶었기 때문입니다. 색연필로 색칠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
나의 삶은 즐거운가?
아참 엠파스 지식 포인트를 마일리존에서 영화예매권으로 바꿔 yes24에서 영화예매를 하려는데 참 어렵더군요. 다른 게 아니라 을 답답한 대형영화관이 아닌 상영관에서 보고 싶어 이를 찾느라 애먹었습니다. 그래도 품을 팔았더니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광화문 씨네큐브
종각역에서 벗님과 만나 광화문으로 향하면서,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새로운 일은 어떤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걸어 나갔습니다. 퇴근시간대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행렬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일터에 계신 연구교수님과도 만났습니다. 광화문 근처에서 회의가 있어서 왔다고 하시더군요. 어디 가냐고 물으시기에, 영화 을 보러 간다했더니 교수님은 '자신도 그 영화 봤다' '영화배우 장진영씨의 고등학교 친구라고 가끔 소주 마시는 사이'라고 하시더군요. 영화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인사를 하고 씨네큐브로 향하는데, '세상 참 좁구나!' '인연이란 게 이런 거구나!'하는 생각이 문뜩 들더군요.
예매창구에는 을 보러온 중년의 관객들이 많이 보였다.
'당신, 아직도 꿈만 꾸십니까?'
영화관에 도착하니 영화는 이미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예매권을 확인하고 상영관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가, 기영씨(장진영)가 주식하다 돈도 날리고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하는 장면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영화는 대학가요제를 목표로 결성한 대학 락밴드 '활화산'의 멤버가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받고 장례식장에 모인 전 멤버들의 무미건조하고 각박한 삶을 보여줍니다.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직장을 잃었지만 복직될 꺼라 아내에게 거짓말하고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성욱씨(김윤석), 아내와 아이를 캐나다로 유학 보내고 자신은 중고차 매장의 컨테이너 박스에서 기거하고 있는 가족이 그리운 기러기아빠 혁수씨(김상호), 교사인 아내로부터 '좀 살자'는 말을 들으며 구박을 받고 딸에게 무시당하지만 꿋꿋이 살아가는 기영씨(장진영). 이들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 남성, 가장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접고 살아가야 하는 중년 가장들이 자신의 꿈을 되찾는 모습에서 감동이...
특히 집 팔아 아내와 아이들을 캐나다로 유학 보내고 매달 중고차를 팔아 교육비를 보내는 혁수씨가 밤마다 아이와 아내가 그리워 캐나다로 전화를 하지만, 전화요금 많이 나온다며 아이들 학원 보내야 한다며 전화를 매정하게 끊는 아내에게 서운한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 그에게 연민까지 느끼게 됩니다. 여자보다 드럼을 좋아했다던 혁수씨가 결국 이상한 태도를 보여 왔던 아내로부터 이혼을 요구받고, 아내가 10년 동안의 양육비를 요구하는 모습에서는 참 왜 저렇게 사는가 싶기도 하더군요.
밤마다 아이와 아내를 그리워하는 기러기아빠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불편한 삶을 즐거운 삶으로 활화산처럼...
하여간 그들의 젊은 날의 꿈을 접고 살아가는 현실의 고된 삶과 세대간의 괴리를 영화는 밴드와 경쾌한 락, 음악과 웃음으로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직접 기타와 베이스, 드럼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배우들의 모습들도 이 영화가 즐거운 이유 중 하나입니다. 특히 나이트클럽과 주점에서 기타를 연주하던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아들 현준군(장근석)이 활화산의 멤버로 합류하면서 그들의 꿈은 점점 20년 전의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갑니다. 가장으로 생계를 저버리고 다시 밴드를 시작한 이들에게 가족들은 달갑지 않은 반응과 시선을 보이지만, 결국 가족들도 아버지와 남편이 자신의 인생을 위해 열정적으로 공연하는 모습에 공감하고 응원하게 되면서 영화는 영화제목처럼 즐겁고 해피하게 끝을 맺습니다.
홍대클럽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활화산
그렇게 영화는 절친했던 친구의 죽음을 통해 꿈을 잃고 살아가던 우울한 30-40대 중년 가장들이 꿈에 한 발작씩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들과 자신에게 당신의 삶은 즐거운지, 그렇지 않다면 그 삶을 즐겁게 바꿀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묻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사람들에게 웃음과 노래, 음악이 우리 삶에서 어떤 활력소, 에너지가 되는지도 알게 해줍니다.
저처럼 조금 피곤하고 불편한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한 분들은 기분전환을 위해서라도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미소 짓고 신나게 노래 부르는 장면들속에서, 불편함을 또 다른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기운이 다시 활화산처럼 활활 타오르고 터질 테니까요. ^-^
불편한 인생을 즐거운 인생으로...
거대한 조형물로 눈길을 끄는 흥국빌딩
p.s. 간만에 기분좋은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칼국수를 먹었습니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살 좀 쪄야하는데....
따뜻한 칼국수...
뻘건 겉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