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해? 영화? 뭐? 그여와 나랑 본거잖아...
하긴... 이상하게 봤던것만 또 보게되더라
어 난 엄마랑 요앞에 잠깐나갔다가 방금 들어왔어
우리엄마 운동하거든 밤에 앞뒤로 손벽치면서 걷는거 있잖아
아니 난 손벽 안쳤지 옆에서 걸었어...
밥? 아~ 너무 많이 먹었지... 안그럴 수가 없었어
어제 가족들 다 앉아서 밥 먹는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는거야
계속 음식 밀어주시는거지...
'야 이건 진짜 한우랜다 얘...' '이건 진짜 굴비래...'
아~ 예전 같았으면 배부르고 살찐다고 그냥 딱 그것먹고 말았을텐데
이번엔 그게 안되더라...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니까...
계속 먹을 수 밖에 없는거 있지...
엄마한테 잘하는거 참 쉽구나 싶더라고
밥만 잘 먹어도 되고... 같이 동네 한바퀴만 걸어도 되고...
회사에선 택도 없잖아... 누가 나 밥 먹는다고 이쁘다 그러겠냐
엄마랑 같이 동네 한바퀴 걷고... 달도 보고 그리고 집으로 오는데
나 갑자기 너한테 되게 고마웠어... 작게 작게 잘하는거...
아무것도 아닌걸로 잘하는거... 좀 귀찮아도 잘해주는거
한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나 아직까지도 몰랐을거 같애
이번에도 엄마한테 막 짜증이나 냈겠지?
'아~ 내가 알아서 먹을게 밥 굶고 다니는거 아니잖아~' 그랬을거고
'오랜만에 쉬는데 좀 누워있으면 안돼?' 그랬겠지?"
"난 사실... 우리가 잠깐 헤어졌을때가 너무 힘들어서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좀 싫고 그랬거든?
일단 그 전에 왜... 내가 잘못했던거 생각하면
막 귀 막고 애국가 부르고 싶어지고
또 헤어졌던 동안 니가 너무 냉정했던
기억도 나서 좀 우울하기도 하고
그런 일 없이 그냥 지금처럼 잘 지내왔더라면...
늘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거 같기도 해...
그냥 그렇다고... 근데 나 요즘 참 좋다... 그냥... 그렇다고..."
그대가 없었다면 그리고 그런일이 없었다면
지금 내 앞에 있는 사소한 것들이 이렇게나 행복하진 못했겠죠?
연휴내내 TV앞에서 하루종일 '과학수사대'만 봤다는 그대
이젠 그리섬반장님이 꼭 큰아버지 갔다는 그대
그대의 낄낄낄 웃음... 끝도 없는 이야기...
어디 멀리까지 가서 한우를 절반가격에 사왔다는 엄마의 자랑
언제나처럼 나란히 앉아 뉴스만 봐야하는 아빠와의 어색한 시간
송편을 100개나 먹으면서 '이상하게 살이찐다' 고 화를 내는 누나
그리고 아직도 전화기 저편에서 'CSI' 이야기를 하고있는 그대
같이 있어서 좋고 또 고마운 사람... 그랬던 날